렌, REN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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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 沖連 썰백업
Gintam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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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沖連_오키렌


1.

7月.ᐟ.ᐟ 夫強化の月。
© 부찌 님

진선조 1번 대 오키타 부부의 일상을 담아 신청해봤어요. 렌의 시점으로 조금 뻔뻔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시작이었으나···

역시나 마무리는 도s 남편에게 목줄이 채워져 순찰을 돌게되는 걸로. 순찰을 돌다가 평화로운 거리에 심심해져 소고와 내기를 하다 슬프게도 져버렸다고💦 왜 매번 트윈테일인 건데ㅠㅠ 하고 울상을 지으며 반항을 해봤으나 상큼하나 어딘가 음산한 미소를 짓는 소고의 손길에 붙잡혔.. 준비성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건 지 주머니에서 머리끈 두 개를 꺼내 머리를 묶어주는 손길에 포기하고 말았지. 자, 갑시다. 움직이지 않고 뭐해요? 절그럭거리는 쇠사슬 소리와 함께 흥얼거리는 목소리에 눈물을 머금고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병아리. 두 손으로 얼굴 가리는 꼼수를 써보지만 " 얼굴 가리면 둔소 가는 길에도 할 겁니다. " 라는 한 마디에 속으로 엉엉 울며 다소곳이 두 손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렌은 소고에게 목줄이 채워지는 꽤.. 많이 익숙해서 어느정도 약간 시간이 흐르면 뻔뻔해져 당당해지는 편이라 그 전까지 소고가 놀려요. 물론 철판을 깔아도 속은 수치심 왕창이라 건드리면 바로 쥐구멍에 숨어버리지만. 참고로 인력 부족으로 진선조 대원 모집할 시 한 때에는··· 이렇게 병아리 옷까지 입고 했습니다. 진선조 마스코트(?)로서.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꽤 홍보가 잘 되어서··· .

말리지 않는 시누이..가 아니라 국장님과 부장님이 제일 미워요💦💦

© 꽁치 님

경찰 24시! 신센구미🚨❗

 


 
2.
여름 이벤트 중 하나인 1학기 시험이 전부 끝난지 얼마 안 된 날이었을 거야. 시험에서 해방이다! 하고 자유를 움켜쥐고 환호한지 엊그제 인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더운 건지. 더위에 약한 렌이 맥을 못 추리고 책상 위에 엎어져 골골골 거리고 있었지. 여름 싫어. 더운 거 최악.. 땀으로 피부가 조금 끈적한 불쾌감에 미간을 찡그려. 옆 머리카락 까지 볼에 달라붙어 간지러워. 불퉁한 표정으로 손톱으로 살살 긁어 떼어낸 렌이 귀 뒤로 넘겼어. 고개를 들자 다른 얘들도 모두 맥을 못 추리고 선풍기 근처에 널브러져 있었지. 아니, 이정도면 에어컨 틀어줘야 정상 아니냐구!

렌의 불만을 품고 투덜거리는 어조를 들었던 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해. 미친 거지. 당장 에어컨을! 시원한 바람을..! 마치 더위에 죽어가는 좀비마냥 비척이며 시위하는 움직임을 누가 들었는 지 띠롱~ 전원이 켜지는 소리가 들려와. 오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려 집중되어선 환호해. 천장 위에 있는 에어컨의 전원에 불이 들어오더니 곧이어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렌도 고개를 치켜들고서는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는 이 마냥 만끽했지. 아.., 살 거 같다. 둥그런 눈이 축 유순해지며 깜빡여. 한숨을 천천히 내쉬며 열기를 식히길 잠시. 땀으로 젖어서 그런 건지 축 내려앉는 앞머리가 신경쓰여.

" 렌쨩. 앞 머리 엄청 길어졌다, 해. "
" 그러게.. 눈 앞을 가릴 정도로 길어졌을 줄이야. "

산호색 머리를 자랑하는 유학생. 카구라가 제 앞에서 길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말해와 렌이 대답했지. 카구라의 말대로 시험기간이라고 신경을 못써서 그런지 엄청 길어져 있는 거야. 눈 앞을 가릴 만큼. 조심스럽게 앞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잠겨.

어떡하지.. 꼬리빗으로 쓱쓱 빗어보자 길이가 눈 밑까지 내려와 렌은 고민 끝에 결심했어. 그래, 지금 자르자. 행동력 하나는 만땅으로 빠른 병아리. 가위와 거울을 공수해와 준비할 거야. 이 모든 건 소고가 잠시 매점에 간 사이 벌어진 일 들이었지.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내린 렌이 긴장해. 잘못 자르면 망한다. 진짜로.. 가위를 든 손이 조심스럽기 짝이 없어. 긴장으로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고는 천천히 자르기 시작할 거 같아. 가위질 한 번에 살짝씩 잘라지는 검은 실타래가 짤뚱해. 조심조심 자르던 렌은 이윽고 원하는 대로 잘라지고 있는 길이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있던 그때..!

일이 벌어진 거야.

툭. 싹ㅡ뚝..
" ㅇ, 어어..미안하 ㅡ.. "
" ..... "

후두둑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멍하니 쳐다봐. 지나가다 실수로 렌을 치게 된 히지카타의 안색이 아차하다가 조금 하얗게 질렸지. 책상 위로 떨어진 앞머리카락의 길이가 길어. 자르려고 했던 것보다 손가락 마디는 더 ㅡ 거울을 본 렌은 침묵하고 말았지. 한 쪽이 눈썹 위까지 싹뚝 잘려져 있는 모습에 고개를 푹 숙여.

" ㄱ, 그으.. 렌..? ㅁ, 미안..하다. "
" ....죽어버려, 히지카타.. "

들고 있던 가위를 책상에 쾅 박아세우는 움직임에 으아악! 하고 순간 놀라 비명을 지른 히지카타 였을 거야. 울분이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을 향해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연신 미안하다 사죄해야만 했지. 일단 자신이 잘못한 거였으니까..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야. 울상을 지으며 거울 속에 앞머리 한 쪽이 굉장히 짧아진 자신을 본 렌이 우울했지.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앞머리른 싹뚝 잘려 돌이킬 수 없게 되었는 걸. 허나 렌은 포기하지 않았어. 아니, 현실을 부정했다고 볼 수 있었지.

ㅇ, 어떻게 남은 한 쪽을 잘 자른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책상에 박은 가위를 뽑아내. 침을 삼키고 더없이 침착한 표정으로 아직 자르지 않은 한쪽을 잡아. 그리고ㅡ

" 야, 렌. 네가 좋아하는 쭈쭈바 사왔다...는 어디 아파? "

왜 그러고 있어?
편의점에 다녀온 소고가 입에 소다맛 쭈쭈바를 물고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짝꿍이자 여지친구인 렌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거야. 평소라면 왔어? 하고 환하게 웃으며 아이스크림과 자신을 반겼을 텐데. 그가 왔는데도 책상에 엎드려 그 하얀 얼굴을 보이지 않아서 단정한 눈썹이 슬쩍 올라갔지. 렌? 어깨를 감싸며 부르자 작게 들려오는 웅얼거림.

" 뭐..? "
" ..보고 놀라거나 놀리거나 웃지 않을 거지? "
" 하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

갑작스런 뜬금 없는 소리에 반문하자 렌이 더욱 엎드린 팔 사이로 고개를 깊숙히 파묻어. 뭔데 그래.. 안 웃을 테니까 얼굴 들어봐, 바보 병아리. 심각한 낯으로 그가 렌을 재촉해. 렌의 반응이 여간 심각한게 아니어야지. 입에 물고 있던 쭈쭈바를 들고는 다른 한 손으로 살살 긴 검은 머리칼을 쓸어만지다 귀 뒤로 넘겨줘.

" 응? 렌.. 고개 들어. "
" ..웃으면 가만 안 둘 거야.. "

작게 울먹임 섞인 투정에 소고가 입매를 일자로 굳어. 살며시 고개를 드는 움직임이 미약하고 느렸지. 빼꼼 들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하얗고도 발그레한 얼굴. 눈가에 열이 몰렸는 지 불그스름해. 그리고는..

" ..푸흡... "
" 아! 웃지 말라고ㅡ!! "

고개를 든 렌의 얼굴을 보자마자 막을 세도 없이 웃음이 터져버린 소고야. 분명 자신이 매점을 가기 십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길긴 했지만 가지런히 렌의 눈 아래로 살짝 내려오던 앞 머리카락이 싹둑 잘려 눈썹 위까지 잘려있으니. 거기다 둥그렇고 단아한 이마가 훤히 보이는 거 아니겠어?

잔뜩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과 잘못 잘린 앞머리의 조화는.. 그 소고마저 폭소를 터트리기에는 충분했지. 눈물방울을 삐쭉 머금고서 자신을 노려보는 렌을 보며 그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어조로 물어.

" 푸하하..! 아 진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앞머리가 덜렁 잘린 거야. "
" 너무 긴 것 같아서 조금만 자르려다가.. 망할 히지카타아 때문에...! 그만 웃으라고!! "

나도 이상한 거 아니까 웃지 마아..!
옆구리를 쿡쿡 찌르다 못해 이젠 등을 주먹으로 퍽퍽 때리는 작은 손을 붙잡으며 웃음을 멈추려고 노력해. 그의 노력이 빛을 내며 간신히 심호흡을 해보지만 자잘한 웃음이 튀어나가는 건 막을 수 없었을 거야. 결국 소고의 웃음 가득한 얼굴에 서러워진 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훌쩍이기 시작했지. 아. 너무 웃어버렸다. 눈물을 퐁퐁 흘리며 코를 훌쩍이는 렌을 달래야만 했어. 안 그러면 분명 제 병아리가 삐져서는 자신을 하루 종일 보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 웃음을 참으며 그가 살살 렌을 달랬어.

" 이상하지 않아. 조금 짧게 잘리긴 했지만.. 나름 귀엽네, 바보 렌. "

킥킥 옅게 서린 웃음 소리. 살며시 뻗어오는 손. 서러움에 울어 축축해진 뺨을 감싸며 맺힌 눈물을 훔쳐오는 긴 손가락. 소쨩.. 자신을 담고 속눈썹이 젖어 깜빡이는 것을 바라보며 고인 눈물이 손가락에 감기는 것을 바라본 소고가 슬쩍 웃어. 앞머리가 짧아졌음에도 여전히 귀엽고 바보 같고 그의 눈에 사랑스럽게 보이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옅게 웃은 짓궂은 소년이 장난스럽게 속삭이지 않을까?

고개를 우는 자신의 소녀를 향해 살짝 숙여지며 훤히 드러난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출 거야.

" 빈 말 아니고 진짜니까 울지 말라고. 이 울보야. "

...한동안 머리핀 꽂고 다닐 거야.
흐음.. 아쉽네. 정말 나름 귀여운데 바보 같아서.
놀리지 말라고!! 귀여운 건 뭐고, 바보 같은 건 또 뭐야!
내 바보 병아리에게 어울리는 말?

3.

 진선조 최강의 검이자 천재 검사.
그 수식어를 가르키는 사람은 두 명이야. 진선조 돌격 부대인 1번 대 대장 오키타 소고沖田総悟. 그리고 그의 옆에 나란히 서있는, 마찬가지로 1번 대 부대장 오키타 렌沖田蓮.

