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邪気で単純な馬鹿なひよこ。
Okita Sougo X Okita Ren
ドS、わがままなずうずうしい狐。
  • XXXX.03.24
  • ある秋の日に
  • そうごれん
프로필
이름
오키타 소고, 오키타 렌(텐노 렌)
생일
07월 08일, 03월 24일
소속
에도 특수무장 경찰 진선조 1번 대 대장, 부대장
취미(総悟)
병아리 놀리고 울리기, 히지카타 암살시도,
남 괴롭히기, 낮잠
취미(連)
맛집 탐방, 통기타 치며 흥얼거리기,
게임, 낮잠, 산책
좋아하는 것
단 것, 매운 음식, 함께하는 시간
싫어하는 것
히지카타(総悟), 치과와 귀신(連),
자신의 선 안의 사람을 해치는 것
이명 (総悟)
도S별의 왕자, 사람 베는 오키타
이명 (連)
적화赤花, 彼岸花, 혹은 혈화血花.
뒤로는 암암리에 절세絕世 라는 이명 아래.
취급
진선조의 트러블메이커와 분위기메이커,
사고뭉치 1번 대 부부
전투력
진선조 천재 검사들, 최강의 검사
현재
에도를 지키는 두 무장 경찰 조직 중 하나인 신센구미에서 전투에 특화된 타입으로 가장 위험한 1번대 대장, 부대장 직을 맡고 있다. 1번대 대장이자 제 상사인 오키타 소고에게 지독하게 감기다 못해 돌돌 엮여버렸다. 그와 원작을 진행하며 이런저런 일이 있던 후 연애하다 1년도 채 안 되어 원작 중반쯤 결혼에 골인. "제 전부를 드릴테니 누님의 전부를 제게 주세요." 현재는 그 세금도둑 양아치 경찰 1번대 부부로 일컫는다. 대장, 부대장으로 주로 같이 페어로 움직이다 보니 순찰은 물론, 임무도 같이 다니는데 심지어는 땡땡이도 같이 쳐 귀신 부장인 히지카타 토시로가 매번 뒷목을 부여잡고 있는 실정. 사자에상 시공이 적용되지 않은 원작 세계라는 설정(작중 나이를 안먹는 세계관을 사자에상 시공이라고 한다.)으로 원작 진행하며 중반 당시에 결혼식을 울렸다.

그 후 진선조 오키타 부부. 또는 1번대 부부라고 일컬는다.
5년 후
극장판 해결사여 영원하라편을 극복하고 최종장 -은빛 영혼 편- 마저도 끝나 이후의 미래. 여전히 에도의 두 무장 경찰 중 하나인 신센구미의 1번대 대장, 부대장으로 활약 중이다. 은빛 영화 편 때 등장했던 신센구미 신제복을 입고 있으며, 5년 전부터 자신이 장발이 취향이라는 게 들킨 후로 꾸준히 머리를 길러온 소고의 허리를 덮을 정도로 길어진 연갈색 머리카락을 묶어주거나 빗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얼마 후 둘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다. 아들이며, 이름은 오키타 소우沖田空雨. 전체적인 외형은 렌의 순하고 사랑스런 얼굴을 더 닮았으며, 부드럽고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에 소고를 쏙 빼닮은 붉은 눈을 가졌다. 렌의 순한 외모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도s 성격을 가졌다. 모두가 그냥 오키타 소고를 뒤이을 도s왕자라고도 일컬기도 한다. 아빠인 소고와 싸우기도 투닥투닥 거리기도 하나 엄마인 렌의 앞에서는 내숭을 떨며 사랑스런 아들의 모습을 보인다. 그냥 부인과 엄마 앞에선 내숭부리는 게 부전자전이라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진선조 내부에서 별관을 지어 신혼 생활 했었으나 소우가 태어난 후 둔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택을 지어 생활한다. 머리는 포니테일로 붉은 리본으로 올려묶고서 같이 긴 연갈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소고가 갓난 아기인 아들 소우를 안고 부부가 에도의 거리를 걷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진선조 짝퉁 발도제 부부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앞으로도 쭉 제 전부인 오키타 소고와,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계속 함께하는 것이 인생 최종 목표이자 꿈이다.
🩷
総悟X蓮X総子
#沖田総悟 #沖田蓮 #沖田総子
沖田総悟
沖田蓮
沖田総子
셋같살
여우들 사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병아리
양 손에 도S
여우들의 병아리 조련일기
전부를 드릴 테니 전부를 주세요.
그게 그렇게 되었다..
진선조 1번대 부부 인터뷰
둘의 첫인상 현인상
🐥 :...짜증나는 얘.
🦊 :
🐥 : ㅁ, 물론 지금 현인상은 소쨩이 내겐 없어선 안되는 전부인걸!! 그때는...소쨩이 자꾸 툭하면 시비 걸었잖아!!
🦊 : ..어렸을 때의 저는 애새끼였던지라..자꾸만 신경 거슬리게 하고 선 그으시는 누님을 무너트리고 싶었을뿐이라구요.
🐥 : (찌릿ㅡ)
🦊 : 네네~ 반성합니다. 지금은 마찬가지로 누님은 제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전부입니다. 없어서는 안 될...그런 존재요.
누가 먼저 고백했나요?
🦊 : 제가 먼저 했습니다. 먼저 반한 사람이 진거라고 하잖아요. 더 누님을 원하고 조급한 제가 해야죠.
🐥 : ...첫키스는 내가 먼저했다, 뭐..
🦊 : Www 제 멱살 잡고 울면서 했죠.
🐥 : 시끄러워!
결혼하기 전 연애기간은요?
🐥 : 우리 연애 반 년쯤 했나..?
🦊 : 네. 연애는 반년 했습니다. 그 후 결혼 했구요.
🐥 : 조금 빠르다고 주위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라고 말한긴 했었어.
🦊 : 아,진짜 제가 누님 짝사랑만 1년 넘게 했었던 건 다들 잊어 버린 건지..후..
🐥 : 그랬었어?!!
🦊 : ...누님만 눈치 못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텐 다 들켰었다고요.. 그로인해 누님을 사랑하게 된 것을 인정하기도 했고..
🐥 : (혼자 몰랏음..)
소고에게 질문! 렌과 어울리는 동물은 뭔 것 같나요 ?
병아리 말고! 🐣💛
🦊 : 병아리 말고요? 흐음..., 작은 소동물류가 어울리시는데 그중에서도 토끼나 강아지 아닐까 싶네요.
🐥 : 어째서?
🦊 : 둘 다 목줄 채우기 좋습니다. 울리기도 좋고요.
🐥 :
서로에게 어떤 부분이 가장 좋은 지 궁금합니다.
🐥: 전부...? 전부 좋다고 한다면 좀 그런가..?
🦊: 흐음..,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가장 좋은 누님의 부분이라.. 금방 화를 내다가도 제겐 약해져 살살 달래면 풀리는 단순한 부분?
🐥: 저기요?! 그거 내가 단순해서 좋다는거지?! 반응이 쉬워서!
서로가 가장 사랑스러워 보이는 순간은 언제?
🦊: 제겐 매순간이 가장 사랑스러워보이지만 굳이 콕 집는다면 저로 인해 울 때가 가장 사랑스럽습니다.
🐥: ..이 도s. 나는 나 때문에 소쨩이 당황해서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을 때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데!
🦊: 그걸 또 언제 캐치하신 건지..
가장 키스를 많이 하는 장소는?
🐥 : ..ㅇ,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이야.조금 당황스러운데요!
🦊 : 뭐. 대충 예상은 갔지만요. 어디 보자, 가장 키스를 많이하는 장소라.. 따로 장소는 아니고 그냥 하고싶을 때 합니다.
🐥 : ..그렇게 답해주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데.

🐥 : 그으, 소쨩의 말대로 가장 많이 키스를 한 장소는 따로 없고, 그.. 갑자키 키스를 하고 싶을 때 해! 물론 하지 말아야 할 때와 장소는 가리고!
🦊 :누님이 싫어하는 장소도 있고요~ 예를 들어 시내 한복판?
🐥 : 다음날 신문에 오른다구! [진선조 1번대 대장•부대장 시내 한복판에서 키스?!] 라고!!
사내 연애인데 일할 때 서로 보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나요?
🐥 : ..오키타 대장님이 땡땡이치자고 하면 같이 나가서 뭐할까?
🦊 : 오늘은 누님과 어디서 땡땡이칠까..?

🍧 : ..누가 세금 도둑 부부 아니랄까 봐..
공통되는 관심사는?
🦊 : 요즘 저희의 공통되는 관심사가 생겼죠, 마침.
🐥 : 응, 생겼지.
🦊🐥 : 히지카타 암살. 죽어, 히지카타!!

(..서류에 파묻혀 있다고 합니다.)
같이 먹고 싶은 음식 있나요?
🐥 : 같이 먹고 싶은 거..아. 소쨩소쨩! 나 요즘 그거 먹고 싶은 데..
🦊 : 어떤 거요?
🐥 : 매운 라멘!
🦊 : 네, 기각입니다. 얼마 전에 드시고 배탈난 거 까먹었어요?
🐥 : 네가 타바스코 몰래 뿌려서 그런 거잖아ㅡ!!!!
데이트를 할 땐 주로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나요?
🦊 : 데이트는 주로 공원이나 카페를 갑니다. 순찰땡땡이 겸으로요. 아님 방에서 데이트도..
🐥 : ..그래서 가끔 혼나지. 히지카타씨에게..
🦊 : 데이트라고 할 것도 없이 누님과 저는 부부이기도 하고 직장에선 대장 • 부대장 페어니까요. 늘 매일 같이 다닙니다. 무엇을 하는 지는... 그야 가벼운 일상대화나 스킨쉽.., 또는 (자체검열)?
🐥 : (굳음)
🦊 : (자체검열)은 방에서만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야외플도 ㅡ
🐥 : 거기까지 해ㅡ!!!!
가장 최근에 서로를 보고 든 생각은?
🦊 : 오늘은 누님을 어떻게 울려야 할까?
🐥 : 소쨩의 유리검 깨고싶다...
🦊 :
🐥 :

🦊 : ...이건 좀 상처네요.
🐥 : ....망할 도s
마지막으로 렌 아가씨께 뽀뽀 한 번만 해 봐도 되나요?
🦊 : ...뭐죠. 이 신박한 질문은? 저도 당신 한 번 체포해도 됩니까? 우리 한번 즐거운 시간으로 (삐ㅡ)해 (삐이ㅡ)해도 ㅡ
🐥 : 스톱! 스톱스톱!!!! 이 도s야 적당히 해!!
Gintama/Story

 

총 공백포함 41,641

#沖連_오키렌

1.


•──────⋅☾ ☽⋅──────•
𝑻𝒓𝒊𝒄𝒌 𝒐𝒓 𝑻𝒓𝒆𝒂𝒕ᥫ᭡ˎˊ˗
그것도 아니면 확 잡아 먹어 버릴 거야.ᐟ.ᐟ

𝓒. 수업님

 
" 오늘은 병아리가 환장하는 날이네요. "
" 사탕과 초콜릿에 눈이 돌아가는 날이지. "

똑같은 얼굴, 똑같은 어조, 똑같은 몸짓.
자신의 남편과 부인인 오키타 쌍둥이의 놀리는 듯한 상황에 렌이 시선을 피해. ㅇ, 아니.. 그정도는 아닌데.. 자신이 달달한 군것질거리를 좋아해서 입에 달고 살긴 하나 마구잡이로 강탈(?)하진 않는다고? 내심 찔리는 양심을 뒤로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자 가늘고 길쭉한 손가락이 아랫입술을 톡톡 두드려. 부리 나왔어요, 언니. 나른하게 반쯤 뜬 붉은 눈에서 웃음기가 어려있어. 긴 갈색 머리칼을 특유의 사이드 포니테일로 묶은 소코가 싱글싱글 웃었지.
 
입술을 부리라고 말하며 놀리는 자신의 부인인 소코를 밉지 않는 시선으로 흘겨본 렌이 내밀었던 입술을 쏘옥 집어넣어. 괜히 투덜거리며 묻고 말 거야.

" 그래서 뭐 하려고? 장난이라도 치게? "
" 어라? 답지 않네요, 내 병아리 씨. 이런 날에 옳다구나 하고 먼저 장난 치실 줄 알았는데. "
" 흐음.., 내 병아리가 오늘 같이 합법적으로 간식을 뜯을 날을 놓칠 일이 없을 텐데 ··· "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심한 얼굴로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자신을 보는 소고와 턱을 쓸어내리며 얕은 비음을 흘리는 소코에 렌이 억울해져. 아니 내가 무슨 과자강탈범이냐고! 간식 뜯는 건 좀 솔깃하긴 한데!!

" 무엇보다 저희 간식창고 동났습니다. "
" ..뭐? 잠깐..뭐?! "

소고가 덧붙이는 말에 까만 눈망울이 확 커져. 다급하게 우당탕탕 쏜살같이 달려간 렌이 벽장 문을 벌컥 열어젖혔지. 그곳은 그들의 간식창고로 군것질거리들을 넣어놓는 곳이있어. 원래라면 그래도 어느정도 간식들로 빵빵했을 텐데.. 무슨 일인지 창고가 휑해서는 텅 비어있는 게 아니겠어. 황망한 표정으로 창고를 멍하니 보는 렌의 뒤로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소코가 다가와 뒤에서 작은 몸을 끌어안아.

" 저번에 셋 다 비번을 따낸 날에 밀린 영화랑 드라마 본다고 다 털었잖아요, 언니. "
" ..ㄴ, 내 간식창고가아... "

소소한 내 행복이.. 
맑았던 얼굴에 먹구름이 끼듯 어두워져 좌절해. 힘이 쭈욱 빠져 소코에게 안겨있던 렌이 기대며 암울해졌지. 비록 다 먹지는 못하나 간식창고라 명명한 곳이 가득차있는 걸 볼 때마다 굉장히 배부른 기분이 좋았던 지라. 그랬었는데 저번에 탈탈 털고서 깜빡하다니!!