렌은 일부러 자신을 숨기듯 하다보니 대외적으로 최강이라는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는 건 소고지만 둘 다 검술 천재라는 건 사실이지. 진선조가 특수 무장 경찰이라는 건 에도 모두가 알아. 그것도 대 테러리스트인 양이지사 사냥에 특화된 무장경찰이지. 그렇다보니 살인을 면치 못하는데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살인자 집단이라고 불러지기도 해.

손에 피를 묻히는 건 예삿일도 아니지. 잡아온 양이지사에게서 정보를 불게 하기 위해 고문도 서슴치 않아. 평소에는 풀어진 듯 바보같은 짓도 하다보니까 깡패 24시, 양아치 세금 도둑과 같은 말도 듣긴 하지만 거칠고 흉악한 면모를 숨기진 못 할 거야. 소고도, 렌도 그런 진선조의 1번 대 대장•부대장인 간부들이라 살인이야 익숙하기 짝이 없었지.

가장 먼저 앞장서 적들을 베어 죽이고 길을 여는 게 그들의 역할.
사무라이다 보니 둘 다 검을 쥐거나 싸울 때 특유의 버릇이나 행동,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소고의 손속은 제법 잔혹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할 거 같아. 이미 목을 베어 피거품을 물며 경련하는 이의 입 안에 칼을 박아넣어 확인사살을 한다던가 ··· .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적진 안에서 조금의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 되니까. 어물쩍 넘어갔다가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적에게 자신의 뒤에 있을 제 부하나 동료가 발목이 붙잡혀 죽을 수도 있을 거 아니야. 가장 앞장서 적진을 파고들는 역할 답게. 그에 충실히 철저하고 마무리를 확신해야 하겠지. 렌도 손속이 꽤 잔혹하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소고와 같은 검술 천재 라는 말을 듣는 렌이지만 소고와는 살짝 다른 방면으로 남달라서.

쾌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날, 분명 눈으로 제 앞을 찌르고 드는 검을 보았던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을 베고 지나가는 잔상. 렌은 암살검으로 천재였어. 소리 없이 스쳐지나가는 검은 조용히 적의 숨통을 끊어버렸지. 피빛을 머금은 칼날이 푸르도록 시리게 빛나며 상대의 머리를 베고, 급소를 지나갈 거야. 일상을 즐기는 평소의 분위기와 모습과는 딴판이겠지.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배시시 웃던 순진한 얼굴은 냉혹하게 가라앉아 무저갱과 같은 눈으로 적을 응시할 거야. 길게 풀어내리던 밤하늘의 머리카락을 일의 중요에 따라 높게 하나로 올려묶었겠지. 렌은 중요한 임무를 맡을 때에는 붉은 리본으로 머리를 단정히 묶었으니까.

싸울 때나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끔 임무 시 렌이 무표정한 상태로 고개를 기울이며 까딱일 때가 있는 데 이건 ' ..어떻게 죽일까? ' 하고 고민할 때 튀어나오는 버릇이라고. 소고 앞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적 앞에서는 어떻게 조질까? 하고 킬각을 세우는 그런 ··· 위험징조. 피가 묻은 검을 털어낼 때도 횡을 그어 휙 털어내면서 납검을 하는데 검을 넣는 순간부터는 무표정하던 얼굴에서 마치 감정이 돌아오듯 살며시 생기가 돌아오지 않을까. 최대한 검을 잡을 때는 감정을 배제하는 렌이라서. 가끔씩 검을 역수로 쥐는 데 이는 공격력은 좋아도 방어은 잘 안 되지만 실력으로 커버치다보니 아주 가끔 역수로 검을 쥐어 싸우지 않을까? 방어는 갖다 버리고 일단 상대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공격에 모든 수를 계산하는 렌. 역수는 잘못 하면 되려 자신의 검에 손을 다칠 위험성이 커서 한 번쯤은 소고에게 제대로 잔소리를 들었을 지도 몰라.

람쥐님


진선조 제복이 온통 검은 색이다보니 어둠 속에 녹아들기 쉽겠지. 거기다 렌은 머리도 까만 흑발이니까. 그래도 비가 오는 날이나 서늘하고 추운 새벽이나 밤에 움직여야 할 때 제복 위에다가 후드 제복코트까지 껴입을 거야. 장갑은 끼면 손이 둔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싫어 하지 않겠지만. 소고는 끼겠지.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제복 위에 마찬가지로 까만 후드 제복 코트까지 뒤집어 쓴 소고. 비가 오는 날에 꽤나 유용해서 나름 애용하겠지. 렌도 옆에서 후드를 쓰고 임무가 끝난 후 비가 오는 걸 소고와 함께 피해 처마 밑에 있는 일도 있을 거 같아. 제복 코트의 길이가 길어 밑단에 피가 튀어 거뭇하게 물든 옷에도 신경 쓰지 않고 어깨에 기대 멍하니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 것도 ··· .

[ 검술 천재, 버릇이자 습관, 이것저것]
비 많이 오네..
그러게요. 금방 그칠 기미는 안 보이니. (흘러내려온 긴 머리카락을 후드안으로 넣어주며) 후드 제대로 쓰세요. 감기 걸립니다.

 


4.
슬쩍 저와 소고의 어딘가 다른 모습도 공개해 봅니다〰❤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


평소랑 어딘가 살짝 다른 모습들이죠. 소고는 헤어스타일이, 렌은 눈 색이. 이 모습들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흐른 뒤의 모습이자 현재도 가능한 모습이에요.

취중진담으로 술 취한 병아리에게서 취향을 듣게 된 소고. 설마 취향이 장발이었을 줄이야.. 다시금 그때 당시 취한 렌이 배시시 말간 미소를 보이며 작게 조근거리던 속삭임을 떠올린 소고가 거울 속을 바라볼 거야. 모든 일이 끝나고도 여전히 시끌벅적 하나 평화로워진 에도. 그만큼 시간이 흘러 지났다는 증거인지 어느 덧 나름 길어져 목 뒤는 물론이고 어깨를 스치는 머리칼이 새삼스레 조금 낯설게 느껴져. 갈색 머리카락 끝을 검지로 슬쩍 만지작거린 소고가 피식 웃고 말겠지. 언제쯤이면 당신이 만족할 만한 길이가 될까. 그게 약간 기대 되면서도 웃음이 나와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응시할 것만 같아.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기에는 거추장스러워 손목에 있는 머리끈으로 천천히 묶기 시작하겠지.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손길로 단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길이의 머리칼을 꽁지로 묶는 소고.

처음 머리를 묶을 때에는 어설퍼서 이리 삐죽, 저리 삐죽이었던 것 같은데.. 렌이 그걸 보며 맑게 웃음을 터뜨리던 소리가 여직도 귓가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아. 낭랑하게 터뜨리던 웃음 소리.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았다는 듯 동그랗게 뜨였던 밤하늘의 눈이 둥글게 휘어지는 것까지도. 머리를 묶고나서 거울에 이리저리 뻗친 머리는 없는 지, 괜찮은지 둘러보던 그가 욕실을 나올 거야.

아직 쿨쿨 잠들어 꿈나라에서 헤메고 있을 자신의 병아리를 깨우기 위해. 단발 머리를 묶은 그를 보면 그 졸린 눈을 부비고는 햇살과도 웃음을 지을 얼굴을 그리며 ···.


/

렌의 붉은 눈은 아주 특수한 상황과 경우에만 드러나게 되는 걸 거야. 특수한 상황. 그게 비록 렌이 죽음을 겪는 것과 그와 비견하는 일을 겪게 되었을 경우 폭주하게 되었을 때.

렌은 죽지 못하는 [ 불사 ] 니까.
아르타나 변이체. 그것도 후천적인 변이체라 어찌저찌 균형을 맞추고 있으나 본래 불안정한 변이체. 정확하게는 ··· 다 성장하지 못하고 변이된 체지. 그렇다고 영원히 죽지 못하는 건 또 아니야. 말했다시피 [ 불사 ] 라고는 했지만 [ 불로 ]라고는 안 했으니까. 죽지 못하나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닌 불안정한 ㅡ.. 오히려 렌이 그것을 안다면 절망 속에서의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지겠지.

왜냐면 렌은 자신이 괴물이라고 내심 생각하곤 했어. 죽지도 못한다니. 심장이 멈춰도, 꿰뚫려도, 터져도.. 머리가 분리되고, 온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와도, 급소가 전부 베이거나 찢기거나 뚫려도. 죽음이라는게 제게는 허락되질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 와중에 다행히도 영원한 저주가 아니라는 사실에. 만일 렌이 알았다면 믿지도 않을 신에게 빌며 울었을 지도 몰라.

렌에게 허락된 죽음은 단 하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늙어 노화가 되어 허락되는 죽음뿐. 그런 렌이 죽음을 겪는 다는 건 곧 부활을 한다는 거지. 죽지 못한다는 건 이뜻이었어. 죽어도 곧바로 살아난다는 것. 몸 속의 아르타나가. 별의, 대지의 에너지가 자신의 숨통을 악착같이 이으며 생을 부여하기에.

문제는 대지의 에너지는 막대한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인간의 연약한 몸이 다 감당하질 못해. 그래서 그런지 그런 렌이 되살아나거나 죽을 만큼의 큰 상처를 얻게 될 때는 아르타나가 폭주하게 되겠지. 그 증거로 렌의 눈이 에너지가 몰려 밤하늘의 눈이 선명한 적안이 되어버려. 그 모습은, 이 눈만은 소고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눈이자 모습일지도 몰라. 자신이 괴물이라는 것을 렌은 그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비록 소고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지키려고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렌은···

선명한 빛을 머금은, 적안을 한 자신의 눈을 소고에게 보이는 걸 꺼려할 거야. 이 눈은 죽음을 겪었으나 다시 되살아났다는 폭주의 증거나 다름 없어서. 물론 죽음에 가까울 때만 물드는 건 아니었어. 감정이 한계를 넘어 극에 닿았을 때. 그럴 때도 몸 속의 아르타나가 반응해 붉게 물들거든. 아직까진 그래도 소고의 앞에서 눈이 붉게 물든 적은 없었을 거야. 그게 죽음을 겪어서든, 한가지 감정으로 극에 닿았을 때든..

소고의 어딘가 무감한듯하면서도 자신을 담을 때에면 따뜻하게 느껴지는 붉은 빛이 아닌, 그 보다 더 짙고 선명한.. 채도가 높은 붉은 빛.  
소고와 렌의 붉은 눈은 그 채도에서 선명하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당신에게만은 ···


5.
이러면 안 되는 데 조금 소고의 애가탄 듯한..안달난 그런 표정 보고싶다. 약간 한숨이 꾹꾹 억눌린 그런 거 말이야. 그런데 그 표정은 렌이 보지 않는 순간 지어지는 표정일 거 같아.  눈치꽝제로 바보 병아리때문에 억누른 한숨을 작게 쉬며 어딘가 애가 탄.. 안달난 표정을 짓다가도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말간 낯에 흔들린 표정을 숨기는 소고.

오직 당신으로 인해 지어지는 표정 중 하나는..

6.
#𝐇𝐀𝐏𝐏𝐘𝐒𝐎𝐔𝐆𝐎𝐃𝐀𝐘
#한여름에_피어난_너라는_축복

“ お誕生日おめでとう、 そうちゃん。”
올해도 여름의 찬란함을 너에게 안겨주고 싶어.
내 사랑. 나의 전부.