" 그래서 어쩌실 생각입니까? "
" ..합법적으로 과자를 털 수 있는 날에 안 털면 그건 오히려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 "

아까와는 딴 태도로 돌변한 렌이 눈을 번뜩여. 침울해하던 자신들의 병아리를 토닥이던 소코가 킥킥 웃으며 렌의 볼을 꾸욱 누를 거야. 거 봐. 언니라면 할 거라고 했잖아. 소코의 말에 피식 잔웃음을 남긴 소고가 또 다른 벽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오겠지. 그건 뭐야, 소쨩? 하고 렌이 묻자 들고 있는 옷가지 하나와 무슨 약이 든 물약병 두개를 흔들며 소고가 대답해. 뭐긴 뭐겠어요. 할로윈 기념 코스튬이죠. 그의 대꾸에 눈을 꿈뻑거린 렌은 빤히 그가 들고있는 것들을 응시했어.

" ..너무 본격적인 거 아닐까? "
" 무슨 소립니까. 이왕하는 거 본격적으로 해야 뒷말이 없죠. 할로윈 날에 괴롭힘 당하기 싫으면 과자나 내놓으라고 협박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그런 옷차림이요. "
" 저게 맞아, 소땅? "

뭐. 바보 치와와가 잘 준비하긴 했네요. 렌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며 묻는 말에 소코가 나름 흡족한 티를 내며 어깨를 으쓱여. 누가 치와와라는 거야, 망할 마녀. 으르렁거리듯 소코에게 대답한 소고의 시선이 아까부터 제 쌍둥이에게만 안겨있는 렌을 응시해. 불만스런 눈빛으로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팔까지 훑어본 그가 그들에게 다가가. 그러고는 멀뚱히 자신을 보는 렌의 손목을 잡아당겨 붙어 있던 둘을 분리시켰지. 소코의 시선이 사나워져.

" 그만 붙어 있고 이거나 받아요. "
" 너.. "

반쯤 나른히 뜨고 있던 눈매가 뾰족해져선 그를 노려봐. 뭐, 어쩌라고.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받아친 소고가 렌의 품에 레이스가 달린 제법 품이 크고 긴 빨간 망토를 안겨줬지. 소고에게서 받은 빨간 천을 손으로 들어봐. 레이스가 하늘하늘하고 모자를 고정하는 리본이 포인트인 붉은 망토는 제법 천이 두껍고 보드라웠어. 이거 정말 코스튬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천의 감촉에 렌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 모자 안 쪽을 쓸어 만지자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 좋았지만 ...

" ..왜 나만 이거야? 소쨩이랑 소땅은? "
" 저랑 저 망할 마녀는 늑대입니다. 빨간 망토랑 늑대는 한 세트잖아요. "
" ..그니까 왜 나만 빨간 망토인데.. "

물약이 든 병을 소코에게 하나 건네 주고 있는 소고에게 볼멘소리로 물어. 그의 말을 듣자 하니 자신만 빨간 망토라고 하잖아. 나도 늑대역 잘 할 자신 있는데. 눈을 가늘게 뜨며 렌이 두 사람을 응시해. 그러자 소코가 작게 웃으며 렌을 보고, 소고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이더니 뚱한 자신들의 병아리에게 대답했지.

" 그야 누님은 늑대랑 이미지가 영 안 맞으니까요. "
" ..... "
" 삐약삐약 우는 병아리긴 하지. "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대꾸에 렌은 할 말을 잃어. 늑대랑 빨간망토? 한 세트이긴 하지. 그런데 내 이미지랑 늑대가 안 어울린다고 그렇게 때리는 건 어디있는 건데...ㅠ? 조금 억울하고 서러운 기분에 토라져버려. 입술이 완전 삐죽 튀어나와서는 자신의 남편과 부인을 흘겨봐. 그 모습에 오키타 쌍둥이가 킥킥 웃더니 렌을 재촉하겠지.

" 빨리 걸쳐요. 빨간 망토 병아리씨. "
" 바보 치와와가 언니에게 어울리는 걸로 가져왔잖아요~ 네? "

분명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소코가 입가에 미소를 걸친 채 다가와서는 렌이 끌어안고 있는 망토를 가져가. 붉은 천을 펼쳐들더니 둥근 어깨 위에 두르고는 잔뜩 삐죽삐죽 내밀고 있는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내려. 읏.., 소땅! 잘게 내려오는 입술에 옅게 도화빛으로 물든 볼이 사랑스러워. 나른한 적안이 둥글게 휘며 손을 느긋하게 움직였지. 길게 내려오는 붉은 끈 리본을 쥐고 렌의 망토가 흘러내려가지 않게 묶어 고정시킬 거야. 예쁘게 리본을 묶은 소코가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며 렌을 훑어봐. 그러는 사이 눈을 찡그린 소고가 뚱하니 다가와서는 수줍어하고 있는 렌의 고개를 살짝 돌렸어. 그러고는 방금 제 쌍둥이가 도장을 찍듯 입울 맞춘 발간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지. 소쨩까지.. 서로 영역표시를 하듯 입술을 꾸욱 눌러오는 말캉한 감촉에 렌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 느릿하게 떨어지며 아랫입술을 핥아오는 행동에 렌이 움찔하고 말았지.

" 진짜 둘 다... "
" 먼저 시작한 건 저쪽이라서. "

새빨개진 얼굴이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소고와 소고를 흘겨보는 소코를 향해. 열이 오른 볼을 두 손으로 꾹꾹 누르며 몸을 베베 꼬아. 매번 서로 질세라 애정과 질투가 서린, 자신을 보라는 의도가 담긴 질투에 렌은 어쩔 줄 몰랐어. 작게 끙끙거리던 병아리가 결국 두사람을 번갈아 새침하게 응시하고 말았지.

자신들이 고르고 고른 개량형 미니스커트 유카타. 연한 노란색에서 점차 내려갈 수록 분홍색으로 곱게 물든 옷자락. 하얗고 분홍빛의 벚꽃들이 수놓아져 있는 유카타 위에 레이스가 달린 빨간 망토를 입은 렌은 잘 어울렸어. 말 그대로 그들의 사랑스러운 빨간 망토 병아리였지. 물론 부루퉁해져서는 둘의 입맞춤에 발그스름하지만. 

" 아, 진짜! 이러다 할로윈 다 지나가겠어!! 빨리 가자구! "

자신을 내려보며 배부른 기색을 보이는 둘을 결국 렌이 빨개진 얼굴로 이끌고 나갈 거 같다. 각각 한 팔씩 팔짱을 끼고 재촉하자 못 이기는 척 움직이는 쌍둥이. 너무 재촉하지 말아요. 아까는 빨리가자고 했으면서! 에이, 언니도 참 어디 과자가 도망가겠어요? 투닥투닥거리며 어깨를 으쓱인 소고가 먼저 준비해뒀던 약을 마실 거야. 약간은 의심하는 시선으로 그를 보던 소코도 약을 들이켰지. 그런 둘을 보며 렌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쉬며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어.

..문제는 그건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왜 진정하는 시도가 실패로 끝났냐면.. 둘이 할로윈 기념 과자강탈 수단으로 준비한 그들의 코스튬이 문제 였지. 물약을 마신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쫑긋 선 갈색 귀와 보들보들하고 보송한 갈색 꼬리가 생긴 거야.

" 어때요, 누님? 꽤나 감쪽같고 퀼리티가 좋죠? "
" 흐음.. 이거 일시적인거지? "
" 내일이면 돌아올 걸? "
" ........ "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소고와 소코를 보던 렌은 굳어버렸지. 원래 진짜 귀가 사라진 대신 머리 위에 생긴 귀를 만지작거리던 소코가 자신들의 가운데서 쩡 굳어있는 렌을 발견해. 이미 렌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소고는 웃음을 꾹 참고 있는 상태였지. 발갛게 물든 사랑스러운 볼, 살짝 벌어진 입술, 동그랗게 커진 밤하늘의 눈이 그들의 꼬리와 머리 위의 귀에 집중되어 있어. 살랑살랑 갈색의 꼬리가 움직이자 시선이 따라가 소고는 웃음기가 어린 음성으로 속삭이겠지.

" 마음에 드시나보네요. 만져보실래요? "
" 응..! 만져볼래.. "

그의 속삭임에 홀랑 넘어간 렌이 홀린듯이 고개를 세게 끄덕여. 그게 마치 늑대의 꼬드김에 넘어간 빨간망토 같아. 동화 속에서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들 앞에 있는 빨간 망토는 굉장히 욕망이 넘치는 병아리였지. 냉큼 손을 뻗으며 렌이 소고의 귀를 살며시 만져. 발돋움을 하면서까지 한 작은 손에 닿는 귀는 굉장히 보드라워서 진짜와 같았어. 자신의 손안에서 쫑긋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져 렌은 몰입한 표정으로 두 손을 이용해 소고의 귀를 만지작거리다 이윽고 갈색 꼬리를 향해 손을 뻗는데 ···

" 자, 여기까지. 꼬리는 과자 다 턴 다음에 만지게 해줄게요. "
" ㅇ, 안 돼!! 꼬리ㅡ!! "

자신의 두 손을 잡아 막는 소코의 손에 세상 절망한 표정으로 렌이 절규해. 아무리 봐도 저 복슬복슬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꼬리는 참을 수가 없었는 걸. 이따가 제 꼬리도 있다고요? 조금 툴툴거리며 렌의 두 손목을 잡은 소코가 보란 듯이 자신의 꼬리를 살랑거려서 ㅡ.. 보드라워보이고 이런 모에(?) 요소에 굉장히 약하다 못해 욕망 넘치는 렌이 아쉬운 시선을 그들에게 던지고 말 거야. 내가 꼭 저 탐스러워 꼬리들을 만지고 만다.. 자신들의 병아리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과자를 강탈할 수 있을 동기부여를 제대로, 확실히 한 오키타 쌍둥이들. 기어코 빨간 망토를 가운데 두고서 둔소 내를 발칵 뒤집고야 말겠지. 있는 과자, 없는 과자들은 물론이요. 사탕과 초콜릿 등 다양한 군것질거리들을 노리고 말 거야.

그러고보니 소쨩, 소땅. 뭐라고 외치면서 사탕 달라고 하지?
그야 당연히 ··· 

늑대라고 우기고 있긴 하나 렌의 눈에는 여우같아 보이는 자신의 두 여우가 시선을 잠시 나누더니 굉장히 제멋대로고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제 병아리에게 해답을 주지 않았을까? 

𝑻𝒓𝒊𝒄𝒌 𝒐𝒓 𝑻𝒓𝒆𝒂𝒕!!
사탕 안 주면 괴롭히거나 확 잡아 먹어 버릴 테야.ᐟ.ᐟ

2.
K- 패치로 pc방 가서 게임 하는 소고렌 보고 싶어져. 
노는 걸 좋아하는 병아리. 게임도 나름 잘하고 하다 보니 pc방 데이트도 좋아하는 편이겠지. 소고도 그 나이 대 소년 답게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렌이랑 같이 가끔 pc방 가서 놀기도 할 거 같아. 그런데 티어는 과연 누가 높을 지..
 
조금 반전으로 렌이 힘숨찐(?)이라는 것도 웃길 거 같아. 소고 보다 더 본계정은 티어가 높고, 그런데 약간 소고 기를 살려주려고 부계정으로 소고랑 같이 하고. 거기다 라인은 주로 서포트로 가지만 렌의 주 라인은 미드랑 봇인 것도 좋을 거 같아. 소고는... 정글이나 사수. 진짜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역시 PC방의 진짜 묘미는 맛있는 음식들이지. 렌은 아마 그걸 노리고 갔을 거 같기도 해. 게임을 하면서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같이 감자튀김을 우물우물 거리며 게임에 집중하는 소고와 렌.
 
머리에는 헤드셋을 하고서 같이 랭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렌은 미드 가고, 소고는 정글 가서 학살(?)하는 것도 웃길 지도 몰라. 진지한 표정으로 우다다다...

" 으아아! 궁궁궁궁!! 거기서 궁을 박아야지!!! "
" 쿨탐 얼마나 남았어, 바보 병아리? "
" 15초. 점멸은 아까 썼는데.., 하.. "

상대 정글 보이면 핑 좀 찍어줘. 눈을 찡그리며 열심히 막타를 치고 킬을 따내는 렌을 보고는 소고가 말하겠지. 응. 알았어. 하고 들려오는 대답을 듣고는 그대로 상대 정글의 경험치를 뺏어 먹기 위해 갱킹 가는 소고일지도.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면..
갱킹에 성공한 정글 소고가 무럭무럭 성장(?)해서는 학살하고 다니고, 막판에 미드 렌이 딸피인 적군들 광역 궁으로 즉사 시켜서 승리 했을 거 같아. 승리의 자축으로 환하게 웃으며 소고랑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남은 콜라를 드리킹하겠지. 나름 중요한 판이긴 했거든.

승급전이라는....
 

 K-패치. Pc방 데이트!

렌. 너 진짜 초보 맞는 거야?
ㅇ, 어..? ㅊ, 초보 맞아! 응!
흐응...(조금 의심의 눈초리)
(내심 찔려서 시선 피하는 중)

막간 해당 TMI 겸 짤막 이야기.
 

  1. 사실 렌은 소고를 본계로 랭을 뛰다가 발라먹은 적(?)이 있다. 그 날은 소고에게 토라져 게임을 하다 승급전에서 소고와 적팀으로 만났고··· 이하 생략.
  2. 소고는 승급전에서 자신을 처참히 바른(?) 미드를 떠올리며 가끔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다.
  3. 그때마다 찔린 병아리. 본계는 꼭꼭 숨겨야겠다.. 했으나 후에는 들켜서 소고에게 볼이 늘려지는 벌을 받게되었다는 후문도..
  4. 렌은 미드(법사)캐를 잘하기는 하나 그만큼 서폿도 잘하는데.. 웃긴 건 서폿으로 탱딜힐 삼단콤보를 다해서 소고가 어이없어한 적이 있을 정도 다. (沖: 서폿 맞아......?)
  5. 실은 그냥 서폿탬만 사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마법탬도 조금 사서 섞어 서브딜도 넣고, 탱도 하는.. 가끔 같은 팀 미드나 사수보다 킬을 더 딸때도 있어서 조금 곤란하다.
  6. 소고랑은 정글, 미드를 가긴 하나 그때그때 봇듀도 가는 편. 소고가 가장 못하는 라인은 서폿이고, 렌이 가장 못하는 라인은 정글&탑이다.

3.
 

𝟏𝟏月 秋迎え
카부키쵸 만두 가게 𝙾𝙿𝙴𝙽.ᐟ.ᐟ
𝙲. 크런치 님

 
어쩌다가 카부키쵸에서 만두가게를 열게 된 거지? 머릿속을 가득채우는 의문은 금방 사그라질 수 밖에 없었어. 거울 속에 있는 렌이 치맛지락을 살짝 들춰. 허벅지 위를 올라오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 색 천자락. 귀여운 포인트를 주듯 두 손목에 자리잡은 분홍색 팔찌가 눈에 들어 오고, 검은 색 바탕에 분홍색 포인트가 사랑스러운 치파오를 입고 있는 자신을 응시해.

..왜 치파오인거지?
눈을 꿈뻑거린 병아리가 긴 검은 머리칼을 트윈테일로 올려묶은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려. 만두가게라고 만두 머리를 한 건가? 언제? 내가..? 이게 어찌된 일인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어서. 렌은 그저 멍하니 거울 속의 자신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그러기를 한참.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모르겠는 데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와.

" 뭐해요? 빨리 만두 쪄야죠. 누님. "
" ..소, 쨩.. "

거울 앞에 어벙하게 서있는 제 병아리를 본 소고의 단정한 눈썹이 슬쩍 올라가. 자신을 재촉하는 그를 돌아본 렌은 소고의 치파오 차림에 말끝을 흐렸어.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건데..? 난생처음 그가 치파오를 입은 모습에 입이 스르륵 다물렸지.

붉은 무늬가 포인트인 검은 치파오는 갈색 머리칼을 가진 소고에게 정말 너무나도 잘 어울렸어. 목 위까지 단정하게 채워져 있는 옷깃과 그 위를 스치는 ··· . 없으면 허전한 자신의 소중한 보물이자 한 쪽 귀에 하고있는 붉은 테슬 귀걸이. 그 한 짝이 소고의 한 쪽 귀에 똑같이 자리해 있어서. 렌은 조금 빤히 그의 귀에 있는 자신의 한 짝을 응시해. 내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귀걸이가 소쨩에게.. 그런데 귀 안 뚫었을 텐데..? 눈을 꿈뻑이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가 귀를 언제 뚫고 귀걸이를 하게 된 건지 혼란스러웠지만 제법 잘 어울리는 모습에 그리 싫지만은 않았어.
 
그의 한 쪽 귀에서 살랑이는 붉은 귀걸이를 한참을 응시하고만 있자 그가 다가와. 손목을 잡으며 방 밖으로 이끄는 게 아니겠어?

" 왜 그리 멍하게 있습니까? 빨리 나가요, 우리. "
" ㅇ, 으응.. "

그의 손에 이끌려 방 밖으로 나오는데 홀로 나와서는 주방으로 향해. 그곳은 찜기에서 나오는 연기로 조금 습했지. 한 쪽에는 다음 차례인지 예쁘게 만두가 빗어져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안에 넣을 속재료가 놓여져 있었어. ..저건 왜 있는 건데?! 재료들을 손질하는 조리대 위에 떡하니 놓여있는 재료에 렌은 눈을 의심해야 했지.

왜 만두 속재료에 타바스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것인 지 렌은 간신히 시선을 돌려봤지. 

어디로?
만두를 찌고 있는 찜기로 ··· .

아,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 그치만 소쨩이라면ㅡ.. 너무나도 자신의 남편을 잘 알고 있기에 부정할 수가 없었어. 장사 망하는 거 아니겠지? 급기야 가게 장사까지 걱정해야할 판이었지. 방금까지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된 건지 기억조차 못하는 처지면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소고가 다가와 찜기 뚜껑을 잡아. 뭔가 두려운 기분에 렌은 침을 삼키고는 찜기를 여는 소고를 응시했지. 순간 쏟아지는 뿌연 수증기. 조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빤히 바라만 보고있자 소고가 찜기를 꺼내 보이는 건 ㅡ..

....이게 뭔데?

렌이 황망해진 시선을 던져. 동글동글 잘 빗어진 까만 머리(?), 빼꼼 보이는 동그란 눈, 벌려진 작은 입. 누가 만두를 이딴 식으로 묘사하냐고? 당연히 만두가 저 모양이니까 그런 거지!! 아니지. 만두가 맞긴 해?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에 쩡 굳어버린 제 병아리도 모르고 소고가 태연하게 중얼거려.

" 오. 잘 쪄졌네. "

따끈따끈한 김이 오르는 만두(?)의 볼을 콕콕 찌르는 손짓에 반사적으로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소리칠 뻔한 렌이 입을 꾹 막아. 왜냐면.. 만두가 볼을 찌르는 손가락을 피해 통통 튀었거든.

..롸?
이제 슬슬 멘붕이 오기 시작한 병아리. 약간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 같기도 해. 멍하니 까만 머리의 만두를 괴롭히고 있는 소고를 응시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필사적으로 통통 튀기도 하고 데구르르 굴러가기까지 하며 피하는 만두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기분이 느껴져 묘해지는 거야.

왜 저기서 내 모습이 보이는 걸까..

열심히 도망가보지만 작은 찜기 안에서 얼마나 도망칠 수 있겠어. 만두가 울상을 짓는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해. 결국 굳어 있던 렌이 소고에게 가까이 다가가 웅얼거릴 거야. 큰 의문을 물으면서.

" ..만두 속재료 뭐였던 거야? "

뭘 넣어서 어떻게 하면 만두가 이렇고 굴러다는 데..? 이쯤 되면 저거 살아있는 거 아니냐구.. 만두를 집어들며 소고가 상큼하게 웃는 낯으로 대답해. 그 대답을 들은 렌은 할 말을 잃었지만..

" 아. 이거요? 닭고기요. 맛있을 거 같지 않나요? "
" .... "

 ㄷ, 닭고기...? 도망 치지도 못하고 기어코 소고에게 잡힌 만두가 울상을 지어. 만두에게서는 소고의 말 대로 맛있는 냄새가 풍겨졌지. 하지만 저걸 어떻게 먹어?! 왜 만두가 살아있는 건데! 하고 츳코미를 걸고 싶었지만 이미 상태이상(?)에 걸려서 타이밍을 놓쳤을 거야.

" 이쪽도 다 된 거 같은 데 확인해 보실래요? "
" ...응... "

반쯤 해탈한 어조로 렌이 흐릿한 눈으로 남은 찜기 뚜껑을 들어. 뜨끈한 수증기가 쏟아져 나오고, 따끈따끈한 김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만두와 눈을 마주쳤지. 

.. 뭐랑 마주쳤다고?

동글동글한 적안이 졸린 눈을 하고서는 찜기 위로 빼꼼 고개를 올려 자신을 바라보는게 아니겠어. 그것도 만두가.


" ..이것도 살아있는 거냐구.."

갈색 머리칼, 순한 눈매의 적안. 거기다 만두 하나는 소고의 안대까지 끼고 있으니. 이젠 당황스러운 것을 넘어서 당혹스러워. 흐린 눈으로 갈색 만두..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안대를 쓴 소고를 닮은 만두를 손끝으로 꾸욱 눌러봐. 따끈한 열기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유혹하는데. 잠만..이거..넘..

" ㅁ, 매워.. "
" 그거 하나는 타바스코가 좀 더 들어가긴 한건데요. "

역시 타바스코였어?! 
질린다는 표정으로 태연한 소고를 한 번, 자신을 올려보는 만두 소고를 한 번 본 렌이 모든 것을 포기 하고 말 거야. 그래.. 만두 속에 타바스코도 들어갈 수 있고, 닭고기도 들어갈 수도 있는 거지. 뭐. 찜기에 넣었더니 만두가 살아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 한 번 먹어보죠. 팔기 전에 맛은 봐야 하잖아요. "
" ...뭐? "

끼긱.. 하고 굳어진 고개가 간신히 돌아가 소고에게 향해. 이 만두들을.. 먹겠다고? 그 전에 맛은 생각 안 하고 만든 거였어?! 크게 커진 렌의 눈도 모르고 젓가락으로 자신을 닮은 렌 만두를 집어 드는 소고에 렌이 당황해. 나무 젓가락 사이에 끼워진 만두가 눈에서 물기를 뚝뚝 흘리고 있어서. 렌의 시선도, 소고를 닮은 만두들도, 남은 렌 만두들도 소고의 젓가락에 집혀진 만두와 벌려지는 입으로 시선이 모여. 

" ㅈ, 잠깐. 그거 먹기에는 - ...!! "
" ㅇ, 안 돼ㅡ!! "

벌떡 몸을 일으켜 렌이 조금 숨을 몰아쉬어. 어..라? 몽롱하고 흐릿한 눈이 주위를 느리게 돌아봐. 햇볕이 들어오는 창, 똑딱거리며 일정하게 돌아가는 초침소리, 햇빛에 부유하는 먼지가 살짝 보이는 고요하고 적막이 내린.. 자신과 소고의 집인 안방 안.

" ..꿈이었구나.. "

그래. 사실 이 모든 건 렌의 꿈이었지. 어째서 만두가게를 차리게 된 과정이 기억이 안 났던 건지 이해되었어. 꿈이었으니 기억이 났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꾸물꾸물 이불 속에 파고들어. 나른하고 졸려서 낮잠 잔 거였지, 나도 참... 끄응.. 작게 앓는 소리를 흘리며 한참을 밍기적거리지 않을까?

순찰을 마치고 온 소고가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올 때까지는 말이야.
 

수상한 만두가게 OPNE!

낮잠 주무셨어요, 누님?
으응..조금..
흐음.., 제가 뭔가 좀 사왔는데 드실래요?
뭔데? 맛있는거?
누님이 하도 만두만두 노래를 불러서 만두 사왔습니다.
......그 꿈이 예지몽이었나..

 


4.

눔시리 님

보송보송 병아리 렌한테 그루밍해주는 갈색 여우 소고 보고 싶다.

그루밍해주는 건 좋은 데 ··· 솜털 같던 털들이 축축해지고, 갑자기 눈 앞에 집채만한 여우의 주둥이와 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에 오들오들 떨 수 밖에 없는 병아리. ㅇ, 오늘 정말 잡아 먹히는 건가..💦 하는 마음에 눈을 꼬옥 감고 떨고 있을 거 같다. 왜냐면 병아리는 여우한테 납치 당했던 거라. 소고는 렌을 비상식량 삼아 물고 왔다가 ···

그게 그렇게 되었다.
작고 보송한, 제 한 입거리나 다름 없는 작은 털뭉치에 마음을 줘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나름 애정을 보이듯, 해치지 않겠다는 듯 굴어보지만 병아리에겐 여우는 자신을 한 입에 잡아 먹고도 남는 포식자나 다름 없기에. 여우인 그가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 까지는 나름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래도 나중에는 자신을 보듬어주고 사랑해주는 여우에게 길들여져 결국 똑같은 사랑을, 마음을 그에게 주고 말겠지만.

포식자와 먹잇감은..

..나 이제 안 잡아먹을 거지?
..글쎄...?
..삑?

5.
#렌이_소고에게_욕망대로_행동한다면

먼저 병아리가 꽤나 변태이며 욕망이 넘친 다는 사실만 알려드리겠습니다 ··· .

청순하고 귀여운 미모에 속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도 있어요. 소고는 제 병아리가 변태적이며(?) 욕망이 넘친다는 걸 아주 잘 알지만. 소고한테 메이드복(?), 바니복(?), 에이프런, 기타 등등 입혀보려고 한 거면 말 다했지. 근데 이건 소고도 도찐개찐이잖아! 하고 억울한 티를 낼 거야. 사소한 내기를 둘 사이에서 많이 하는 편인데 역시 이건 보상이 걸려있어야 더욱 불타오르는 법이잖아?

..그래서 서로 벌칙이나 보상 걸고 내기를 하다 보니··· . 심심치 않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법이긴 했지. 응..

그런데 렌은 이미 내기에서 져서 소고에 의해 메이드복과 바니걸은 물론이고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은 깜찍하고 발랄하게 트윈테일을 한 채 목줄 차고 산책(?) 돌기 등 암튼 평소에도 이런짓(?) 저런짓(?)을 많이 당해 봤던 지라.

욕망이 담긴 사심이라고 포장된 약간의 복수심이라고 할까..? 너도 당해봐! 하는 그런 마음이 없진 않을 거야. 사실 이런 건 솔직히 장난(?) 섞인 복수와 같은(쪼오금 많이 사심이 담겼지만) 소고를 향한 렌의 욕망이라면 ··· 원초적인? 그런 욕망은 그저 사소할 거야.

같이 맛있는 것을 배부르게 먹고나서 노곤해지면 포근하고 따스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소고를 끌어안거나 안겨있는 거. " 밥 먹고 바로 누워버리면 나중에 굴러다니게 생길걸요? " 하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타박해오는. 그런 평소와 같은 일상이나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며 행운에 가까운 지도 알고 있기에.