“ お誕生日おめでとう、 そうちゃん!! ”

저를 향해 환하게 웃는 미소, 둥글게 휘어진 순한 눈매, 밤하늘 위에 별이 총총 빛나듯 반짝이며 자신을 담는 눈. 매끄럽게 굽이치며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 자신이 선물한 하얀 치파오와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머리 위에 곱게 묶인 붉은 리본.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사진 속 필름에 새겨지듯 제게 박히는 감각에 소고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어. 햇살처럼 찬란한 미소를 머금고서 더없이 애틋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보듯 그를 담는 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지. 느리도록 찬찬히 제 품 속에 안겨오는 체구를 끌어안아 가둬.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으며 가는 허리를 감싸 안아.

" 선물은 나. 라는 컨셉입니까? "

나직하게 웃음기가 서린 어조에서는 즐거운 기색이 만면해. 머리에 묶어 귀엽게 느껴지는 붉은 리본의 끝을 만져. 고개를 기울이자 긴 머리카락이 쏟아지듯이 흘러내려갔지. 낮게 묶은 갈색 머리칼이 손등을 간지럽혀 렌이 웃음을 작게 터뜨리며 수줍게 웃었어.

" 그래서 싫어? 이번 소쨩의 생일 선물은 나~♥ 라는 컨셉으로 해봤는데. "

이젠 제법 뻔뻔해진 자신의 병아리 부인이 눈을 찡긋거리며 부러 귀엽게 굴어. 그러면서도 부끄러운건 끝내 다 숨기지 못한 건지 귀끝이 빨개서. 소고는 숨죽여 웃다가 결국 터지고 말았을 거야.

" 언제부터 이리 내 병아리가 잔망스러워진 건지. 어쩌다 이런 깜찍한 생각을 한거야? "

일부러 대놓고 고개를 저은 그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긴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어. 검은 머리칼에 길쭉한 손가락을 감으며 장난치기 시작해. 시선을 맞추고 속삭이며 묻는 말에 렌은 ···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고 말았겠지.

..여기에는 긴 이야기가 있어, 소쨩..
이번 선물은 나야! 작전의 시작은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 ..큰일났다. "
좌절한 표정으로 탐스런 머리카락을 두 손가득 쥐고서 머리를 부여잡은 렌이 절망해. 남편 생일 선물을 어쩌지? 작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머리를 잡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 아무리 생각을 하고 해봐도 남편인 소고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야. 케이크? 이미 준비해놨고. 소쨩이 좋아할 만한게 뭐가 있지?

" ..왜 내 집무실에서 이러는 건데. "
" ..부장님. 헬프미이... "
" 장난해?! 왜 여기서 이러는 거냐고!! "

고민 끝에 선물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발이 닿는 곳으로 온 렌은 부장인 히지카타의 집무실에서 좌절해 있던 거였어. 할 말을 잃고 가만히 렌이 하는 짓거리를 보던 그가 참다참다 츳코미를 걸어왔던 거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해오는 모습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도 니코틴이 부족하게 느껴진 히지카타야. ..그야, 암만 생각해도 소쨩이 원하는 게 하나밖에 안 떠오르는 걸요. 시무룩해진 태도로 축 쳐진 목소리를 하며 꿍얼거리는 모습에서 예전부터 시간이 별로 안 지난것만 같았지. 그 옛날 평화로운 부슈에서 소고 녀석과 함께 놀던 작은 여자 아이. 자기 답지 않게 렌이 여동생처럼 느껴지는 감정은 그때와 지금도 변함 없이 느껴졌지. 여전히 소고와 사고뭉치라 속을 썩이지만.

" 그래서 뭔데 그러는 거냐. 들어는 보자. "
" ..진짜죠? "

꼬나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불을 끄며 고개짓을 해. 들어는 보고. 그 말에 렌이 눈을 빛내며 환해졌지. 살며시 웃는 얼굴이 허리춤에 자리잡은 푸른 검집 위를 매만져. 그 손움직임을 보게된 히지카타의 낯이 떨떠름해져선 불안해졌지. ..ㅁ, 뭐지? 이 불안감은? 어째 소고녀석이 내 목숨을 노리기 직전의 느낌은..?

" 부장님.. "
ㅡ 한 번만 죽어주실수 있으실까요?

....되겠냐?!!
삐끗한 그가 곧바로 버럭 소리치며 화를 내. 되겠냐고?! 너마저 소고처럼 내 목숨을 노리는 저의가 뭔데!! 와다다 쏟아지는 츳코미와 배신감 어린 시선의 향연 속에서 렌이 배시시 웃으며 볼을 긁적여.

" ..너 나랑 농담하냐? 이정도면 블랙조크거든? "
" 헤헤.. 그게에ㅡ.. 생각해봐도 소쨩이 원하는 게 딱 하나밖에 안 떠오르잖아요. 부장님 자리. "

그건 그 자식이 문제고!! 내 목 부터 쓱싹하고 싶어하는 도s가 문제!!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해오던 소고를 떠올리자 핏줄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이마가 어질어질해 얼굴을 쓸어내려.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지. 하아.., 내 목은 좀 내버려 둬.. 얼굴을 벅벅 쓸어내린 그가 한결 진정된 낯으로 렌을 바라봐. 거센 반항에 단념했는 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검집에서 손을 떼고 있었지. 히지카타가 턱을 괴며 한 손으로는 타타미 바닥을 툭툭 일정하게 치며 말해.

" 다른 거 뭐 없어? "
" 그게 고민이라니까요.. 뭘 선물해주면 소쨩이 기뻐할 지.. "
" ..그 자식은 네가 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할 녀석이다만.. "

확신이 어린 표정으로 슬쩍 말끝을 흐린 그가 렌에게 시선을 던져. 아니면 이래도 되나 싶긴 하다만 소고 녀석이 했던 것 처럼 하던가. 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히지카타에게 물었을 거야. 소고가 했던 것 처럼요?

" 그래. 기억 안 나냐? 그, 렌 네 생일일 때 나랑 콘도상이 해결사 녀석들에게 의뢰했던 그 일 ··· "
" 아.., 아?! "

5년 전에 오빠인 긴토키에게 의뢰해 소고를 납치(?) 해왔던 콘도와 히지카타를 떠올려. 거대한 선물상자에 리본으로 칭칭 묶여 있던 소고를 자신의 선물이라며 주던 걸 떠올린 렌은 환해졌어. 그때 정말 최고의 선물이었죠. 빡친 소쨩이 그대로 제게 키스했지만.. 발그레한 볼을 감싸며 배시시 수줍게 웃어.

" 그러니까 소쨩에게 이번 선물은 나야! 해보라는 건가요? "
" ..추천해도 될 지는 모르겠다만 그래. 내 목숨은 내버려 두고 말이야.. "

그 자식에게 빌미를 주는 건 아닌가 싶긴 한데..

" 쯧.., 둘 다 비번 줄 테니까 데이트든 뭐든 놀다와라. "
" 어..? 그래도 돼요? 저랑 소쨩 둘 다 비우는 건.. "

됐어. 요즘 꽤 조용하니까 하루 쯤은 둘 다 쉬어도 괜찮을 거다. 이만 나가보라는 듯 휙휙 손을 내젓는 손짓에 렌이 킥킥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선물은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꾸벅 인사를 하며 한결 고민을 해결한 낯으로 통통 튀듯 부장실에서 빠져나올 거야. 그리고 그 길로 이곳저곳에서 소고에게 뭘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을 묻고 물어봤으나 끝내 하게 된 것은 ···

소고가 선물해준 옷을 입고 머리에 붉은 리본을 묶어 이번 선물은 나야~♥하고 뻔뻔하게 굴기 였다고. 물론 아무리 예전보다 뻔뻔해지고 여유로워지긴 했다고 하나 머리에 리본까지 하고 선물은 나♥ 하는 건 역시나 부끄러워 소고에게 가기 전에 해?! 말아?! 만 끝없이 갈등했다는 건 비밀이었지..

슬그머니 회상을 끝낸 렌이 데구르륵 시선을 피해. 빤히 바라보는 적안에 헛기침을 하며 애써 주제를 돌리려고 애를 써. ㄱ, 그래서 선물은 마음에 들어? 조금 발간 얼굴을 가리려는 듯 붉은 리본의 끝을 쥐고 힐끔힐끔 자신을 보는 모습에 소고가 작게 미소지었지. 번쩍 작은 체구를 가볍게 안아들어 제 위에 앉혀. 허리를 감싸던 손이 내려가 치마끝단이 위로 올라와 드러난 하얀 허벅지 위를 맴돌다 엉덩이를 움켜쥐며 렌이 제게서 떨어지지 않게 지탱해. 킥킥 들려오는 나직한 웃음 소리. 만족감이 어린 배부른 시선으로 붉은 눈이 휘어지며 눈웃음을 그려.

" 네. 이번 선물도 아주 마음에 드네요. 최고의 선물이야. "

다정하게 길게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만지며 이마를 맞대오는 얼굴이 나른하게 풀려있어. 마주해오는 시선 속에 담긴 자신의 얼굴에 그만 말갛게 웃은 렌이 소고에게 폭 안길 거야. 정말 진심으로 - ..

" 너의 생일을 축하해, 소쨩. "

내 전부인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머리에 리본을 하신 것도 귀엽긴 하지만 역시 제 취향은 온 몸에 붉은 리본으로 칭칭 묶은 쪽이 더···
...진짜 도s적인 발언이었어.
그런 의미로 제 생일 선물이니 한 번 묶여주십쇼.



7.

정말 너무 좋아하는 분의 그림이에요.
뭔가 천방지축 말괄량이 병아리 아가씨와 그런 아가씨를 지키는 도s 보디가드.ᐟ.ᐟ 같은 느낌이라 그런지 새롭기도 하고u///u💖
원래는 드레스에 면사포, 소고와 같은 선글라스를 하고는 똑같이 렌의 손에도 저격총을 들려주는 게 처음 컨셉이었는데 작업해주신 분께서 이렇게 작업해주셨는데 이것도 너무 좋아서 그만ㅜㅠ💕
/

아가씨. 하니까 렌의 또 다른 호칭? 줄임말이 있어. 다들 렌이 소고가 하도 병아리, 내 병아리. 하다보니까 병아리 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또 다른 이미지도 있어서. 그건 바로 ···

まるで だめな おねえさん 마루데 다메나 오네상
줄여서 즉, 마다오MADAO.
완전 글러먹은 언니'누님' 이라고도 이미지가 있는 지라(ㅋㅋㅋ) 또 다른 마다오인 긴토키와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똑같이 마다오 끼가 있는 렌이야.
조금 렌은 할 때는 완벽하게 일을 끝내야만 만족하는 성격인데 그건 마음을 먹었을 때만 그런 거라. 평소에는 게으름 피우며 조금 늘어져. 특히나 그건 겨울만 되면 끝판왕을 찍는 데 추위에 굉장히 약한 병아리. 비번 날에는 죽어도 따끈한 이불둥지 밖으로 나오려고 하질 않아서 소고가 " 내 병아리에게 게으름이 덕지덕지 붙었네.. " 하고 한탄과 감탄 섞인 중얼거림을 할 정도면 말 다했지.

그런 렌이 더욱 마다오같이 보일 때는 오빠인 긴토키와 함께 있을 때야. 렌이 좋아하는 책 종류는 만화거든. 오빠인 긴토키를 따라 곧잘 점프를 봐서 그런가. 소년 만화를 좋아해.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었지. 그건 바로 진선조 국중법도 제 12조.

[ 제12조 매거진 이외의 만화는 국내에서 읽지 말 것 ] 아니면 할복.ᐟ.ᐟ 이다 보니 점프를 보는 낙이 있는 슬픈 병아리. 비번 날에 한 번 씩 카부키쵸 해결사 사무소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오빠가 사놓은 밀린 점프를 보러 가는 거라ㅠㅠ.. 손님을 맞이하는 사무소 거실 소파를 나란히 차지해 드러누운 사카타 남매가 점프를 보는 건 흔한 일이었어. 그걸 보며 청소기를 돌리며 구석구석 청소를 하던 신파치의 눈에는.. 글러먹은 어른 남매였지. " 저기.. 두 분 다 잠깐 다리 좀.. " 하면  이리저리 굴러 청소하는 신파치의 손을 피해. 긴쨩. 다음 호 점프 좀. 하고 요구하면 아직 보고 있다 기다려. 하는 긴토키에 부루퉁해진 렌이 입술을 삐죽 거려.

" 긴쨩은 이미 봤던 호 잖아! "
" 보던 거 끊기면 똥 싸다 끊긴 기분 들걸랑요. "

우씨! 하고 긴토키를 흘겨보다 벌떡 일어나 긴토키의 옆에서 나란히 점프를 보지 않을까?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감질나서 도무지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러다 서로 옥신각신 점프를 가지고 싸우는 유치한 마다오들. 그 모습을 한심하게 보며 고개를 젓는 파치와 구라는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해결사 사무소의 일상 중 하나일 거 같아.

まるで だめな おねえさん

8.
나락au if로 똑같이 진선조 1번 대 부대장이 되고 소고랑 서로 마음이 같다는 것까지는 같은 데 어느 날 우츠로와 조우하고는 세뇌 당해 나락된 렌도 맛있을 거 같아서. 그리고는 나락이 된 상태로 무표정한 낯으로 소고에게 검 겨누는 것도 ···.

이게 맛있는게(?) 나락au가 여러 버전이 있는데 다 맛있어ㅠ ㅁㅠ..

초기에 구상했던 버전은 어쩌다보니 평행세계관에 떨어진 렌으로 거기서 어떻게 된 일인지 진선조 1번 대 대장이 소고가 아닌 다른 사람인 걸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해. 이게 뭐야..? 소쨩은 어디로 간거고? 황망해진 낯으로 소고를 찾아 그저 발길이 닿는 곳을 따라 돌아다니게 돼. 몇 날 며칠을 에도 온 곳을 찾아다녀봤지만 자신이 찾는 이의 머리칼 한 올 보이지 않아. 그러다 아주 조용하고 구석진 곳. 거의 버려진 곳과 다름 없는 지역. 추적추적 빗방울이 떨어지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우산을 쓸 생각 조차 없이 그저 소고를 찾아 다니다 지쳐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서 벽에 기대 갑작스레 떨어진 빗방울을 피해 달리는 사람들을 멍하니 응시해. 그러다 뒤 쪽에서 소리없는 기척에 움찔하며 뒤를 돌아본 렌.

길게 흘러내려오는 갈색의 장발. 머리에 쓴 삿갓 아래 음영이 진 얼굴. 어둡게 가라앉은 적안에 렌의 두 눈이 커지겠지. 다급히 입을 벌려 소고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힐끔 자신의 보는 시선이 얼음장 같이 차가워서. 굳어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는 사이 석장이 짤랑이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그림자란···.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에서 공허만이 느껴져 렌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 주저 앉고 말거야. 이것이 나락이 된 소고와의 첫만남이었겠지.

소고가 입고 있던 옷과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어두운 모습에서 렌은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울며 망연자실해 멘붕올 거야. 이윽고 다시 소고와 대면하게 된 상황은···

진선조의 부장, 히지카타를 죽이려고 했을 때 아닐까?
나락의 복장을 입고 있는 소고의 앞을 가로막는 검집.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을 억누르며 검집에서 검을 발도하는 렌. 그리고 탐색하는 시선이 느껴지고 맞부딪히는 검날. 아무리 평행세계라고는 하나 렌에겐 소고는 소고인데, 제 전부나 다름없는 소고가 저렇게 정말 아득한 어둠 속에.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져 엇나가있는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할 거야.

대체 이곳의 과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가 이렇게 어둠 속에 있는 거야?

좌절감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잡으며 그럼에도 소고가 후회하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아 히지카타를 죽이려는 소고를 막아선거겠지. 이 이상 소고가 나락 속으로 진탕 떨어지는 꼴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역시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고. 자신이 알고있는 그 보다 더욱 날렵하고 조용한대다 공격적인 검에 차츰차츰 렌에게도 상처가 날 것 같아. 렌이 알고있는 소고의 검은 [ 누군 가를 지키는 검 ]. 그러나 자신이 맞대고 있는 검은 말 그대로 [ 죽이기 위한 검 ]. 살의와 살기가 넘치는 검이여서 계속 급소만을 노리는 칼날을 피하고 막아서는데 급급했지.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가는 치명상을 입을 테니까.

숨 막힐 듯이 이어지는 공방, 신경을 다른 곳으로 까딱했다 돌렸다간 죽는,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다가 그만 흥미롭다는 듯이 휘어지는 소고의 입술에 눈길을 빼앗기겠지.



여기까지가 나락 au IF, 소고가 나락이 되었다면 이라면 반대는 과연 어떨까?

분명 렌의 의지는 아니었을 거야. 자의로 나락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째서? 소고와 같은 마음이라는것도 알게 되었으며 더불어 렌에겐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것들까지 있는 데. 그건 자의가 아니고 강제적인 타의일 수 밖에 없었어. 즉, 세뇌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밖에 없던 무언가를 건 협박이 아니고서야.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사라진 렌. 아니, 소고의 눈에는 보였을 거야. 며칠 전부터 머뭇거리는 행동이라던가 어두운 표정, 미소를 짓다가도 뒤를 돌거나 혼자가 되면 무표정해지는 얼굴이라던가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은 눈빛까지도. 렌이 말해주겠지. 곧 말해줄 거야.. 하고 믿고 기다리던 소고의 뒷통수를 세게 때리듯 " 언제까지나 너의 곁에 있을 게. " 라는 약속조차도 지키지 않은 채 사라져서.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를 악물고 반쯤 돌아간 눈으로 렌을 찾게 된 지 며칠이 흘렀을까.

나락의 수장이 정체를 드러내고, 콘도와 카츠라의 구출 작전에서 나락들과 대치점에 선 소고. 한참을 적의 목숨을 빼앗으며 싸우다 자신의 앞을 소리 없이 나타난 인영에 멈춰서게 되겠지. 그런데 어째서지? 너무나도 익숙한 키와 체구. 커다란 삿갓을 쓰고 있어 얼굴이 가려져 있는데도, 자신의 감을, 본능을, 그의 모든 것을 건드리는 익숙한 그런 무언가.

작은 손에 쥐어진 석장이 짤랑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움직임과 찌르고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서는 검. 얼마나 힘을 겨루듯 대치하고 있었을까. 음습한 숲의 그림자 사이를 파고든 달빛과 가까운 거리 탓에 음영이 진 삿갓 아래로 언뜻 보이는 ···

짙고도 짙게 선명한 붉은 눈이란 ㅡ..

" ..누..님..? "
그토록 자신이 사랑하던 밤하늘의 눈은 어디로 가고 붉게 물든 공허한 피빛의 눈이 자신을 응시해. 딱딱하게 굳은 낯, 창백한 피부, 그에 힘없이 너울거리는 듯한 칠흑의 머리칼. 흔들리는 시선 속에서 그가 방심했다는 걸 아는 듯 석창이 검날을 미끄러지듯 쳐내며 튕겨내. 석장의 장식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긴 머리칼이 휘날리며 석장 속에서 드러난 칼날이 서늘한 달빛을 베어냈지. 제 머리 쪽으로 휭을 그으며 날카롭게 쇄도하는 검에 소고가 다급하게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비틀거야.

" 큭..! "

볼을 스치며 지나간 검에 순간 가슴이 철렁하길 잠시 빠르게 자신의 급소를 노려오는 살기를 막아내야만 했어. 누..님..!! 자신을 부르는 다급함과 배신감이 섞인 부름. 허나 눈가를 미세하게 움찔하다가도 감정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돌아와 그를 죽이러 들겠지. 그렇게 자신을 죽이려는 검과 그걸 막으며 방어만 하는 검이 맞부딪히길 여러 번. 몇 번이나 렌을 부르며 왜 이러는 거냐고 소리치던 소고는 만신창이일 수도 있겠다. 렌을 공격할 수 없어서 막기만 급급하다보니 땅을 구르기도 하고, 볼에서는 피가 흐르며 허벅지도 베였는 지 제법 상처가 깊었겠지. 거칠어진 호흡을 다잡는 소고의 낯은 창백해져선 일그러져 있을 거야.

" 정신 차리십쇼, 누님. "
" .... "

딱 봐도 렌의 모습이 이상하고 심상치 않다는 걸 소고는 눈치 챘어. 급소를 노리면서도 정작 그의 목숨을 취하지 않는 걸 보면. 몇 번이고 정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가장 중요한 순간 아주 잠깐 멈칫했으니까. 렌의 의지가 맞부딪히며 싸운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지. 결국 싸움의 끝은 제게 달려드는 렌을 보며 피식 웃으면서 검을 내려놓으며 막바지를 보일 거야. 손에서 떨어지는 검. 땅에 추락하며 달빛을 반사하는 검날에 비춰지는 긴 검은 머리칼.

그리고 제게 달려드는 몸을 끌어안으며 뒤로 쓰러지는 몸. 소고의 품 안에 안겨지듯 같이 쓰러진 렌이 비척이며 그의 몸 위에서 상체를 일으켜 석장검을 다시금 움켜쥐어. 달을 등지고 자신을 내려보는 붉은 눈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져 소고가 흐려진 낯으로 렌의 눈을 올려보겠지.

..역시 당신은 그런 피웅덩이를 담은 색이 아니라 밤하늘을 담을 때가 가장 예쁜 것 같습니다.
검이 자신을 향해 있는 데도 그저 킥킥 실없이 웃기만 할 거 같은 소고. 나직하게 거친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내려보는 렌의 무표정을 바라볼 거야. 마치 샅샅이 훑어보듯이..

" 하아.. 죽일 거면 죽이십쇼. 당신 손에 죽는 게 마지막이라면 뭐.., 나쁘진 않겠지. "

느릿하게 감겼다 떠지는 붉은 눈이 오직 자신의 전부만을 담아. 후회 하나 담기지 않은 눈빛에 가만히 몸에서 힘을 빼며 저항할 흔적도 없는 게 진심이었지. 그렇지만 이어지는 속삭임에 렌의 표정에서 드디어 파문이 일지 않을까?