그렇기에 렌은 매일매일 욕망 넘치게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소고도 그런 렌을 보며 대부분 받아줄 거 같아. 바니보이(?)나, 메이드복, 네코미미 등등은 철벽치는 것만 빼고.

너네 참..., 재밌게도 산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벌칙으로 '또' 트윈테일로 머리 묶고서 반포기상태인 병아리를 안쓰럽다는 듯 보는 히지카타와 흡족한 소고였다.

6.
11月11日
빼빼로 행성을 찾으러 출동 〰 .ᐟ.ᐟ

© 퐁코 님

끝이 안 보이는 드넓은 우주!
달콤한 사탕 행성들과 말랑한 젤리 행성들 사이를 누비며 소고와 달콤하고 맛있는 궁극의 빼빼로 행성을 찾아 나서는 데...!

과연 소고와 렌은 환상 속의 빼빼로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인가? 다음에 뵈어요!

" ......이게 맞는 겁니까? "
" ..아마도? "

/
𝑺𝑾𝑬𝑬𝑻 𝑨𝑻𝑻𝑨𝑪𝑲 𝑻𝑶𝑮𝑬𝑻𝑯𝑬𝑹.ᐟ.ᐟ


" ..꿈이었나? "

잠시 부장님에게 서류들을 검토 및 제출을 하고 오겠다는 제 병아리 부대장을 배웅하고 날이 좋아 낮잠에 들었던 소고야. 눈을 뜨자마자 영 웃기고 어이없으며 황당무계 했던 꿈 내용에 실실 바람 빠지는 웃음이 나왔지. 궁극의 빼빼로 행성을 찾아 탐험하며 온 우주를 누비다니. 참 병아리 답다고 해야할 지. 엉뚱하기로 빠진다면 어디가서 서러울 정도인 제 부인인 렌을 떠올리며 슬쩍 나오는 하품을 해. 다시금 어렴풋이 꿈 내용을 떠올려 봐도 웃긴 건 웃겨서 소고는 킥킥 웃어버렸어.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니까. 꿈 속의 누님마저도.

제 아무리 그라고 해도 자신의 렌이 어디로 통통 튀어갈 지 가끔 예측할 수 없거나 비번하게 빗겨나갔던 지라. 렌을 떠올리는 그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 특이하게도 눈을 뜬 붉은 안대를 들어올려 부스스해진 머리칼을 손으로 흐트러 놓아. 그러다 문득 생각해냈어.

" 그러고보니 오늘이 포키(빼빼로) 데이네.. "

제법 서늘한 바람이 살짝 열린 창문을 넘어 들어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11월. 열 한 번째의 햇살을 맞이한 날. 상술이 판치고 다니는 날이기도 했지. 뭐. 자신이나 렌은 상술이든 뭐든 잘 신경쓰진 않지만. 워낙 바빴던 나날이 최근에 쭉 이어진 터라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었어.

요번주 가게와 편의점, 마트들의 한 코너가 각종 포키들로 가득했으니 오늘이 그 대망의 날이라는 걸 눈치 못 챌 리가 없었지. 언제 건내줄까.. 잠시 고민하는 투로 얕은 비음을 내며 소고의 시선이 슬쩍 방 한 쪽 벽장으로 향해. 곧 있으면 누님도 올 거 같은 데 ··· .

" 소쨩! 나 왔어~ "

병아리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나름 신빙성을 높였어. 정말 딱 그 말이었지. 특유의 통통 튀는 듯한 발소리가 타타미 복도를 울려.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이 옆으로 밀리고 그가 고개를 돌려 추위로 조금 발간 얼굴을 반겼지.

" 오셨어요? 조금 늦었네요. "
" ..히지카타 상이 시말서 부분에서 트집 잡으셔서.. "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는 소리에 제게 다가오는 렌의 손을 잡아. 쓰러지듯 그의 옆에 앉으며 렌이 슬금슬금 따뜻한 구석을 찾기 시작해. 둔소 본관에서 별채로 오는 그 잠깐 사이 찬 바람에 노출된 제 병아리에게서 찬 기운이 느껴졌어. 으.., 춥다. 으슬으슬 떨리는 몸으로 중얼거리던 렌이 따끈한 곳을 찾아내. 소고가 앉아있는 허벅지 사이로 차가운 발을 쑥 집어넣은 거지. 시치미를 뚝 때며 뻔뻔하게 배시시 웃는 얼굴에 소고는 기가 차면서도 웃겨 렌을 보며 피식거려. 자신의 허벅지 아래로 꼼지락 꼼지락거리는 발에 고개를 저었지.

" 많이 추워요? "
" 응. 진짜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체감 되는 거 같달까? "

맞잡고 있는 작은 손을 주물주물거리다 다른 한 손마저 달라는 제스쳐를 취해. 잠시 머뭇거리더니 등 뒤에 뭔가를 싹 감추듯 놓으며 냉큼 주는 거 있지.

굉장히 의심스러워.

적안이 가늘어지며 렌을 바라봐. 지긋이 응시해오는 그 시선에 순간 제 발 저린 병아리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휘파람을 휘휘 불어. 딴 짓을 부리며 넘어가려는 그 낌새에 소고가 얕은 비음을 흘리며 의심스럽게 바라보다가 제 손 위에 놓여진 두 손을 주물거렸지. 따뜻하고 커다란 손에 감싸여져 점차 차가웠던 손에 온기가 돌고 손끝이 저릿해. 발가락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그가 주는 온기를 조용히 받고 있자 소고가 중얼거려.

" 수상한데.. "
" 윽.., 진짜 조금은 모르는 척 해 달라고... "

다 들으라는 듯 들려오는 소리에 렌이 찔린 얼굴로 조금 삐쭉거리는 얼굴로 툴툴거려. 체온은 나눠준 소고의 온기로 가득한 손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눈치 빨라서 다 알고 있으면서!! 새침한 눈초리가 그를 향해 날아오자 얼른 내놓으라는 듯이 소고가 입꼬리를 슬쩍 올려. 그 웃음이 얄밉고 뻔뻔해 렌이 속으로 투덜투덜거리면서 등 뒤에 숨겨 놓은 것을, 준비해둔 포키를 소고에게 줄 거야. 자신의 손 위에 놓인, 그것도 병아리가 열심히 만들었을 수제 포키에 배부른 미소가 설핏 어려.

" 완전 치사하고 얄미운 거 알아? "
" 그럼요. 알고서 그러는 건데. "

아침부터 저한테 스리슬쩍 숨기려고 했던 것도 일부러 눈 감아 줬는 걸요?

제 병아리를 놀리며 생글생글 웃은 소고가 정성스럽고 예쁘게 포장된 걸 내려봐. 투명한 봉투 안에 있는 포키들은 종류가 많았어. 거기다 마무리로 붉은 리본으로 묶여져 있는 것까지..

포키가 담긴 봉투의 리본을 살살 매만지다 옆 쪽에 내려놔. 조금 토라진 듯한 모습에 소고가 렌의 옆에 엉덩이를 붙여. 바짝 밀착해오는 그를 흘겨보는 시선이 밉지 않았지. 부루퉁해져선 삐죽 나와있는 입술이 보여. 그게 사랑스럽기 짝이 없어서 숨죽여 웃다가 가는 허리를 휘감아 끌어안아. 제 품에 안기듯 기대진 렌을 내려보며 입을 맞추는 소고 일 거 같아. 그에 사르르 마음이 풀린 렌이 괜히 그를 흘겨보다 눈을 감고 얌전히 키스를 받지 않을까?

참고로 포키는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렌의 품에는 소고가 선물로 안겨준 귀여운 곰돌이 인형이 안겨있는 채로.

저도 준비한 거 있는데.
정말? 뭔데? 포키?
포키도 있는데.. 일단 먼저 마저 뽀뽀 해주시죠? 그럼 드릴 게요.
..완전 초 치사빤스..

+)

" 어..? 그런데 이거.. "
" 알아보시네요. 그거 누님이 저번 순찰 돌때 빤히 보던 그거 맞습니다. "

품에 가득 차서 촉감이 부들부들한 커다란 곰인형을 양껏 끌어안고 있던 렌이 소고가 함께 선물해준 포키를 오독오독거리다 말끝을 흐려. 빤히 곰인형을 내려보며 중얼거리자 뒤에서 렌을 끌어안고 있던 소고가 대답했지. 사실 이번 포키 데이를 기념해서 렌에게 ( 뽀뽀 5번 + 수제포키를 뜯어가고선..)안겨준 선물은 며칠 전 순찰 돌다가 발견한 거였어.

한참 곧 다가올 포키데이를 준비해 가게들 앞에 진열되어있던 걸 순찰하며 구경하던 렌. 잠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거리에 무슨 일은 없는지 물어보던 소고는 포키가 진열된 곳에서 손으로 보드라운 털을 만지던 걸 발견 했던 거야. 그것도 제법 크고 귀여운 갈색 곰인형을. 포키가 든 바구니를 품에 안고있는 인형을 보드랍게 웃으며 만지고 있는 모습을 스치듯 봐서 ···

그 모습이 떠올라 어제 야간 순찰 돌다가 사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벽장 속에 꽁꽁 숨겨놓고 병아리에게 뽀뽀 5번을 요구했다고ㅋㄱㅋ


7.
@: 다들 드림으로 하고싶은이야기가 뭐였는지 알려주라.....


네가 나로 인하여 행복해지고 소란스러우나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를...
너에게 행복과 일상을 선사해 주고 싶어.

욕심쟁이인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너를 그리며 ···

8.
오늘같이 추운 날은 정말 병아리에게 취약할 따름이야. 안 그래도 추위에 약한 데 찬바람이 이렇게 슝슝 불다니? 오들오들 떨며 순찰을 돌겠지만 너무 추워서 코와 볼이 조금 빨개지겠지.

거기다 하도 바쁘다보니 제복을 다 꺼내질 못해서. 추우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렌을 위해 가을겨울용 제복이 따로 있거든. 이렇게까지 안 하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덜덜덜 떨며 고장나있어서. 그런 제복을 바빠서 꺼내질 못했으니. 품이 넓고 그래도 바람을 막아줄 후드제복코트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떠올라. 렌은 흘러나오려는 코를 킁하고 훌쩍이며 간신히 자신의 대장인 소고를 뒤따라 걸었지. 으으.. 진짜 너무 춥다. 이러다 얼어죽는 거 아니야? 겨울 되면 더 추울 텐데.. 동면에 들고 싶은 말도 안 되는 욕구까지 생길 지경이었어. 발걸음이 느리고,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소고가 걱정스럽게 자신의 병아리 부대장을 응시해.

" 괜찮으세요? "
" ㄴ..ㄴ너무 ㅊ, 추워어... "

달달달 떨며 말을 더듬는 렌을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어. 진짜 내가 이 병아리 때문에 못 살겠다. 코를 훌쩍훌쩍킁(?)하고 먹는 모습에 헛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지. 몸은 또 어찌나 떨고, 움츠리며 코끝이 빨간 건지. 때 이른 루돌프가 달려와 야, 너도? 야, 나도! 할 것만 같아.

그러게 제가 옷 꺼내는 게 좋지 않냐고 했잖아요. 요 말 안 듣는 병아리야.

며칠 전 늘어져서 움직일 생각을 안하던 제 부인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결국 뒤쳐진 렌에게 다가가. 볼마저도 찬 바람에 빨개져 있어 두 손으로 살며시 감쌌지. 얼음장처럼 느껴지는 체온이 눈을 찡그려.

" 왜 이렇게 차가워요. 이러다 감기 걸리는 거 아니야? "

귀도 차갑네요. 낮게 중얼거리며 볼을 감싸며 그대로 렌의 귓볼을 만지작거려. 추위로 빨개진 걸까? 손에 만져지는 볼도, 귀도 얼음장 같았지. 손발이 꽁꽁 언 듯한 자신과는 달리 따스한 체온에 렌의 얼굴이 노곤노곤 녹아. 잠시 작은 몸이 살짝 부르르 떨어.

" 으응..소쨩 손은 따뜻해서 좋아.. "

작게 한숨을 내쉬듯 속삭여오는 노곤한 목소리에 소고가 피식거려. 더위에도 약하고, 추위에도 약한 누님과는 다르긴 하죠. 귓볼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조금 얄밉게 웃자 렌이 움찔해. 볼이 더 발갛게 물들었지. ㄱ, 귀는 그만 만져.. 간지러우면서도 뭔가..기분이 묘해 어깨를 움츠러들었지. 렌은 귀가 좀 약한 편이었거든. 소심하게 웅얼거리는 소리에 그제야 귓볼을 쓸어만지던 손길이 멈춰져. 대신 말랑한 볼을 꾹꾹 눌러대는 거 아니겠어. 덕분에 입술이 모아져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되어버린 렌. 소고를 샐쭉 노려보다 알았어요. 하고 웃음기 서린 말에 순한 눈매로 다시 돌아오겠지.

소고가 주는 온기에 취해 노곤하게 있기를 한참. 그의 손바닥에 얌전히 얼굴을 맡기다 고갤 기울여 부비적거려. 그에 조금은 따스해진 볼을 살살 쓸어만지며 귀여운 짓을 하는 제 부인을 내려보다 손을 떼어내. 그러더니 어느 정도 추위로 얼었던 게 풀린 렌의 한 손을 맞잡아. 손을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자연스럽게 넣으며 이끌거야. 단호한 낯으로 말했지.