하지만 렌.
그렇게 되면 정신 차린 넌 울며 후회할 거잖아. 돌아와, 내 바보 병아리. 안 그러면 정말 목줄 채우고 산책 시켜버린다?


나락au IF
나락으로 떨어진 내 전부.
그런 너의 앞에서 한없이 울며 어쩔 줄 모르는 나.
그리고 당신의 손에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렌. 죽을 거면 같이 죽자, 우리. 그것도 아니라면.. 돌아와, 내게.

9.
비가 쏟아지는 비번 날.
둘 다 타이밍 좋게도 비번을 동시에 따낸 기념적인 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거기다 지금 처럼 빗줄기가 세차게 그려지며 쏟아지는 날이라면 더욱.

얇은 이불,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빗소기, 포근한 품 안. 자신의 전부이자 남편인 소고와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는 날. 아침 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이제는 쏴아아ㅡ 하고 시원하게 쏟아져.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렸나? 태연하게 생각하며 작게 하품을 하고 있자 허리를 끌어안아 오는 단단한 팔. 단숨에 품 속으로 이끄는 힘에 얌전히 딸려들어가. 일어나셨어요? 귓가에 사뿐히 내려앉는 낮게 긁어오는 목소리. 아직 반쯤 잠겨있는 그 음성에 어깨를 움츠리다 펴. 몸을 돌려 자신을 끌어안은 이를 올려볼 거야.

" 잘 잤어요, 남편님? "
" 네..아주 푹 자고 말았네요. 내 병아리 부인 보다 늦게 일어나고 말이야. "

품 속에 파고든 렌을 더욱 끌어안아 밀착한 소고가 앏은 침의가 흘러내려 드러난 둥근 어깨에 입을 맞춰. 약간 부드러운 말랑한 감촉이 닿아 웃음을 작게 터뜨린 렌이 팔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지. 창문을 열어놓아 조금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방 안을 채웠지만 이불 속은 포근하기 짝이 없었어.

거기다가 남편의 넓은 품 안은 나오기 싫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지. 하아..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여.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렌이 볼을 부비적거리며 어리광을 부렸지. 그러자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팔이 등허리를 토닥여. 그 다정한 손길에 작게 웅얼거리면서 입술을 내리 눌러.

" 비.. 많이 내려, 소쨩.. "
" 그러게요. 오늘 비번 잡길 잘한 것 같아요. "

안 그랬으면 저 빗 속에서 허우적거렸겠지. 나직하게 해주는 농 섞인 대답에 웃음을 터뜨려. 그건 정말 상상하기 싫은 걸? 쫄딱 젖어 헤엄치고 있었을 지도? 그랬다면 내 병아리에게 튜브를 던져줬을 걸?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속닥속닥거려. 빗소리와 섞인 대화가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았지. 그의 목을 조금 더 끌어안고서 얼굴을 파묻어. 볼을 살살 부비적거리다 입술을 내리 누르자 허리를 다정히 토닥여주던 손길이 멈췄지. 고개를 바싹 숙여 어깨에 묻어오는 움직임이 이어져. 나른하네요.. 잔뜩 녹녹한 음성이 야트막히 귓가에 닿아. 그게 간지럽게 느껴져 작게 웃듯 숨소리를 내흘리며 손에 닿는 긴 갈색 머리칼을 쥐어.

" 이대로 있고 싶다.. "
" 이불 밖으로도 안 나가고? "
" 으응.. 어차피 쉬는 날이잖아.. "
" ..나쁘진 않은데 감당할 순 있겠어요? "
" ..그 발언만 아니었으면 되었을 거야, 바보 도s.. "

타박을 하듯 중얼거리며 손가락에 소고의 긴 머리칼을 감으면서 손장난을 쳐. 손에 착 달라붙는 매끄러운 감촉은 최고였지. 그렇게 한참을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이리저리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고있자 심통이라도 난 건지, 아니면 잠기운에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던 건지 슬그머니 유카타의 오비를 풀고, 느슨해진 옷자락 사이로 기어들어오는 손길에 눈이 가늘어져.

" 소ㅡ쨩.. "
" 왜, 렌? "

부러 말을 길게 늘려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건 천연덕스러운 대답뿐. 거기다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보자 태연하기 짝이없는 뻔뻔한 기색만이 있었지.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심사로 소고를 응시해. 그러자 슬쩍 휘어지는 적안. 맨 허리를 쓸어오는 커다란 손바닥이 방안의 눅눅한 공기와는 다르게 뜨거워 움찔해. 긴 갈색 머리칼을 가지고 놀던 손을 쥐어. 은근하면서도 다분히 열감이 어린 손길이 허리를 지분거리다 위로 올라오려는 순간.

" 아야.. 머리를 잡아당기는 게 어디있습니까, 부인. "
" 거기서 그 음흉한 손이 더 올라오지만 않았다면 잡아당기진 않았을 거야. "
" 음흉하다니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

툴툴거리면서도 멈춰졌던 손이 다시 움직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 왜 더 뻔뻔해지고 능글 맞아진거지? 가늘어진 새침한 밤하늘의 눈이 그를 흘겨봐. 머리카락을 일부러 조금 더 잡아당겨보지만 엄살을 피우기만 할 뿐이야. 태연하게 맨 허리에서 천천히, 느긋하게 올라온 손이 갈비뼈 부근을 쓸어만져. 읏.. 간지럼을 잘 타서 그런지 이런 작은 손짓 하나에도 반응하게 돼. 입술을 깨물며 눈을 찡그리고 있자 즐겁다는 듯 낮게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지척에 있어. 찡그리는 눈 위에 내려앉은 입술이 미끄러지듯 뺨에 머물러. 간지럼을 피우듯이 살살 허리와 이어진 선을 더듬던 손끝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지. 윽..진짜아.. 투덜거리면서도 느릿하게 몸을 쓸어만지는 손길이 싫지는 않은 지 렌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져. 귀엽게 투정을 부리는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열 오른 입술이 찾아들어. 쪼듯이 살짝살짝 닿았다가 떨어지는 게 감질나. 괜히 침을 작게 삼키다가 소고를 한 번 흘겨보는 렌일 거야. 자신을 내려보는 시선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였어.

재촉하듯 잘게 닿는 입맞춤. 아슬아슬하게 허리와 가슴 사이에서 맴도는 손길. 옅게 가라앉은 적안. 나직하게 새어오는 숨결이 조용히 말해와.

당장 원한다고 말해. 라고 ㅡ..
속삭여오는 그 시선에 역시 못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고 말 거야. 살며시 입을 맞추며 시선을 교환해. 널 원해. 그러자 감질나게 맞춰오던 입술이 완전히 맞부딪히며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렌은 눈을 감을 거야. 밖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빗소리와는 상반되게 젖은 소리와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섞인 열 오른 품 안에서 ··· .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10.
여름청춘 삼젯au로.
아침에 등교할 땐 소고의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를 하는 편이야. 렌의 바로 이웃집인 옆.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진짜로 코 닿아서 2층방인 소고 방 창문으로 옆집인 렌의 방으로 넘어 올 수 있음.ᐟ) 오키타家. 남매인 미츠바와 소고가 살고 있어. 그렇다보니 같이 등교를 해. 나란히 도란도란 대화를 하며 걷기도 하지만 대체로 소고의 자전거에 렌이 뒤에 올라타 등교를 하는데 이게 비가 오는 날에는 ··· 힘들어지니까. 우산을 쓰고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야.

이른 아침,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난 렌이 창문 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흐려서는 비가 내려. 아, 오늘은 우산쓰고 가야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꽂혀 있는 폴더폰을 열어보자 와있는 라인. 자신보다 일찍 일어난 소고가 보낸 거였지.

[ 잘 잤어, 바보 병아리? 오늘 비오니까 우산 쓰고 나와. ] 하고 무심한듯 하면서도 나름 소고특유의 라인에 작게 웃어. 답장을 보내고는 하품을 했지. 침대 아래로 내려온 발이 부드러운 러그 위를 거늘어. 조금 휘청이듯 걸어간 몸이 이내 방문을 열고 나서겠지. 몇 분 뒤, 사카타家의 대문이 벌컥 열리고, 늦었다며 조금 다급히 우왕좌왕거리며 뛰어 나온 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소고의 자전거 뒷자리에 앉을 거야.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일이 많은데 분명 아침에는 구름이 끼긴 했지만 하늘이 화창했는데 하교할 시간이 가까워지더니 꾸릿꾸릿해지는 거 아니겠어?

설마 했는 데..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니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더니 조금씩 더 낙하해. 황망해진 표정으로 현관에서 비가 떨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던 렌.

" 큰일 났다. 우산 안 가져왔는데. 소쨩도 우산 가져왔을 테고.. "

멍하니 중얼거리며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자 주변에서 자신과 같은 다른 학생들은 하나 둘씩 뛰쳐나가. 이윽고 혼자 남게 되었지. 이거 금방 비가 그칠 거 같진 않은데. 점차 빗줄기가 세지는 기분에 울상을 짓고 있던 그 순간. 끼익ㅡ! 하고 브레이크가 걸려 바퀴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 렌! 빨리 타!!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바라보자 다름 아니라 자전거를 가지고 온 소고였지.

" 소쨩?! 아니. 그..! "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로 당황해 있는데 소고가 자전거를 세우고 다가와. 그러더니 ㅡ 입고 있던 까만 가쿠란을 벗는게 아니겠어?

" ㄱ, 가쿠란은 왜 ··· ! "

잠만 소쨩?! 당황한 목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쏟아져나와. 소고가 벗은 가쿠란이 자신의 머리 위에 덮는 것과 동시에 손목을 탁 잡고 뛰는 거야. ㅁ, 뭐야? 뭔데?! 놀라 커진 눈으로 물어보나 그의 손에 이끌려 덩달아 뛰어. 자전거 뒷자리에 앉히는 손길에 떠밀리듯 앉게 되었지. 비에 젖기 시작하는 가운데 S자가 그려진 푸른 반팔 티셔츠. 축축하게 젖어 가라앉은 갈색 머리칼. 그 아래에서 자신을 보는 적안과 꼭꼭 여며주듯 머리에 씌여준 가쿠란을 정리해주는 손길.

" 제대로 쓰고 있어. 전속력으로 달릴거니까 꽉 끌어안고. "
" 소쨩은?! 지금 다 젓고 있잖아! "
" 네가 젖는 것보다는 낫거든? 난 괜찮지만 넌 교복 젖으면 다 비치잖아. 바보야. "

잔말 말고 내 허리 끌어안기나 해.
그의 배려에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버려. 잘게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보자 자전거에 올라타 자신의 팔을 잡아 허리를 끌어안게 해. 쿵쾅건기듯 빠르게 심장이 뛰어 렌은 소고의 가쿠란을 움켜쥐었지. 무심한 듯하면서도 자신에게만은 향하는 세심한 배려에서 그의 다정함이 느껴져서 그럴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껴.

그가 좋아서. 너무 설레서.

토독토독 얼굴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시원해. 달아오른 열기를 식혀주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오래 걸릴 듯했어. 페달을 밟기 시작하는 그의 허리를 당부했던 대로 세게 꼬옥 안아. 긴 검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흘러내려. 제 등 뒤로 톡 기대오는 온기에 소고가 슬쩍 뒤를 돌려보려고는 빠르게 달릴 거야.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
마찬가지로 우산을 안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 다급하게 뛰어가는 것도, 단란하게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비가 와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지나가. 빗줄기에 차갑게 식어 서늘해야하거늘. 자신이 기대고 있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온기가 따스해서. 이제는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소리를 숨기며 렌이 웃고 말 거 같아. 그 웃음 소리에 피식 웃던 소고가 묻겠지. 왜 웃고 있냐고.

" 그야! 이렇게 소쨩이랑 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게 너무 기분 좋아서! "

아직은 빗줄기가 거세지 않아 시야를 약간 가리기만 해 소고 한 손으로 맺힌 비를 훔치며 소리쳐오는 그 대답에 그도 덩달아 웃지 않을까? 나름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거든. 피식피식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막지 않으며 폐달을 밟던 소고의 손이 코너를 꺽는 부근에서 핸들을 돌려. 악..!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는지 몰랐던 렌이 그의 등에 얼굴을 박아. " 아프잖아..! 말해주지! " 얼얼한 코를 문지르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어와.

" 바보같이 못 본 건 너야. "

타박하며 낄낄 웃은 그가 저 멀리 보이는 집들에 서서히 속도를 줄였지. 끼익, 하고 브레이크를 잡아 멈추는 소리가 들리며 이어 소고의 등을 끌어안고 있던 렌이 빼꼼 고개를 내밀어. 다왔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져서 괜히 비에 젖은 까만 가쿠란을 쥘 거야. 뒷자리에서 내리자 조금 고인 물웅덩이에 물방울이 단화에 튀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맙다고 배시시 웃으며 말하고는 소고의 옆 집인 자신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 왜냐면 소고의 집 앞에서 멈춰서게 되었거든. 그의 배려로 걸치고 있던 가쿠란을 그에게 건내줘야하나. 내가 빨아서 내일 주는 게 낫겠지? 하는 생각쪽으로 기울어지는데 탁 손목을 잡는 손길이 느껴져. 그리고는 대문을 열며 자신의 집으로 렌을 데리고 가는 소고야.

" 소쨩? "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를 따라 얼떨결하게 들어선 렌이 의아한 기색으로 그를 부르겠지. 그의 집에 놀러가는 일은 자주 있어서 어색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자신을 데리고 들어온 그의 행동에 눈을 깜빡여.

" 수건 빌려줄 테니까 물기 닦고 가라고. 비 맞은 꼴로 들어가면 청소 해야할 거 아니야. "

아니면 여기서 씻고 조금 있다가 가도 상관은 없고. 물기와 진흙이 묻은 운동화를 벗으며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한 낯으로 말해. 그러면서도 슬쩍 뒷목을 쓸어내리고는 렌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가 욕실로 향하지 않을까? 이대로 렌을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자기도 모르게 돌아서는 손목을 붙잡고 데리고 온 거였으니까. 결국 소고가 가져와준 수건을 받고 쭈뻣쭈뻣거리며 갈등하다 슬그머니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이대로 소고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었으니까.

그가 덮어준 가쿠란 덕분에 치마 약간과 머리카락, 얼굴, 다리 등등만 젖어서 다행히 미츠바 언니의 옷을 빌려입게 되었다고···❤ 뽀송해진 상태로 둘 다 나란히 소고 방에서 기대 앉고 손 안에는 따끈한 코코아를 후후 마시며 비가 내리는 밖을 구경하면서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거야.

여름 비가 내리는 푸른 청춘.

11.
10.에 이어 삼젯au로❤
풀었다시피 둘은 평소에 자전거로 등교를 하긴 하지만 하교할 때는 데이트를 하러 가는 일도 많아.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철을 타기도 하겠지.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파르페 가게가 생겼다며 자신의 여자친구를 꼬신 소고(?).

" 맛있는 거 사줄게. 가자. "
" 정말? 갈래!! "

하교하며 손 잡고 소고의 뒤를 쫄랑쫄랑 쫓아. 학교 종이 울리며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현관문을 나서며 나름 친하게 지내는 얘들에게 손인사를 해.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아직도 햇볕이 따사로워. 전철 역으로 향하는 길은 정겨웠지. 교통 카드를 꺼내 개찰구에서 찍어. 삑 소리와함께 먼저 지나가 기다리고 있던 소고의 옆에 나란히 걸어가는 렌. 플랫폼에서 전철이 오길 기다리며 조잘조잘 사소한 대화를 하고 있자 금방 전철이 와. 하교하는 길이라서 그런지 제법 사람이 많아 인파에 휩쓸릴 것 같았지만 단단히 어깨를 감싸는 손.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아 문이 열리는 옆에 서. 앞에는 소고가, 뒤에는 문 바로 옆에 있는 벽에 기대게 되었지. 자신들의 옆을 스쳐지나 나가는 사람들과 곧이어 닫히는 문에 천천히 숨을 내쉬어.

" 사람 많네.. "
" 지금이 가장 사람 많을 시간이니까. "

부딪칠까봐 자신보다 작은 렌을 벽에 몰아세운 소고가 대답해.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보는 시선과 마주해. 왜? 의아한듯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작게 젓는 고개짓. 움직이는 전철에 슬며시 가쿠란의 옷깃을 잡아오는 손짓까지. 옅게 피식 미소가 지어져 자연스럽게 렌의 한 손을 잡고 옆의 기둥을 잡을 거야. 둘이 데이트를 할 곳은 그리 멀지는 않았지. 꽤 번화한 풍경이 지나가더니 곧 도착한다는 음성이 흘러나와 소고가 렌을 툭툭 치며 나갈 준비하라고 해. 그 말에 문을 향해 빙글 몸을 돌린 렌. 이어 전철이 속도를 줄이더니 이어 문이 열려서 떨어지지 않게 자신과 손을 단단히 잡고 이끄는 소고를 따라 갈 거야.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파르페도 먹고, 작은 유원지에서 놀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소품 샵이나 오락실도 들려 신나게 놀고 구경하는 그런 데이트를 즐겨. 렌의 손에 작고 귀여운 키링이 들린 채 소고와의 게임 내기가 무승부로 끝나 아쉬운 얼굴을 해. 오락실을 빠져나오는 하얀 얼굴이 즐거움과 열기로 발갛게 물들어있어.

소고와 노느라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 몰랐는데 하늘을 보니까 해가 지기 시작한 거야. 심지어 여름이라 해가 길었는데도. 오늘 먹을 파르페 맛있었냐고 묻는 그의 말에 밝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엄지를 척 치켜드는 장난기 어린 낯에 그가 낮게 킥킥 거렸지.

" 다음에 또 오자. 푸딩도 맛있긴 했거든. "
" 아. 소쨩이 시킨 푸딩 맛있었지. "

아까 먹었음에도 입맛을 다시는 렌의 표정에 못 말린다는 듯 쳐다봐. 머리를 슬쩍 저은 그가 이제 가자며 흘러내리던 스쿨백을 어깨에 걸쳐. 그리고는 렌의 손에 깍지를 끼었지. 커다란 손에 쏘옥 파묻히듯이 감싸인 손이 작아서. 그는 조금 더 세게 맞잡을 거야.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전철역을 향하는 둘의 그림자는 노을빛에 길게 늘어져 있겠지. 전철을 기다리며 소고와 손을 잡고 있던 렌이 작게 하품을 해.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런가? 졸리네.. 느릿하게 꿈뻑이는 밤하늘의 눈에서는 졸음이라는 구름이 끼기 시작했지. 마침 전철이 도착해 열리는 문에 소고를 따라 들어서. 아직 인구가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라 전철 안은 나름 한적해 앉을 자리가 많았던 거야. 많이 돌아다녀서 조금 아픈 다리를 통통 두드리며 자리에 앉아 약간 늘어져. 졸음을 참으며 하품을 하며 삐죽 새어나온 눈물을 닦았지. " 졸려, 렌? " " 으응..그치만 괜찮아.. " 옆에 앉은 소고가 묻는 말에 작게 웅얼거리며 대답하고 말아. 그런 렌을 바라보던 그가 바지 주머니에서 줄이어폰을 꺼내. 그리고는 조금 정신 차리라는 듯 제게 반쯤 기대있는 렌의 한 쪽 귀에 이어폰을 끼우는 거야. 소고를 응시하자 mp3를 만지더니 이어 들려오는 음악소리.

그의 취향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더 가까운 노래에 졸음에 겨우던 눈이 깜빡거려. 약간 시티팝느낌의 리듬. 잔잔한 가사. 노래에 집중하며 숨을 내쉬어. 덜컹덜컹. 일정하게 들리는 전철이 움직이는 소리. 한 쪽 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가까이 앉아 있어서 희미하게 들리는 듯한 숨결 소리···.

그 모든 조화로운 소리들이 노곤노곤하게 만들어서 자장가와 다름 없게 느껴졌어. 소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뤄진 거지. 고개가 느릿하게 아래로 쳐져. 잠 깨야 하는 데··· 점차 감기는 눈에 정신을 차리려고 시도해봤지만 눈꺼풀이 무거운 건 어쩔 수가 없었지. 꾸벅꾸벅. 아래로 내려가며 움직이는 고개.

잠깐씩 졸다 결국 렌은..
스르륵 옆의 단단한 어깨에 툭 기대며 잠들어 버려. 옆에서 휘청거리며 조는 움직임을 보던 소고는 하는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의 미소를 짓고 있었지.

" 결국 잠들어버리는 거냐고, 바보 병아리. "

제게 기댄 둥근 코끝을 손으로 약하게 튕겨. 인상을 찡그리며 더욱 자신에게 기대오는 몸짓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 하는 수 없네. 단단히 잡고 있던 손이 풀리고 열차의 흔들림 속에서 렌의 어깨를 감싸 안아 편하게 자게 두는 소고. 색색 미약하게 들려오는 일정한 숨소리와 한 쪽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 그는 남은 한 손으로 mp3를 다시금 만져서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들만 나오도록 조작할 거 같아.

그렇게 노을이 지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철 안에서는 갈발을 가진 소년이 쿨쿨 잠든 여자친구를 감싸안고서 한 손으로는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고 ㅡ..

렌, 이제 일어나. 곧 내려야할 역이야.

12.

맹구님

오키타家의 외동아들.
소우를 가졌을 때의 일이었을 거야.

렌이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진선조에서도, 해결사네에서도, 카부키쵸에서도 경사나 다름 없었어. 그만큼 렌이 발이 넓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지. 아무튼..경사는 경사였는데 아이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 잖아. 그 중 하나가 입덧이었을 거야. 그런데 그 입덧을 소우를 가진 렌을 대신 소고가 하게 된 거야.(ㅋㅋㅋ) 처음에는 렌이 입덧으로 힘들어해서 소고도 이것저것 렌이 좋아하던 음식들 구하거나 가지고 와 한 입이라도 먹자고 살살 달래봤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렌이 괴로워하면서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젓는 일이 여러 번. 점점 눈에 보일 정도로 말라가는 게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거야.  

그런 소고도 렌 앞에서는 무심한듯 하나 사소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 다정하고 평소의 소고였지만 렌이 없는 곳에는 달랐어. 조금 더 신경질적이고 날이 서있었지. 자꾸만 살이 쪽쪽 빠져 홀쭉해진 부인이 떠오르고 정말 괜찮은 것인가 하고 걱정이 되어 신경이 곤두서서. 원래는 그의 품에 안겨올 때면 적당히 보기 좋게 살집이 있어 말랑했었던 렌인데. 이제는 품에 안을 때마다 뼈가 만져지니. 둥글었던 어깨를 감싸안고서 렌의 마른 모습에 나오려는 한숨을 대신해서 새어나오는 속마음이란..