" 안 되겠네요. 가요. "
" 가다니? 어디를..? "
" 꽁꽁 얼어붙은 제 병아리 부대장씨를 녹여줄 따뜻한 카페요. 누님은 한 번 감기 걸리게 되면 오래가니까요. "

소고를 졸졸졸 따라가게 된 렌이 되묻자 슬쩍 렌을 보고는 다시금 앞을 응시해. 이 근처에 적당한 카페가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으며 주머니 속에 넣은 작은 손을 더욱 맞잡을 거 같아. 렌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소고의 행동에 수줍어하며 발간 얼굴로 작게 웃고 말겠지. 점차 따뜻해지는 손을 커다란 손과 세게 맞잡을 거야.


어느 추운 가을 밤의 시간.

9.
이렇게 입김이 나오고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떠오르는 게 있잖아?

바로 제철 생선들과 따끈한 군것질!

 

모두 가슴 속 한 켠에 비상금으로 200엔씩은 기본으로 들고 다녀야하는 계절이 도래한 거지. 소고도 그랬어. 아직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춥다니.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다잡으며 걸어가. 누님은 뭐 좀 사러 가신다니 왜 이렇게 늦는 건지. 자신 보다 먼저 둔소를 나섰던 제 병아리를 떠올리며 둔소 대문을 지나. 저기 바로 앞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지. 제철 생선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좀 살까? 렌을 생각하며 따뜻한 김이 간간히 새어나오는 마차 앞으로 다가가.


" 여기 붕어빵 좀 주세 ··· . "
" 어서 오세요! ..어라? "

천막을 걷어올리머 들어선 소고는 그대로 멈췄어. 주문을 하려던 말끝이 흐지부지해지고 동시에 당차게 들려오던 목소리의 주인도 당황한 기색이었지. 소고의 시선이 신나게 붕어빵을 굽고 있던 이를 응시해. 커다란 밤하늘의 눈이 꿈뻑꿈뻑. 두 손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긴 까만 머리를 붉은 리본으로 높게 하나로 올려묶고서는 깔끔히 두건을 두른..

...여기서 누님이 왜 나와요?
유카타와 한텐을 걸친 그 위에 앞치마를 입고있는 렌을 말없이 응시해. 렌의 두 손에 들린 붕어빵을 뒤집고 굽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을 훑어봐.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저 몰래 직업 전환하셨나요? "

너무나도 본격적인 차림새에 소고가 물었지. 붕어빵 가게에 가면 매번 만드는 과정을 빤히 구경하던 걸 여러 번 봤었으니 소고의 의구심은 그럴싸했어. 무심한 낯으로 자신을 보며 묻는 그의 말에 볼이 발간 얼굴로 렌이 소리쳐.

" 그럴 리가 없잖아?!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고! "
" 뭔데요? 진선조 1번 대 부대장인 내 병아리가 둔소 앞 붕어빵 가게 주인이 된 사정이 뭔지 함 들어나 봅시다. "

작은 포장마차 안 한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를 끌고온 소고가 거꾸로 걸터앉으며 렌을 바라봐. 등받이에 팔을 올려 받치며 턱을 까닥여. 취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렌은 억울해졌어. 그건 새어나오는 목소리에서도 엿보였지.

" 아니이.., 소쨩이랑 먹으려고 신나게 달려와서 붕어빵을 사려고 왔는데.. "
" 왔는데요? "
" 줄이 조금 있어서 오들오들 떨며 기다렸단 말이야. 다행히 금방 내 차례가 와서 후다닥 들어와 주문을 했었거든? 그런데.. "

입술이 조금 나오며 눈매가 추욱 쳐져 시무룩해져. 의기소침해진 렌이 웅얼거리며 억울한 티를 내. 갑자기 붕어빵 아저씨가 전화를 받더니 다급하게 여기 그냥 두고 뛰쳐나가셨다고오... 붕어빵을 뒤집으며 렌이 잠시 회상했어. 따끈한 김이 솔솔 나는 붕어빵. 두근거리던 설레임. 마지막인 자신의 차례에 침을 삼키며 기다리던 것도 잠시. 갑자기 울려온 전화벨 소리와 그걸 받으시던 붕어빵 주인 아저씨의 표정. 다급히 자신에게 소리치며 천막을 걷고서 달려나가시던 ···.

[ 아가씨, 가게 좀 잠깐 봐주시게!! ]
[ 앗, 네! .... 넹? ]

붕어빵을 보며 군침을 삼키다 갑자기 가게를 대신 봐달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하다 뒤늦게 당황한 소리를 내뱉었던 렌은 이미 밖으로 뛰쳐 나가는 뒷모습을 응시했지. 황급히 밖으로 따라 나가 거칠게 펄럭이는 천막을 부여잡고 아저씨를 붙잡고자 손을 뻗은 채 아저씨에게 소리쳐.

[ 아저씨이이이ㅡ?!! 가게는요! 제 붕어빵은요오ㅡ!! ]
[ 마음대로 하고 마음껏 먹고 가게나!! ]
[ 그런 법이 어딨어요!!? ]
[ 주인장 마음대로지ㅡ!! ]

하하하!! 그 메아리 치듯 울려퍼지는 호탕한 웃음 소리를 끝으로 이미 아저씨의 뒷모습은 멀어져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우두커니 멍하니 서있었던 회상을 끝내.

 

" 아저씨.. 다급하면서도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얼굴이 환하시더라고.. "
" 그랬습니까.. "

응.., 마치 로또 당첨이라도 된 듯이. 굉장히 아련한 표정과 어조로 말하는 렌을 보며 소고가 흐린 눈을 해. 거.., 많이 좋으신 일이 생기셨나보네. 남에게 가게를 맡기고 뒤도 안 보고 갈 만큼. 노릇노릇 구워진 붕어빵을 제게 내밀어 소고가 고개를 쭉 빼서 입을 받았어. 방금 막 구워서 그런지 뜨거우면서도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 의자 등받이에 턱을 받치며 손으로 붕어빵을 들어. 머리부터 우물우물거리며 렌이 구운 붕어빵을 맛본 그는 오.. 하고 감탄했지.

" 이야.. 잘 구웠네요. 장사해도 되겠어요. "
" 헤헤. 그정도는 아닌데에.. "

소고의 감탄 어린 칭찬에 헤실헤실 풀어진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거려. 더 구워줄까? 네. 슈붕으로 될까요? 당연하지! 잠시만.. 반죽이 담겨 있는 주전자를 들고 틀에 붓는 손길이 제법 익숙해. 빤히 렌이 자신이 주문한 붕어빵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지. 슈크림이 든 짤주머니를 들고 듬뿍 짜는 걸 보며 소고가 입을 열어.

" 그래서 신나게 붕어빵을 굽고 계셨던 거예요? 붕어빵무제한뷔페가 되었으니? "
" ㄱ, 그것도 없지 않아 있긴 한데.. 처음엔 내 것만 구우려고 했는데 손님들이 하나 둘씩 오셔서 ··· "
" ..결국 장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네요. "


그것도 아저씨를 대신해서.
입에 붕어빵을 우물우물거리며 뭉개지는 발음으로 웅얼거린 그가 남은 꼬리를 입 안으로 밀어넣어. 바삭한 식감을 남기며 목 뒤로 넘어가. 살짝 아쉬워 입맛을 다시며 렌이 굽고 있는 새 붕어빵을 힐끔 응시해. 다 구워가는 슈크림 듬뿍 특제 붕어빵을 뒤집은 렌이 입술을 삐죽거려.

" 아저씨를 대신해서 어쩔 수 없이 판 거야. 다들 굉장히 아쉬운 표정이셔서. 그리고 옆에 상자 안에 받은 돈들 다 넣어놨는 걸. "

렌의 말마따라 옆에 돈이 들어가는 틈이 있는 상자가 놓여있었지. 슬쩍 툭 쳐보자 제법 묵직한 거 같았어. 상자를 건드리는 걸 관두고 소고가 렌이 주는 붕어빵을 받아. 갓 만들어진 붕어빵들의 따끈한 온기가 가게 안을 훈훈하게 만드는 것을 느끼며 그가 중얼거려.

" 언제쯤 오실련지.. "

 

조금 오래 걸리지 않을까?
소고의 말에 대답하며 붕어빵 반죽을 휘휘 저은 렌이 주전자에 담아. 이것까지만 굽고 그만 구울까. 흥얼거리며 붕어빵무한제공사건(?)에 행복한 듯 미소지으며 신명나게 또 굽기 시작하겠지. 아저씨가 마음껏 먹으라고 했으니까. 이번에는 팥붕으로 ㅡ

그때 였어. 천막이 들춰지는 건.

" 아저씨. 여기 붕어빵 좀 주세 ··· . "
" 한 마리당 천엔 내놔. "
" ...... "

..너네가 왜 여기있냐, 소고. 렌..
정말 뜬금없게도 그들 집 안방 마냥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뒤돌아보며 자신을 발견하고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소고나 앞치마에 두건까지 두르고 붕어빵을 신나게 굽고 있는 렌이나 그의 눈에는 어이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었지. 진선조의 돌격 부대 대장, 부대장이 둔소 앞 골목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농담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겠지만 그의 눈 앞에 벌어진 건 꿈이 아닌 현실이었어. 헛웃음을 뱉은 그는 일단 츳코미부터 걸기로 했지.

" 붕어빵 가격이 무슨 금값이야?! 뭐 이리 비싸!! "
" 몰랐어요? 요즘 물가 장난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너는 천엔 내놔, 히지카타 이 자식아. "

당당하게 손부터 내미는 모습에 화가 울컥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아. 뻔뻔한 낯짝을 보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 심호흡을 해. 됐거든. 내가 안 먹고 만다. 눈을 감고 핏대가 선 이마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려. 슬쩍 떠진 날카로운 눈이 둘을 응시해.

" 그래서 너희는 여기서 뭐 하는 건데. "
" 저는 제 병아리가 붕어빵 만드는 거 구경 중이요. "
" 어쩌다가 주인 아저씨를 대신 장사하게 되었습니다... "
" 지금 그 '어쩌다가' 를 묻는 거잖아.. "

여기에는 조금 기나긴 사연이.. 아련한 눈빛으로 천막 밖을 응시하며 렌이 매어오는 코를 훌쩍였지. 그런 병아리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본 히지카타는 골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어. 다시금 이마를 짚으려는 것을 참으며 한숨을 푹 내쉴 거야.

" 그래.., 더 안 물으마. "
" 붕어빵 하나 드려요? "
" 너도 천엔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 "
" ...천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이거 순 날강도들 아니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해하게 웃는 렌과 사악하게 웃고 있는 소고. 이 환장의 부부를 보며 그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지. 수갑을 꺼내고 싶은 욕망을 내리눌러. 참자. 참아라, 히지카타 토시로.. 셋이서 붕어빵 가격으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데 또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는 거야.

" 여기 붕어빵 있습니..어라? 오키타 대장님과 렌 부대장님? 거기다 부장님까지... "
" 렌 부대장님이 직접 굽고 계시는 겁니까? "
" 와. 갓 구우셨나보네. "

..너희는 왜 아무런 태클도 안 걸고 넘어가는 데. 1번 대 대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셋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렌이 갓 구운 따끈따끈한 붕어빵에 집중해. 그런 그들의 태연한 모습들에 히지카타는 어이가 가출하는 경험을 느꼈어. 붕어빵에 한 눈 팔렸냐고?! 츳코미 좀 걸어! 아저씨 둘이 옹기종기 모여 렌이 구운 붕어빵들을 구경하는 모습이 기가 찼지. 내 거 였는데.. 순한 눈매가 또다시 추욱 내려가며 아쉬운 티를 내. 렌은 종이 봉투를 꺼내며 자신들의 1번 대 대원들에게 입을 열 거야.

" 팥붕? 슈붕? 어느 쪽이 좋아요? "
" 아. 저는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얼마에요? "
" 특별히 500엔만 받을 게요. "

렌이 선심 썼다는 듯 노릇노릇 구운 붕어들을 봉투에 가득가득 담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ㅡ 어느 덧 봉투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으로 가득해. 대신 잔뜩 줄테니까 돈은 이쪽 상자에 넣어줘요. 한 대원의 품에 렌이 붕어빵을 안겨주며 돈상자를 내밀어. 그곳에 짤랑이며 500엔짜리 동전이 쏙 들어갔지.

수고하십쇼!! 하고 환한 얼굴을 하며 나가는 대원들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렌과 붕어빵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소고를 보며 히지카타가 결국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지 않을까 ㅡ..?

" 왜 나만 천엔인건데?! 그것도 한 마리당ㅡ!! "
" 쟤네랑 당신이 같나요? 내놓기나 해요. 천엔. "

이 제멋대로 주인장들아! 소고와 히지카타가 싸우는 소리와 그 와중에 자기 몫의 붕어빵을 다시금 신나게 굽는 렌으로 겨울 날의 둔소 앞 붕어빵 마차는 북적북적 소란스러울 거 같다. 

 

여보시게, 주인장. 여기 붕어빵 좀..
....
....
카츠라아ㅡ!!
이 무슨?! 위장취업 중인가 진선조는?!
그럴 시간에 뛰어요. 코타로ㅡ!!
' 양이지사인 너희는 하필 왜 둔소 앞인 여기에 와서는... '

휑해진 포장 마차 안에서 병아리는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에 허허로이 웃었다고 한다.

10.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추위로 손끝이 발갛게 물들고, 볼이 달아오르는 그 날.
따스한 너의 품 안에서ㅡ..

𝙘.연유 님

 

첫 눈이 내리면 우리 ···
/ 삿포르에 갈까요?

" 하늘이 조금 심상치 않네요. "

슬쩍 상체를 옆으로 빼 창 밖으로 하늘을 본 소고가 말해. 게임을 뿅뿅하며 소고에게 반쯤 안겨 있던 렌이 그를 따라 고개를 쭉 뺐지. 창문 밖의 풍경은 우중충한 하늘로 그의 말처럼 좋지 않은 거야.