" ..내가 어떻게 해서 찌운 살인데.. "
" 그거 잘못 들으면 뉘앙스가 좀.. "
" 사실인데 어때요. 하.. 누님 안았을 때 말랑한 게 더 취향이란 말입니다. "

잔뜩 아쉬움과 속상함이 담긴 어조에 렌도 울적해지고 말겠지. 감정의 기복이 좀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눈썹이 축 내려가서는 먹어보려고 하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 결국 렌이 힘들어하는데 자신만 먹기 싫어 덩달아 살이 빠지는 소고야. 렌이 괜찮다고, 어서 먹고 오라고 소고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야 기어이 몇 입 뜨겠지만 오더라도 렌에게 갈 때는 모든 음식 냄새가 빠지고서야 돌아가.

그리고 이 입덧이 방향을 잃는 일이 생기는데 ···
진선조 둔소 별채인 오키타 家로 렌을 보러온 긴토키.

" 우리 렌이가 왜 이렇게 홀쭉 해졌어. "

아이고오..! 내 여동생 다 죽어간다아..! 안색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얼굴에서도 웃고 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해 오빠로서 안쓰럽고 화가 났어. 속상하기 짝이없었지. 다부진 눈썹이 일그러지며 볼을 긁적이다 배를 감싸는 여동생을 바라봐. 한숨이 절로 푹 새어나왔지. 속상한 마음을 삼키며 렌의 손을 잡고 뭐 먹고 싶은 건 없냐고 물을 거 같아. 뭐라도 당장 렌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과 처남이라고 인정하기 싫은 소이치로(소고)군을 한 대는 무슨. 서너대는 쥐어 박고 싶었어. 슬쩍 옆에서 렌을 부축하듯 서있는 소곤를 노려보는 눈초리는 매서웠지.

그렇지만 입맛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 움직임에 한숨을 억누르며 렌의 볼록한 배를 내려보며 한탄하지 않을까?

" 엄마 괴롭히지 말고 너네 아빠나 괴롭혀라. "
" ..해결사 형씨 말대로 차라리 그편이 더 낫겠네요. "

걱정이 가득 담긴 당부와 소고를 향한 매서운 눈초리(?)를 남기고 오빠인 긴토키가 놀러왔다가 돌아간 그 날 저녁.

뭐라도 먹어야 아이도, 자신도 건강하다는 말에 머뭇거렸지. 먹고 싶은 게.. 너무나도 먹고 싶었던 게 하나 있었거든. 입술을 달싹이며 소고를 보다가 꾹 참았지만. 그런 렌의 수상쩍은 움직임에 한 쪽 눈썹이 성큼 위로 올라간 소고가 떠물을 거 같아.

" 왜 그러는 건데. 할 말 있어? 아니면 ㅡ "
" 읏.. 그게.. 먹고 싶은 게.. "
" 있어요? 당장 말해줘요. 지금 나가서 바로 사올게요. "

화색이 도는 얼굴로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걸이에 걸려있는 하오리를 빼내. 팔을 꿰며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하던 소고는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하오리를 걸치던 몸이 멈칫했어. 왜냐면 ㅡ

" 매운 센베가 너무 먹고 싶어서.. "

미안해, 소쨩...
렌의 입에서 나온 과자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한 사람. 그리움을 불러들어. 그의 세잎클로버. 한없이 그립고도 그리운. 다시 한 번 더 그 잔잔히 웃는 상냥한 미소를 보고 싶은 사람.

그의 하나뿐인 피붙이이자 부모이며 누이였던 이.
오키타 미츠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그의 누이가 좋아했으며, 부슈에서 진선조 둔소로 줄곧 보내주던 매운 센베. 그 과자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 단단히 굳은 입매를 매만지다 몸을 돌려. 잔뜩 시무룩했던 어조. 자신의 눈치를 보던 시선이 축 내려가 고개를 떨궈. 기가 죽은 듯이, 이런 말을 꺼내서 미안하다는 듯 구는 모습에 굳었던 입매가 풀렸지. 하오리를 갖춰 입은 소고가 렌에게 다가가 무릎을 낮춰. 푹 숙인 고개를 들어올리게 하며 흘러내린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넘겨주는 손길이 부드러워.

" 왜 미안해 하는 건데요. 바보 누님. "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피식 웃어. 울망울망거리는 밤하늘이 옅게 물기가 어려있어 눈 밑을 쓸어주며 속삭여.

" 미안해 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

미안해 하지 마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렌의 코를 괜히 한 번 잡아당기며 놓아준 그가 일어서. 코를 문지르며 자신을 올려보는 렌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그 길로 현관을 나설 거야.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손에 비닐 봉지를 든 소고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던 부인의 품 안에 과자봉지를 안겨줄 거야. 매운 센베과자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서 조금 시간이 걸렸거든. 밝아진 얼굴로 침을 꼴깍 삼키던 렌이 봉지를 열어.

매운 냄새가 훅 올라왔지만 어째서인 걸까?
왜 이리 군침이 도는 지..

손에 센베 하나를 든 렌이 와작 하고 한 입 베어. 화끈거리는 매콤함에 코를 훌쩍이며 먹기 시작해서 그 모습을 보던 소고가 어이없기도 하면서 웃기고 귀여워 헛웃음을 짓겠지.

" 흡..매워... 근데 맛있어어.. "
" 예전에 이거 먹고서 누님 울었었죠. "

이번에도 우네요. 매운데..매운데에..맛있게 느껴진단 말이야. 엉엉 울면서 와작와작 센베를 먹는 렌에 그저 바람 빠진 웃음 밖에 안 나와. 결국 소고가 물통을 가져와 렌의 손에 쥐어줬다고.그런 일들이 며칠이 지나고 하자 드디어 소고의 기도(?)가 통했는지 조금씩 렌의 입덧이 끝나가는 데··· . 문제는 반대로 소고가 대신 입덧을 시작해서 황당해하는 시댁 진선조네와 그 소식을 듣고 웃음보 터진 친정 해결사네..

렌은 그동안 못 먹어 한이 맺힌(?) 맛난 음식들을 소고가 사와 움념념하면서도 옆에서 드러누워 얕은 입덧에 고생하는 남편을 토닥토닥거릴 거야.

"미안해, 소쨩.. 힘들면 다른데서 먹을게. "
" 아니요. 참을만 합니다. 이틈에 어서 살 빠진 거나 돌아오십쇼.. 저는 홀쭉한 병아리 부인보다는 통통한 병아리 부인이 좋습..우윽... "

으윽.., 냄새만 맡아도 속이..
이야.. 우리 조카 말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듣네.
망할 해결사 형씨, 음식 들이대지 마십..욱..!!

13.
이전에 탐라에서 봤던 건데..
같이 자면 둘 중 누가 먼저 잠드냐는 그런 거였거든. 신혼 부부인 소고와 렌은 같이 자는 게 당연했지. 그런데 먼저 잠드는 쪽은 대체적으로 렌이 먼저 잠들지 않을까 싶어. 여기서 풀기에는 조금 아슬할 수도 있긴 한데 소고에게 시달리게 되는 밤에는 너무 지치고 노곤노곤 해서 기절하듯 스르륵 잠드는 게 일상이기도 하고.. 그러면 소고가 그런 렌을 끌어안고 잠들겠지. 체력적으로 소고에 비해 딸리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거기다 그 도s의 온갖 괴롭힘을 받아내야하니. 또, 렌은 금방 잠드는 체질이야. 베개에 머리를 대고서 몇 분 안 되어서 스르륵 잠들 거든. 아침 잠도 굉장히 많아 일어나는 게 고역이었지. 자신을 두고 쿨쿨 잠든 병아리 부인이 가끔 괘씸하게도 해서 소고가 심술을 부리지 않을까?

코를 잡아서 숨을 못 쉬게 해보기도 하고, 잡아 당겨보기도 하고. 괜히 볼을 잡아늘려보기도 하며, 입술을 누르고 잡아보기도 하겠지. 그러면 잠투정을 부리며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이 밤눈이 밝은 그의 눈에 훤히 보여서. 일부러 더욱 괴롭혀보기도 할 거야. 먼저 잠들기나 하시고.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제 마음도 몰라주고 세상 모르게 꿀잠에 빠진 병아리를 데리고 괴롭히는 소고.

그러다 한 두번쯤은 뽀뽀나 키스도 몰래 해봤을 거 같기도 해. 숨막혀서 렌이 뒤척이면 끝까지 따라붙어 이대로 깨워버릴까 하고 몹쓸 생각도 해보는 도s 남편이야. 하지만 너무 곤히 쿨쿨 자고 있는 풀어진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얕게 내쉬며 괴롭히려던 생각을 접고 말아. 정말 세상 모르게 자고 있네요. 도롱도롱 코까지 골면서. 고개를 젓고는 얌전히 렌의 옆에 누워 작은 몸을 끌어안자 기다렸다는 듯 안겨오는 움직임. 제 품에 쏙 안겨 무슨 꿈을 꾸는 지 헤실헤실 풀린 입가에 결국 소고도 피식 웃겠지. 그대로 눈을 감고 렌을 안고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쉬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지 않을까?

근데 이건 렌도 똑같을 거 같은게..
아무리 렌이라도 매일 먼저 잠들 지는 않을 거 아니야. 어떤 날은 소고가 먼저 잠들기도 하는데 잠이 오질 않아 뒤척거리다 슬쩍 일어나. 한숨을 폭 내쉬다 옆을 보자 이미 남편은 곤히 잠들어 있고. 밤은 깊었지. 밖에서는 풀 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려오기만 하지. 옆에서는 일정한 숨소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다 살며시 소고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 소쨩..자아? "
" .... "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어. 괜히 그게 야속하게 느껴져서 조그만한 심술과 장난에 그의 볼을 꼬집. 하다가도 꾹 눌러보는 손장난도 쳐볼 거야.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의 잠든 모습에 샐쭉 눈꼬리가 올라갔지. 치사해. 먼저 잠들고. 다른 무수한 밤에 소고가 했던 생각을 고스란히 렌이 해버려. 조금 더 소고를 괴롭히다 아무 반응을 이끌지 못해 삐죽 새침하게 그를 노려보다가 그냥 밤하늘이나 구경할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 ..어디가요.. "

탁 하고 손목을 잡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반쯤 감긴 눈 아래로 흐릿한 적안이 자신을 올곧게 담고 있어서. 깊게 가라앉은 음성은 목울대를 긁어내리듯 낮아 흠칫해.

" 그으, 잠이 안 와서 잠깐 밖에.. "
" 밤이 깊었어요.. "

이리와요, 누님.
자신의 대답에 느릿하게 붉은 홍옥이 깜빡이더니 천천히 숨을 내뱉듯이 속삭여. 나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밤 중에 녹아내렸지. 잡아당겨오는 힘에 스르륵 힘이 풀려 힘없이 풀썩 그의 품 속에 안착해. 빈틈없이 끌어안아 오는 품은 적당히 힘이 있어서 아늑했지. 눈을 꿈뻑이다 올려보자 내려보는 시선과 마주해서 ··· 허리에 감겨오는 단단한 팔과 뒷머리를 감싸오는 손. 바짝 밀짝해 제 품 속에 파묻게하는 손짓에 얌전히 소고의 목에 얼굴을 묻게 될 거야. 잠이 안 온다니까.. 속으로 조금 툴툴거리며 몸을 뒤척이며 편한 자세를 찾아. 익숙하게 소고에게 파고들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자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다정해. 일정하게 토닥토닥 두드리는 움직임. 위에서 느껴지는 숨결. 따뜻하고 포근한 체온.

그 모든 것에 그제야 잠이 몰려오듯 눈을 느릿하게 깜빡여버려. 점차 감겨지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고개를 콕 소고의 목덜미에 박고 볼을 부비적거렸지. 느려지는 숨결을 느끼며 소고도 반쯤 수마에 잠긴 음성으로 속삭일 거야.

" 잘자요, 누님. "

당신이 먼저 잠드는 날 밤에는..

잠을 못 드는 날에 매번 소고가 깨어나는 건 아니라서. 슬그머니 소고 품에서 빠져 나온 렌이 품이 넓은 소고의 하오리를 걸치고 무언가를 들고 툇마루와 이어진 미닫이 문을 열어.

구름이 낀 새벽 중의 밤하늘은 묘한 느낌이 났지. 가려진 달이 구름 사이로 설핏 빛을 내. 툇마루에 걸터 앉은 렌이 기둥에 기대며 품 속에서 들고 나온 것을 꺼내겠지. 그리고는 기다란 곰방대를 입에 물고는 익숙하게 불을 붙일 거야. 밤 중의 일탈. 살짝 빨아들이자 씁쓸한 약초의 향이 폐부 가득 채워. 천천히 내뱉는 희끄무레한 연기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나른하겠지.

그렇게 한참.
달빛 아래에서 무료하게 곰방대를 피우다 품 속이 허전해 깨어난 소고에 의해 들켜서 또 곰방대를 피웠냐고 혼나기도 할 거 같아.


14.
은근히 소고는 자신의 병아리 부인인 렌을 꾸미는 것에 진심이지 않을까 싶어.

렌은 그닥 꾸미는 것에 흥미가 없는데 그렇다보니 진선조 제복이 아닌, 사복도 거의 소고가 선물해준 개량형 미니스커트 유카타고. 5년 후도 소고와 커플인 옷이나 아니면 그가 선물해준 화사한 치파오를 입으니까. 심지어 렌에게 화사한 색감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아주 잘 알다보니까 선물(이라고 하고 병아리 꾸미기)도 연한 노란색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록 분홍빛으로 물드는 고운 색이나 하얀 색에 포인트로 붉은 색이 들어가는 옷들로 준다던가.

옷 말고도 머리장식도 선물해줬는데 그 중에서는 비녀도 있어서.
탐스러운 밤하늘의 머리칼을 한 렌에겐 붉은 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아. 그리고 그 색이 자신을 연상케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소고였어. 하지만 렌에게 선물한 꽃비녀는 붉은 색이 아닌 푸른 꽃비녀를 선물한 건 렌과 다시 재회 했을 때 푸른 하오리를 입었던 모습이 떠올라서 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도 그걸 입었던 렌과 겹쳐보였기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지. 제법 푸른 색도 어울린다는 사실을.

그래서 [ '그럼 자신이 선물하면 되겠네. 그렇게 되면 렌의 온 몸에서는 그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로만 가득할 테니까.' ] 라는 의식이 흘러갔었어. 렌에 한에선 지독한 욕심쟁이인 소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비녀를 선물하면 그 의미가 있다고 해. 그 의미는 프로포즈와 자신의 애정을 고백하는거였지. 그걸 받아 꽂으면 고백을 승낙하는 의미도 있어서··· . 그것을 노려 순찰을 돌다 푸른 색 꽃이 어여쁜 비녀를 발견해 사서 렌에게 선물하며 자신의 애정을 간접적으로 고백하듯 속삭였을 거야.

자신이 선물한 것들로 치장되고 입혀졌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어느 곳 하나에서조차도 그의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기분에 소고는 배부른 미소를 짓고 말아. 그래서 그런 것인지 렌은 모르겠지만 소고는 자신의 병아리를 꾸며주는 걸 제법 좋아해. 하얀 허벅지를 반쯤 가리는 미니스커트형 유카타도 그의 취향이었기도 하고, 하얀 치파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의 취향과 욕망 섞인 욕심이 가미된. 뭐, 렌은 그냥 소고가 선물해줘서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와 데이트 할때는 물론 비번 날에도 자주 입는 거지만. 그것조차 소고가 의도한 대로였을 것 같다.

 

왜, 소쨩? 자꾸 빤히 보고.
아니요. 그냥.. 누구 안목인지 참 옷이 잘 어울려서요.
..자기 얼굴에 금칠하네.
금칠 안해도 충분히 누님 취향이니 됐습니다~

15.
이렇게 더위가 무더운 날에도 순찰을 도는 건 피할 수 없었어. 푹푹 찌는 더위. 피부를 따갑게 꽂히는 듯한 햇볕. 거기다 습기를 머금어서 눅눅한 공기까지. 최악의 조건이었지.

문제는 진선조 제복은 오로지 긴팔로 이뤄진 제복이란 말이야. 심지어 온통 시커먼 까만색.. 빛을 흡수하는 색.
조금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흘릴 수 밖에 없는 조건이지만 순찰을 돌수 밖에 없었던 소고와 렌. 길게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을 높게 올려 붉은 리본으로 묶은 렌의 뒷목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소고도 더운지 인상을 찌푸리며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리고 있었지. 축축 쳐지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내며 렌이 기력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 너무 더워.. 이러다 만두가 되어버릴 거야. "
" 병아리 만두네요. 하지만 이번 만큼은 동감입니다. "

히지카타 죽어버려.. 동시에 자신들을 밖으로 내쫒은(?) 부장을 저주해. 렌도 이럴 때만큼은 소고와 같은 마음이야. 더워도 적당히 더워야지. 꿍얼거리며 버티다 못해 결국 주섬주섬 긴 제복 코트를 벗어. 그 모습에 소고도 제복 코트를 벗어내렸지. 그리고는 단정하게 목에 매고 있던 크라바트에 손가락을 걸어 내리며 느슨하게 조금 풀어내려. 옆에선 렌이 제복 코트를 허리춤에 묶고는 크라바트를 풀고 위에 단추를 하나 풀었지.

하아.. 더위탓에 턱 막히는 것만 같았던 숨이 트이는 기분에 나직하게 한숨을 터뜨려.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렌이 살짝 젖은 앞머리를 들어내. 손부채질을 하며 어떻게든 열을 식히려고 했지.

" ..녹아버릴 거 같은 기분이야. "
" 여기서 녹으면 안 됩니다. 저 녹은 누님 업고 갈 기력 없어요.. "
" 끄응.. 소쨩. 혹시 머리핀 있어..? "

이미 머리를 묶은 리본만 가져왔었던 렌이 혹시 몰라 소고에게 물어봤을 거야. 그러자 돌아오는 건 ··· 제복 코트의 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소고의 손에 머리핀이 두 개나 놓여있었지. .. 내 머리핀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소쨩에게서 나오다니.. 눈을 꿈뻑이며 그의 손에 들려있는 머리핀을 보다가 그에게서 건내받아. 그리고는 젖은 앞머리카락을 옆으로 과감하게 고정시켰지. 훤히 드러난 하얀 이마가 둥그러 소고가 킥킥 웃으며 말해.

" 누님이 깜빡하셨던 거 혹시 몰라서 가지고 다니긴 했죠. "

열을 식히는 렌의 이마에 덩달아 살살 손으로 부채질을 해줘. 그런 소고를 올려본 렌이 볼을 긁적였지. 저번에 머리핀 빼고서 소쨩에 맡긴 그대로 깜빡했구나.. 간혹 소고의 주머니나 손목에 자신의 머리끈이 있는 일이 허다해 익숙하긴 했어. 손부채에 조금 이지만 시원한 기분에 살짝 미소짓다 조금 긴 앞머리가 젖어있는 소고를 발견해.

" 소쨩. 잠깐만 고개 조금만 숙여볼래? "
" ? 왜요? "

의아한 시선으로 반문을 하면서도 순순히 숙여주는 고개에 그의 머리에 손을 뻗어. 젖은 머리칼을 살짝 만지작거리다 옆으로 넘기며 남은 한 개의 머리핀으로 살며시 고정해. 자기와 똑같이 이마를 훤히 드러나게 된 소고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말할 거야.

" 이러면 시원하니까? 소쨩도 많이 더워보여서. "
붉은 실핀으로 고정된 앞머리카락에 소고가 붉은 홍옥을 깜빡이다 슬쩍 미소 지을 거야.

" 어색하긴 하지만 누님말대로 시원하네요. 나쁘지 않아. "

훤히 드러난 단정한 이마에 살랑살랑 자신이 해줬던 것처럼 손부채질을 하는 말간 얼굴이 사랑스러워. 열기로 발그름히 달아오른 볼 하며 까만 머리카락을 옆으로 고정해 보이는 둥근 이마라던가···. 그렇게 제복 코트도 벗고, 크라바트도 느슨히 풀고 단추 마저도 한 두개 푼 불량스런(?) 모습으로 순찬을 마저 돌기 시작하는 오키타 부부 아닐까? 경찰이 하기에는 단정치 못한 자세와 모습이긴 하지만 쪄죽기는 싫었으니까. 그대로 작은 구멍가게에서 쭈쭈바를 사서 입에 물고 한적한 공원으로 직행할 거 같아. 거기서 커다란 나무 아래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늘어지는 것도 좋아.

눈을 뜬 붉은 안대와 반대로 눈을 감은 특이한, 누가봐도 커플 아이템이다.ᐟ.ᐟ 하는 안대를 쓰고 서로에게 기대 낮잠을 잠시 취할지도 모르겠지. 땡땡이를 치는 자연으러울 거야(ㅋㅋㅋ)❤

더워..
덥네요.. 우리 시원한 곳으로 가서 쉴까요, 누님? 이러다 더워서 죽을 거 같은데.
..땡땡이 치자는 거지?
에이. 조금 쉬자는 거죠.
..좋아. 찬성이야!

그렇게 카페로 땡땡이 치러가는 오키타 부부였다.

16.
렌이 소고에게 좋아해 好きだよ。하고 말하면 소고는 사랑해 愛する하고 대답해주는 편이랄까?
장난스럽게 하지만 절대 장난이 아닌 진심을 담아 좋아한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그보다 더 진심이 담긴 속삭임이라. 렌이 얼굴 빨개져서는 입을 뻐끔거리다 작게 말할 거야.

" 私も.. 愛してるよ.. " 라고.
발갛게 물든 얼굴로, 수줍은 모습으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소리치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다 그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그 대답에 소고도 만족스런 배부른 미소를 지으며 렌의 볼을 감싸쥘 거야. 천천히 내려앉는 시선. 그 아래 휘어진 입술과 눈매.

맞닿는 숨결까지.
모조리 너에게 줄게. 앗아가도 좋아.
내 모든 전부는 너에게 있으니까.

本当に 愛してる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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