" 비 소식이 있었나..? "
" 그러게요. "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보다가 기우뚱 몸에서 힘을 빼. 자연스럽게 자신을 받쳐 안아오는 품과 허리에 감겨오는 팔을 느껴. 비는 안 왔으면 좋겠는데.. 조금 힘없이 중얼거리며 소고의 어깨에 기대 머리를 부비적거렸지. 그러자 슬며시 달래오는 속삭임과 함께 볼에 말랑하고 따뜻한 온기가 닿아.

" 안 올겁니다. 그냥 하늘만 흐릴 거예요. 너무 걱정마시죠. "
" 그렇겠지...? "

네. 하고 대답해오는 목소리에 얕은 웃음을 내어. 미소 한 조각을 그에게 건내며 웃고있자 그가 피식 웃고 말겠지. 만약 온다고 해도 비 보다는 눈이 내리지 않을까 싶은 날이지만요.

 

" 눈이 오는 건 싫어하지 않잖아요. "

렌의 둥근 어깨에 턱을 올리고는 조근조근 속삭이는 소리에 작은 머리가 고갤 끄덕여. 응. 비가 오는 날보다는 차라리 눈이 오는 게 좋아. 추운 건 싫지만 ··· 자잘히 볼에 입 맞춰오는 지분거림이 간질거리면서도 따스해 작은 웃음 소리와 함께 맑게 흘러나와. 소고에게 기대 한껏 말간 얼굴로 그의 입맞춤을 받다 얼굴을 돌려 그대로 뽀뽀해. 문지르듯 살살 입술을 부비적거리다 떨어지며 들고 있던 게임기를 내려놓고 소고의 품 안에 파고들 거야.

" 예전에는 비가 오는 것도, 눈이 오는 것도 싫어했었지만. 이제는 눈이 오는 날에는 울적하고 안좋은 것 보다는 오히려 기대되고 기분이 좋아져. "

이게 다 소쨩. 너로 인해서 변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뒤이어 나오려던 말은 마음속에 내려앉으며 힘껏 그를 끌어 안아. 마주 안아와주는 그의 품이 더없이 따스해서. 다가오는 추운 겨울임에도 무섭지도, 외롭지도, 춥다고 느껴지지도 않게 되었으니까.

겨울의 포근함을 알려준 너이기에. 나는 곧 다가올 겨울이 외롭겠다는 생각보다는 너와 함께한다면 따뜻하겠다고 생각이 들겠지. 이번 겨울도.

" 그건 다행이네요. 눈이 오는 날에도 하루종일 내 병아리 끌어안고 있어야 하나 했는데. "

여전히 이불 둥지 속을 좋아하긴 하지만요. 조금 놀리듯 흥얼거리는 음성에 렌이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어. 끌어안고 있던 허리를 쿡쿡 손가락으로 찌르며 툴툴거리겠지. 

..눈이 오는 날에도 끌어안고 있어 달라고. 
퍽 귀여운 말을 투덜거리며 해와 소고의 입가에 웃음보가 터져 미소가 진해져. 킥킥 웃음 소리를 연신 흘리는 소리에 조금 붉어졌을 얼굴을 숨기려는 듯 렌이 소고의 가슴팍에 폭 얼굴을 파묻었어.

 

" 그럴까요? 눈이 오면 춥고 품이 허전하니 내 병아리나 끌어안고 있어야겠습니다. "

나른하게 그리 속삭이며 렌을 한가득 끌어안고 품 속에 가둬. 그렇게 말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기를 잠시. 소고가 먼저 입을 열 거야.

" 있잖아요, 누님. 첫 눈이 내리면 우리 ··· "

ㅡ 삿포르에 갈까요?

고개를 들자 붉은 적안이 자신만을 담고 웃고 있어서. 렌은 제게 다정하게 눈웃음을 짓는 소고의 목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겠지. 올해도 어서 첫 눈이 내리기를 고대하며 말이야.


삿포르에 갈까요?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온통 하얗게 뒤덮인 그곳에서 당신만을 끌어안고 싶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선명할 세상에서요.

11.

어제 카부키쵸 카노죠 팟 디코하면서 갑자기 떠올랐던 건데 ··· .

삼젯au에서는 원래는 소고가 먼저 렌을 좋아하게 되는 거 였거든? 그런데 만약 반대라면? 심지어 그것도 남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무자각상태라면? 이라는 생각이 든 거야.


운명처럼 전학 오기 전 날, 소고와 마주치고 작은 헤프닝이 있었으나 이차저차 다음날이 되어 은혼 고교로 전학 온 렌.. 3 - Z반, 그리고 소고의 짝꿍이 되어 매번 그에게 놀림을 받기도 하고, 괴롭힘도 받기도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 걸까?

소(고가 스)며든 건지 그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거지.
더 어이없는 건 소고를 짝사랑하는 렌, 본인만 그걸 자각 못했다는 거야. 심지어 짝사랑 상대인 소고가 가장 먼저 그걸 눈치챘는 데. 아무튼 성격 나쁜 소고가 이런 장난감(?)을 놓칠리가 없지. 제 멋대로 가지고 놀며 울리기도 하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울 거 같은 얼굴로 자신을 처량하게 보는  눈. 결국 렌을 놀리다가도 나름대로 다정하게 굴고, 지가 울렸으면서 달래주고, 진짜 완전 도s 답게 굴다가. 어느 날 소고가 렌에게 폭탄 던지는 거야. 렌이 자신이 아닌 딴 남자랑 대화를 하며 웃고 있는 모습에 슬쩍 불쾌감을 느끼며 끼어들어 데리고 와서는.

" 너, 나 좋아하잖아. "


정말 대뜸 폭탄이 던져져 터졌으니. 손목이 붙잡힌 채 자신을 돌아보는 소고를 멍하니 응시해. 머릿속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심장은 곤두박질치다 세차게 뛰고 있어. 후에 든 생각은 들켰다.. 였으니 스치고 지나간 그 생각에 눈이 커져.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자각한 순간이었을 거야.

소고 딴에는 솔직하게 렌이 자각하지 않은 상태가 더 가지고 놀기 쉽고 좋았었는데.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 하며 그 간극의 사이에서 고장난 반응이 웃겼거든. 그랬는데 ···

 

" 어...? 에..? 아니.., 어..? "

떠듬떠듬 입을 열어보지만 말문이 막혀 의문문인 형태로만 새어나가. 눈이 동그랗게 커진채 멈춰서 자각한 동시에 자기 멋대로 뛰는 심장에 어쩔 줄 몰라 화르륵 타오르는 얼굴을 소고는 전부 지켜봤지. 무심한 표정을 가장한 어딘가 한 구석 굳어있는 얼굴이. 그리고 깨져 버릴 거야. 렌의 흘러나오듯 하는 꾸밈 없는 진심에.

" 나.. 너 좋아했, 구나.. "
" .... "
" 좋아, 하는구나.. "


그가 생각지도 못한 얼굴로,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사랑스럽게도 발간 얼굴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로 그리 속삭이며 후련하다는 듯 웃는 얼굴에 소고도 덜컥 고장나 멈칫해.

제 발로 함정에 빠진 격이었지. 왜냐면 렌의 속삭임에 그도 알게 되어 버렸거든. 웃기게도 ㅡ..
그가 렌을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렌을 자각시켜 제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오로지 자신에게만 반응하게 하려는 시도는 웃기게도 되려 자신마저도 몰랐던 마음을 자각하게 만들었으니까. 어찌 웃기지 않겠어. 자조 어린 웃음을 지으며 평소랑 다른 속도로, 크기로 뛰는 심장을 억눌러. 하지만 순식간에 자각하게 된 마음을 완전히 다 숨길 수 없었지. 훅 올라온 열에 단정한 갈색 머리칼 사이로 귀끝이 붉어져. 거기다 얼굴에도 옅게 번진 열감에 달아오른 볼. 움찔하며 렌이 볼세라 고개를 옆으로 황급히 돌려 팔로 가리는 소고일 거야.

남 괴롭히는 것을 누구보다 잘하나 당하는 것에는 약한 유리검. 그게 바로 그였지. 인적이 드문 복도는 조용하기만 했을 거야. 꽤 오랜 시간 동안. 둘 다 서로의 마음을 갈무리하고 숨기고 곱씹고 억누르며 어떻게든 해야만 했으니까.

소고는 억누르고 아직은 어떻게든 숨기려는 쪽으로. 
렌은 ··· 곱씹으며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회상하며 더욱 커지는 마음을 내리누르는 쪽으로.
정말 렌이 소고를 짝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건 모두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면 소고가 렌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챈 사람은 극소수일 거 같다. 그 중 한 명이 히지카타일 거 같고.

그야 분명 제게는 놀리기 좋은 장난감이라고 지나가듯 말했으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가관이었으니까.

 

누가 가지고 놀아. 가지고 놀긴, 쯧..

 

그저 놀 장난감아라고 하기엔 렌에게 기우리는 관심도, 흥미도, 보내는 시선과 행동마저도 모두 변덕이라 치부하기엔 어려웠거든. 한없이 깊을 정도로. 하는 행동들도 그래. 누가 저리 소유욕을 드러내는데.. 렌이 딴남자랑 있으려고 하면 은근슬쩍 가서 병아리를 빼와 제 옆에 두질 않나, 괴롭히고 울리고 할 거 다하면서 렌의 신경과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서 못 떠나가게 하지 않나··· 더 이상 늘어놓기에는 입만 아플 뿐이었지.

아무튼 간에 소고의 행동거지들을 주의깊게 빤히 집중해보면 그가 렌을 특별하게 여기고 독점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며 집착하고 있다는 게 훤히 보였어. 소고와 친구라는 이름의 원수나 다름없어서 나름 알고 있는 히지카타, 그의 눈에는 말이야.
여튼 서로 자각하게 된 둘은 한참동안 말이 없다고 수업이 시작된다는 종소리에 움찔하고서 정리 차리겠지. 후다닥 말없이 교실로 돌아가고 말 거야.그 날 하루는 둘 사이에서 묘하면서도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하교하는 시간.
집 가는 길이 같은(이웃집사이..)길이라 조용히 터벅터벅 걷다가 렌이 그를 붙잡고 입을 열 거야. 짝사랑을 자각한, 사랑에 빠진 소녀는 용감하니까. 둘이 사귀는 사이가 되는 건 멀지 않은 이야기가 되겠지.

너, 나 좋아하잖아.
그럼, 너는..?
뭐..?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데?

ㅡ ..다음에. 다음에 대답해줄게.

/ 그렇게 0고백 1차임(?) 1보류(?) 사태가 벌어지고. 사랑에 빠진 병아리는 용감해져 당하는 것에는 유리검인 소고에게 러브어택을 감행하는데.. 과연 이 여름청춘은 어찌될지..

12.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소고랑 따뜻한 이불 속에서 영화나 동영상을 보며 뒹굴뒹굴하고 싶어져..ㅠ
삼젯 현대au였다면 ··· 

 

잔뜩 넷플릭스에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들을 찜해놓고, 태블릿pc를 들고 호다닥 달려가겠지. 이미 진작에 침대에 누워있는 소고의 위로 슬라이딩할 거야. 윽.. 야, 렌. 무겁잖아. 진짜?! 그의 말에 놀라 번쩍 고개를 들며 배를 꼬집.

살짝 손에 집히는 말랑한 뱃살..
..겨울이라고 너무 많이 먹었나봐. 조금 울적해있자 길쭉한 손이 배를 꾸욱 눌러. 말랑하게 들어가는 감촉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겠지. 아니. 지금이 딱 좋아. 단단한 팔이 가는 허리를 감싸안고 제 품 안에 끌어당겨.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비는 추적추적. 쉼없이 쏟아지는 소리들이 아주 옅게 들려와.
침대 헤드에 기댄 소고의 앞에 앉으며 그에게 기대. 폭신한 배게를 하나 가지고 와선 끌어안아. 집순이(?)에게는 하나 씩 있다는 태블릿 pc 거치대를 끌고와 태블릿을 고정하겠지. 과자는? 여기. 귤도 가져왔어. 고개를 돌리며 묻는 말에 슬쩍 과자 봉지를 들며 흔든 그가 턱짓을 해. 옆에 테이블 위에 바구니 안에는 탐스런 귤이 한가득이었지.

이불을 끌어올리며 다리 위를 덮어. 허리를 끌어안고 나른히 하품을 하고있는 소고에게 완전히 기대며 늘어지고 말아. 그러는 사이 아빠 다리로 앉은 소고가 다리 사이에 늘어진 작은 몸을 안은 채 팔을 뻗어 거치대를 조정해. 이제 같이 침대 헤드에 기대 밀린 영화들을 편히 보기 충분해졌지. 이리저리 내가 찜해놓은 영화들의 목록들을 쭉 훑어보더니 입을 열어.

" 꽤 많네. 오늘 다 볼 수 있으려나.. "
" 난 오늘 이걸 다 볼 때까지 이불 밖을 안 나가기로 진작에 결심했어. "

과자 봉지를 안고서 뜯으며 내 다짐을 호기롭게 표현해.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닐이 뜯어져. 제법 거칠게 뜯긴 과자를 보고는 소고가 손을 넣어 과자 하나를 꺼내 먹겠지. 그러던가. 같이 보기로 했으니 내 바보 병아리에게 어울려 줄 수 밖에.

 

공포 영화를 무서워하면서 매번 가져오는 용기 하나는 높게 사주지.

" ..어? 아니, 잠..! "

첫 타자부터 공포 영화는 너무하잖아?! 쭉쭉 찜 목록들을 훑어보던 소고가 한 영화를 꾹 눌러 선택해. 으스스한 영화 분위기에 식겁해 고개를 돌려 그를 봤지만 ··· 이미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를 씨익 짓고 있는 게 아니었어?

같이 넷플O스를 보는 대신 자신은 찜하고 그걸 소고가 그 중에서 선택하기로 했었지만 처음 부터 공포 영화로 시작하니. ㅂ, 보고는 싶긴 했지만! 혼자 보기는 무서워서 슬쩍 몇 개 공포 영화를 찜하긴 했지만!! 눈물을 삼키며 다리 위를 덮고 있던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 올리고 말 거야.

 

비가 와서 하늘이 어두워 방 안도 덩달아 어두컴컴해. 불을 끄고 있었던 탓에 영화관 저리가라 였지. 점점 진행되는 영화. 어두운 방 안과 으스스한 BGM은 충분히 무서워지기 시작해.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물리며 태블릿 pc와 멀어져 보지만 등 뒤는 소고로 막혀 있지. 결국 몸을 꾸깃꾸깃 접어 소고 품에 구겨져 긴장한 채 영화에 집중하고 말 거야. 무섭긴 하지만 흥미진진한 걸ㅠ.. 소고는 무덤덤한 얼굴로 제게 바짝 밀착해 구겨진 몸을 받쳐 안고서 짭조름한 과자를 우울우물거리겠지. 무서운 장면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갑툭튀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  너무 놀라서 움찔하며 차마 비명조차 못 지르며 굳어있는 있으면 도망치지 못하게 끌어안고 있는 소고일 거야. 결국 2시간동안 용기라는 이름의 만용을 부리던 결과는 ㅡ.. 

기진맥진한 상태로 소고 품에 축 늘어져버리는 거였지 ㅠㅠ💦 중간중간 소고가 짭쪼름한 과자를 손수 입에 물려주고 했었는 데. 받아 먹다가 너무 놀라 떨어뜨릴 뻔하거나 음료도 흘릴 뻔했던 건 비밀 아닌 비밀이었어. 공포 영화로 새하얗게 불탄 몸을 내려본 소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음 타자를 고르겠지. 참고로 소고는 클리셰가 예상되었지만 나름 볼 만했다고 했어. 찜 목록을 훑어본 손가락이 이어 예능 프로그램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제 품 속에 있는 병아리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거든.

아무튼 시끌벅적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집중하고 말 거야. 소고가 까주는 귤도 야금야금 받아 먹으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 ♡

 

바보 병아리. 너 붕어가 친구하자고 놀리겠다. 눈 퉁퉁 부었어.
그치만..드라마 내용이 너무 슬픈 걸...!!
그만 울고 여기 귤이나 먹어.

/ 코를 연신 훌쩍이며 소고가 안겨준 휴지곽에서 티슈를 한장뽑아 눈물 닦는 병아리와 손수 까놓은 귤을 병아리 입에 넣어주는 소고였다 ···

13.

 

후드+제복하니까. 겨울에는 렌이 정말 얼어 죽을 거 같아서 진선조 제복 위에 길게 온몸을 감쌀 수 있는 후드가 달린 로브코트가 필수란 말이야. 아무리 과학이 발전된 에도 시대라고는 하나 묘하게 조금 낙후가 되어있단 말이지. 그 중 하나가 패딩 같은 건 없는 지라.

 

한 마디로 얼어죽기 딱 좋아.

 

추위를 정말 잘 타는 병아리. 진선조 제복 위에 비가 오는 날이나 추워지면 입을 수 있는 후드 달린 로브코트를 꽁꽁 걸치고, 거기다 붉은 목도리까지 하고 다녀. 그래도 찬바람을 막을 순 없어 순찰을 돌 때마다 덜덜덜 떨지만. 손끝이 빨개진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주먹을 쥐었다 펴. 딱 하나 렌이 아무리 추워도 장갑은 끼지 않거든. 손에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지는 게 싫어서. 매번 그럴 때마다 소고가 한숨을 쉬며 장갑 또 안 꼈냐고 잔소리하는 게 일상이었어.

그 날도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지. 완전한 겨울이 되어 바람은 무슨 칼날마냥 매섭고 차가워.
목에 두른 보드라운 붉은 목도리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서 순찰을 돌고 있었지. 오후에 눈이 조금 녹았다가 해가 지니 다시 기온이 영하로 똑 떨어져 길은 빙판이었어. 통굽이라고는 하나 검은 워커를 신은 렌이 미끄러워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길을 걸었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주먹을 폈다 쥐어.

 

" 너무, 춥다.. 입김 봐라. "

호오 하고 입을 벌리자 뿌연 김이 피어나. 너무 차가워 얼어붙은 것 같은 손을 계속 쥐었다 피며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 추워도, 얼어 죽을 거 같아도 해야할 일은 해야지. 그래도 그나마 이번에 왠일로 선심썼는지 위에서 새 후드 로브코트를 줘서. 따뜻하긴 했지. 바람을 잘 막아줘서 꽁꽁 얼어 붙고 있진 않고 있으니까. 그래도 안감이 조금 더 두툼하고 따뜻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아쉬운 눈길로 입을 쩝 다시며 슬쩍 자신이 입고 있는 로브 코트를 들춰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 수록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이 시선을 사로잡았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 보이는 색감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웃어. 지금쯤 자신과 똑같은 옷감색을 한 후드 로브 코트를 입고 있을 자신의 남편이 떠올랐거든. 어쨌든 나쁘진 않네. 슬쩍 시선을 한 번 더 주다 고개를 돌려 다시금 걸음을 빨리해. 순찰의 끝이 보였거든. 

" 조금만 더 가면 끝이다. "

 

찬바람을 너무 맞아 얼굴이 시려. 볼과 코가 안봐도 빨개졌을 게 뻔했지. 코를 킁하고 들이킨 렌이 주머니에 다시 손을 집어 넣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순찰을 마저 돌 거야. 어서 빨리 둔소로 돌아가서 따뜻한 이불 속에 파묻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거든.

 

힘차게 루트를 돌고 있는 와중에도 눈발은 점차 더욱  거세졌어. 이제 펑펑 눈송이가 큼직막하게 떨어지는게 밤새 내린다면 내일은 쌓여있을 것 같았지.

" 소쨩은 순찰 다 돌았으려나.. "

소고와 렌은 페어로 주로 움직이긴 하나 가끔씩 이렇게 따로 돌 때도 있었지. 콧등에 내려앉는 눈송이를 털어내며 중얼거린 렌은 마지막 루트인 길목을 살펴보고는 씨익 웃을 거야. 오늘도 순찰 이상무!! 이제 퇴근이다ㅡ!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남편과 포근한 이불을 떠올리며 기뻐해. 통통 튀듯 눈이 조금씩 쌓이는 길을 빠르게 걸으며 둔소로 향했지. 저녁은 뭘 먹을까? 따끈한 국물이 땡기기는 하는데. 소쨩한테 라멘 먹자고 할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돌아가자 둔소로 돌아가는 길이 짧다고 느껴져. 빠르게 돌아온 렌은 이 길목만 지나 코너만 꺾으면 둔소의 대문이 보이는 길을 지나쳤지.

 

그리고는ㅡ ..

 

진선조 둔소의 대문 옆 담벼락에 기대고 서있는 한 인영에 렌의 눈이 커져. 부대장 위부터 입는 디자인의 제복, 한 쪽 허리춤에 자리잡고 있는 붉은 손잡이가 특징인 검, 자신과 같은 그라데이션으로 노란색에서 붉은색의 안감이 특징인 후드가 달린 검은 로브 코트의 후드를 쓰고 있는 갈색 머리칼의 ··· 

" 소쨩? "

자신의 직속 대장이자 남편인 소고였지. 먼저 순찰이 끝났으면 들어가있지! 추운데! 서둘러 후다닥 그에게 달려가자 렌의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얼마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 지 그의 후드에는 눈이 살짝 쌓여있는 거야. 소쨩!! 제게 달려오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소고가 슬쩍 얕은 미소가 띠어. 제게 달려오는 렌을 보며 푹 눌러쓰고 있던 후드를 한 손으로 슬쩍 뒤로 젖혀. 시야가 환해지고 눈이 조금 쌓였던 건지 머리 위에서 눈송이가 떨어졌지. 

" 뛰지 마요. 길 미끄러워요. "

안 그래도 자주 발목 삐시면서. 워커까지 신고. 통굽이긴 하지만 발목에 힘을 안 주고 걷는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제 병아리를 알기에. 소고가 작게 타박을 할 거야. 렌이 넘어질까봐 걱정 되었으니까. 달려와 제 앞에 선 렌이 숨을 잠시 고르더니 고개를 들어. 추위로 발간 하얀 얼굴이 붉은 목도리에 반쯤 파묻혀 울상을 짓고 있었지.

"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나 기다렸어? "
" 제가 누님 아니면 누굴 기다리겠어요. "
" 안에서 기다리지 추운데.. "
" 저도 방금 왔습니다. 정말이에요. "

거짓말.. 이렇게 후드 위에 눈이 쌓여있잖아. 
한 발짝 소고에게 더욱 다가가며 손을 뻗자 그가 자연스럽게 손목을 붙잡아. 그러더니 확 잡아당겨. 그의 힘에 소고에게 이끌려간 렌은 자신이 쓰고 있는 후드를 살짝 뒤로 젖히며 흐트러진 이마 위로 다정히 입맞춰오는 소고에 눈이 살짝 커졌을 거야. 그의 품에 폭 안겨 눈을 깜빡인 밤하늘의 눈이 사르르 휘어졌지. 허리를 감싸오는 팔에 렌도 그의 품에 안기며 고개를 들자 마주치는 적안에 배시시 웃고 말았어.

" 갑자기 눈발이 거세져서 쌓인 겁니다. "
" 여기 볼도 차가운데? 얼음장이야. "
" 추위에 약한 내 병아리보다는 훨씬 강하니까 걱정 붙들어 매요. "

살며시 볼을 감싸오며 살살 쓸어만져오는 작은 손에 피식 웃으며 뻔뻔히 응수해. 렌의 손 끝이 차가워 되려 그가 그대로 그 손을 감싸.

 

" 꽁꽁 얼었네요. 또 제 말 안 듣고 장갑 안 끼셨죠? " 

진짜 말 안 듣는 다니까. 소고가 중얼거리는 말에 렌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와. 장갑 끼면 답답해서 싫다구..그러는 소쨩도 안 꼈잖아. 투덜투덜거리는 소심한 렌의 대꾸에 소고의 눈이 가늘어져. 마치 ' 저랑 누님이 같나요? '  하고 시선으로 말하는 것만 같았지. 타박해오는 시선과는 다르게 커다란 손에 잡혀 손을 주물거리며 녹여주는 온기가 따스해. 툴툴거리며서도 렌이 얌전히 소고에게 손을 맡길 거야. 그러다 렌을 이끄며 소고가 둔소 안으로 데리고 갔다고. 살짝 쌓인 눈 위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 있을 거야.

" 어서 들어가요. 내 병아리 부대장 씨가 감기에 걸리면 곤란하니까. "

 

소쨩, 라멘 먹으러가자
저번에 거기요?
응! 카라이 라멘먹고싶어.
매운 라멘이요? 타바스코 뿌려드릴게요.
뿌리기만 해봐!! 가만 안 둬!!

14.

 

@: 여행갔는데 막차 끊겨서 모텔에서 하룻밤 묵어야함 근데 남은 방 하나밖에 없음 같은 고전 B급 소재 좋지 않나요? 이거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같이 이불 덮고 쿨쿨 꿀잠 수준으로 잘 자요.
당연한 걸요. 이미 결혼한 지 n년 된 부부인데 ··· .

 

근데 진짜 정말로 여기서 풀기에는 위험할 거 같아서요. 꾸 ㅡ계로 가야할 거 같은 예감이나 제가 꾸 ㅡ 계를 안 들어간지 몇 개월 되었으므로 ··· . 그냥 여행 왔다가 막차가 끊겨 아쉬운 마음에 시무룩해 있다가 " 괜찮아요. 우리 시간 많잖아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 하고 속삭이며 뒤에서 끌어안아주는 소고 품에 파고들거 같아요. 그리고는 남은 방이 하나뿐이라는 말에 ㅡ

" 어차피 하나면 됩니다. 몇 호실인가요? " 하고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소고와 기웃기웃 거리며 내일 버스 시간표 보는 렌일지도?


방으로 올라간 뒤에는 짐을 내려놓고 같이 한 침대에 늘어질 거 같아. 막차 잡는 다고 조금 서둘러서 달려왔는데도 놓쳐서. 그렇게 푹신한 침대에서 노닥거리다 밤에 잠시 근처 편의점도 가서 군것질도 사오고, 같이 씻고(?), TV를 보며 놀다가 한 침대에서 쿨쿨 잠들 거야.
물론 이건 순한 맛의 소고렌이라고 합니다. 매운 맛은 빨간 딱지 붙여야해서 안 됨^ ㅁ ^💗

 

내일 일찍 일어나서 온천가는 버스 타야하니까 빨리 자요.
고급 료칸 두근두근...
방은 한 개만 잡았는데 상관 없죠?
굳..이? 어차피 같이 잘 거잖아.
역시 당연한 말을 괜히 물었네요.

15.

 

주로 소고와 같이 페어로 임무를 나가긴 하나 동시에 양이지사들의 모이는 곳들을 쳐야하는 일이 있을 때가 가끔 있어서. 

렌 혼자 소탕임무가 끝나고 돌아와 다른 임무를 맡고 돌아오는 소고를 기다릴 겸 별채에서 한껏 날 서버린 기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고 있다 잠깐 잠들어 버린거야. 피곤 했던 거지. 새벽부터 이어진, 꽤나 큰 소탕작전이었으니까. 소고가 맡았던 임무를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릴 겸 별채로 돌아와 봤더니 ··· .

전투 상황이 여실히 떠올릴 만큼 붉은 피가 튀어 있고, 조금 흙먼지가 묻은 제복을 입은 채 잠들어있는 렌의 모습에 얼굴을 구겼어. 바보같이 안으로 들어가 편히 자고 있지 않고.. 조심히 다가가 렌이 어디 다치지 않았나 얼굴과 몸을 훑어봐. 다행히도 옷에 튄 피들은 렌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해. 그렇지만 여전히 하얀 얼굴에 튄 피가 말라 붙어 가는 게 보기 싫어 그것을 문질러 주기위해 손을 뻗은 순간 렌이 눈을 뜬 거야.

 

살짝 구름이 낀 듯이 흐린 밤하늘을 발견한 것과 동시에 풀려있던 낯이 한 순간 만에 살기가 감도는 얼굴로 변해. 소고를 제압하며 그 위를 점령했지. 소고는 순식간에 손을 뻗었던 팔이 잡아 당겨져선 거칠게 바닥에 몸이 부딪히곤 제 위를 차지한 렌의 동공 풀린 눈을 올려다보며 헛웃음을 삼켰어. 제 목을 감싼 한 손이 금방이라도 목을 조이듯 누를 기세가 느껴지고. 한 켠에 놓여있던 검을 움켜쥐면서 날 선 경계와 살기를 섬뜩하게 흘리는 모습에 소고는 목을 누르는 힘에 억눌린 목소리로 침착하게 입을 열었지.

"정신차리시죠, 누님. 접니다."
ㅡ 소고요.

혼몽하게 가라앉은 정신과 제 기감을 뚫고 다가온 침입자를 예민하게 반응해버려 제압해 반사적으로 흘리던 살기는 아직 멍한 정신을 일깨우는 익숙한 목소리와 체향에 풀리겠지. 동공이 풀려 섬뜩하게 보이던 무저갱의 검은 눈에서 별빛이 돌아오며 밤하늘이 담길거야. 

"...소, 쨩..?"
"네. 누님의 소쨩입니다."


느릿하게 깜빡이던 몽롱하던 눈이 점차 커지고 본의 아니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소고의 몸 위를 덮치듯 위에 있던 탓에 긴 검은 머리칼이 흘려내려와. 그의 양옆으로 얼굴에 그늘이 지게끔 만들었지. 당황으로 흔들리는 검은 눈을 응시하다 굳어져있는 제 것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어.

" 피곤하셨나봅니다. 씻지도 않고 주무시고 계셨어요. "
"..그, 소쨩. 그러니까.."

무덤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하얀 볼에 튀어 검붉게 말라 붙어가는 핏자국을 손으로 문질러. 그런 소고의 다정한 행동과 자신이 날섰던 신경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그를 침입자로 인식해 해하려 했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잘게 떨렸지. 두서없이 떨리는 시선과 목소리.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굳어있는 몸과 당황과 미안한 감정으로 온통 뒤섞여 있는 얼굴을 마주한 소고가 입을 다시 열려다가 작게 막힌 숨와 함께 잔기침을 흘려. 

그에 흠칫한 렌의 시선이 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연모하며 사랑하는 이의 목 위를 조를듯 자리잡은 피가 묻은 손으로 내려가고. 화들짝 놀라며 손을 확 빼낼거야. 

" ㅁ, 미안.. 미안해. "


말을 더듬거리며 이리저리 등불이 흔들리는 것마냥 불안정한 눈빛을 보고는 소고가 렌이 도망가지 못하게끔 제 목을 조르던 손을 붙잡아 느릿하게 깍지를 끼워. 그리고느 흙먼지가 묻은 옷을 확 잡아당겨 제 위로 쓰러지게 했지. 별안간 소고의 몸 위에 엎어져 그의 목에 얼굴을 콩 부딪혀 코가 얼얼해. 정신이 번쩍 들어. 읏, 하고 얕게 신음을 흘리는 소릴 들으며 작은 등을 소고가 토닥이기 시작할 거야. 달싹이며 흘러나오는 음성은 더없이 다정하겠지.

" 진정하십쇼. 오히려 제가 안일했습니다. 임무가 끝난지 얼마 안되어 흥분과 살기를 가라앉히느라 신경이 날카로우셨을텐데.. "

죄송해요.
그러니 이대로 좀 쉬셔도 좋습니다. 

등을 쓰다듬듯 토닥이며 별 일 아니였단 식으로 담담하게 속삭이는 말에 렌은 손 안에 잡혀 깍지를 낀 소고의 손을 움켜쥘 거야. 얌전히 그의 목에 고개를 더욱 파묻고는 숨을 들이켜. 자신에게서 풍기는 옅게 나는 비릿한 내음을 무시하고서 그의 체향을 담뿍. 폐부 깊숙히 각인하듯.

미안해, 소쨩...
그만. 한 번만 더 미안하다는 말 나오면 뽀뽀해 버릴 거예요.
....일부러 해도 돼?
하고 싶음 해보시던 가요.

16.

 

                                                "  누님, 누가 괴롭히면
                                                  꼭 저한테 얘기해요.  "                                            
                                                                                                            "  소쨩밖에 없어.  "
                                                  " 역시 저밖에 없죠? "
                                                                                                     "  아니, 나 괴롭히는 사람 
                                                                                                           소쨩밖에 없다고..  "

c.  뚜님.ᐟ.ᐟ

 

" 그러니까 하는 말입니다. 저 말고 다른 누가 누님을 괴롭히는 건 용납 못하니까요. " 

하고 렌의 볼을 쿡 찌르며 소고가 능청스럽게 말하겠지. 정말 렌을 괴롭히고 울리는 것에 진심인 도s 소고 답지만 ···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 인해 우는 건 싫어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소고니까.

다른 사람은 안 괴롭혀! 소쨩은 도s라 그렇지!!
그래서 누님을 괴롭히는 제가 싫다고요? 오히려 반대일텐데~
ㅅ, 싫다고는 안했어..!
그렇겠죠. 제 나름의 애정표현이니까요.

17.

 

방안을 밝히는 햇살.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한참을 밍기적거리며 간신히 렌이 눈을 떠.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나른하고 무거운 몸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지. 원래도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기 힘들긴 했지만 오늘은 그게 더 심한 거야.

" .... "

휘청거리며 간신히 이부자리를 짚고 몸을 일으켜.
잘 들어가지 않는 힘에 의문이 들기도 전에 머릿속이 너무나도 멍하고 흐릿해. 이불을 덮고 가만히 앉아만 있자 먼저 씻고 왔는 지 소고가 렌에게 다가왔지.

" 일어났어요? 아직 졸리십니까. "
" ......으응... "
" ...누님? "

돌아오는 대답 사이에 공백이 너무 길어. 이상한 느낌이 스쳐지나가.
조금 코맹맹한 목소리와 함께 멍하니 앞을 보는 흐릿한 눈, 몽롱한 얼굴. 거기다가 발갛게 올라온 낯에 소고의 표정이 심각해져 굳어져. 느릿하게 꿈뻑거리는 움직임이 느려. 자신의 부인 옆으로 다가와 한 쪽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 그가 손을 뻗었어. 살며시 어루만지는 볼이 따끈따끈해. 가까이서 닿는 숨결이 뜨겁고도 색색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냈지. 열기가 전해지는 볼과 숨결에 소고의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졌어. 설마 ···  하는 심정으로. 거의 확신에 가까운 마음에 볼을 만지던 손길이 올라가 흐트러져선 젖은 앞머리칼 아래로 파고들어가. 둥근 이마 위를 감싸자 역시나였지.

 

모양새 좋은 입술이 일그러지고 뭉개져. 입술을 문 소고가 앉아 있음에도 휘청거리는 렌의 어깨를 감싸며 제게 기대게 만들었지. 낮게 가라앉아 굳은 음성이 흘러나와.

" 괜찮습니까? 열이 심해요. 몸이 뜨겁다고요. "
" ..머리가..너무, 멍..해.. "

색색 숨을 내흘리는 렌의 유카타 자락을 벌려. 그 안으로 손을 넣어 목 위를 스치자 몸이 펄펄 끓고 있는 것만 같았지. 이렇게나 몸이 뜨거운데도 렌은 으슬으슬 몸을 살짝 떨며 고개를 돌려 소고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어.

 

" 당장 병원 가요. 오늘 누님 아파서 출근 못할 거 같다고 히지카타 상에게 말할 테니까요. "

제게 얼굴을 파묻고서 흐느적거리며 축 처진 몸을 일으키려고 해. 하지만 힘없는 팔이 그를 잡으며 고개를 저어. " 병원만은..싫어... "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그 말에 소고는 고집 좀 부리지 말라고 울컥하고 목구멍 위로 올라오려는 걸 참아야 했어.

" 약, 먹고.. 쉬면 되니까아.. "

가물가물 거리는 몽롱한 눈으로 중얼거리며 거친 숨을 연신 불규칙적이게 내쉬는 렌을 내려보는 시선이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었지. 자신의 부인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자신이 병원에 가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거나 싫어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 

고집불통.
약 먹어도 약이 잘 듣지도 않으면서.
당신이 이렇게 아플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 바를 모르고 갈피도 못잡고 방황하는 저는 안 보이냐고요.

 

결국 제게 반쯤 안기듯 기대 다시금 잠든 렌을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어.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이 열심히 진동한 후 부터 였지. 이미 출근을 하여 아침 훈련 및 회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각이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1번 대 부부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참다참다 터진 히지카타의 전화였을 거야.

힘줄이 돋을 정도로 세게 꽉 쥐고 있는 주먹이 풀려. 힘없이 제게 안겨있는 렌을 눕히는 손길만은 더없이 조심스러웠지. 작게 들썩이면서 잔기침을 하는 불규칙한 숨소리를 들으며 끊임없이 진동하는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식은땀으로 젖어 발갛게 달뜬 볼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조심히 떼어내. 귀 뒤로 넘겨주던 소고는 상체를 숙여 뜨거운 이마 위로 살며시 입술을 내리 눌렀어. 뜨끈뜨끈한 열기가 그의 입술에 닿아 전해져와 진동을 하는 핸드폰을 세게 부여잡고는 달싹여.

" 아프지 말아요, 누님.. "

잠시 다녀올테니까 푹 쉬고 계십쇼.
나직하게 부서지는 목소리가 조금은 힘이 없었어. 길게 둥근 이마 위에 내려앉았던 입술이 느릿하게 떨어지고, 방 밖으로 나가는 발소리만이 들려오겠지. 탁, 하고 문이 닫히며 소고가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를 받을 거야. 빠르게 제복을 갖춰 입으며 현관으로 나가는 움직임은 조금 조급하게 느껴졌어.

[ " 야, 너희 왜 안ㅡ " ]
" 히지카타 상. 누님이 아픕니다. 저도 오늘은 좀 빠져야 할 거 같고요. 자세한 얘기는 지금 잠깐 들려서 해드릴 게요. "


점차 발길이 멀어지는 소리와 함께 진선조 둔소 별채에는 적막만이 가득할 거야. 후끈하게 올라오는 열기에 잠들었던 렌이 조금씩 몸을 뒤척이다가도 작은 숨결이 고르지 않게 색색 흘러나왔지. 너무 덥다가도 식은땀으로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슬쩍 눈이 흐릿하게 떠지는 것도 잠시. 다시금 혼곤한 정신에 잠들어.

몇 시간도 채 안 되어 고요하기 짝이없던 별채에 인기척이 다시 들어와. 약간 다급한 걸음으로 현관을 열고 들어선 이는 손에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지. 찬바람에 갈색 머리칼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어. 익숙하게 곧장 안방 문을 연 소고가 아직 자고 있는 렌의 모습에 다가가. 제복 코트를 벗어 내리고, 단정하게 매고 있던 크라파트를 손으로 느슨히 끌어내려. 바리바리 사온 물건이 담긴 봉지를 내려놓으면서도 시선은 아픈 자신의 부인을 훑어보고 있었지.

" 약은 드셔야 하는 데 ··· "


옆에 잠시 앉아 손을 뻗어 발간 볼에 손등을 가져갔다 이어 이마에 대자 여전히 뜨거워. 눈을 찡그린 그가 손을 떼어내며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여 안방을 나갈 거야. 몇 십 분 뒤, 멍하니 눈을 뜬 렌. 오늘만 몇 번 째 천장을 보고 있는 거지.. 힘 없이 느릿하게 깜빡이다 눈길을 옆으로 돌리자 세숫대야가 놓여있어. 거기다가 물수건들까지. 아.., 침음을 삼키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키는 데 이마에서 물수건이 툭 떨어져.

아까보다는 한결 가벼운 듯한 몸상태에 뜨거운 숨을 내흘리며 떨어진 물수건을 주워.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지. 소고가 쟁반을 들고 들어오며 렌에게 말해.

" 일어나셨어요? 몸상태는 어때요. "
" 소쨩.., 오늘 출근 안 했어..? "
" 당신이 아픈데 어떻게 출근해요. 히지카타 상이랑 콘도상에게 사정 다 말하고 비번 얻어왔습니다. "
" 그치만.. "
" 그치만이 어딨어요. 이거 부터 얌전히 물고 있어요. "

웅얼거리는 렌에게 뾰족한 시선을 보낸 소고가 체온계를 입에 물려. 줄곧 자신을 간호해준 듯한 그를 보며 렌은 그가 말한대로 얌전히 체온계를 물고 있었지. 그러는 사이 해열패치를 뜯은 소고는 렌의 이마에 착 붙여. 차가운 열냉각패치에 렌이 노곤하게 눈을 꿈뻑였지. 시원한 감각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았어. 금방이라도 다시 잠들 거 같은 렌을 본 소고는 물수건을 쭉 짜서 렌의 목에 둘러줄 거 같아. 적당히 차가운 감각이 잠을 몰아내. 노곤노곤하고 뜨거운 숨을 길게 내뱉는 렌의 입에서 체온계를 빼내며 입을 열어.

" 그만 자요. 오히려 더 자면 머리 아파서 힘들어져요. 죽 끓여왔으니까 죽부터 먹고. "

그래도 아까보다는 열이 내려가서 다행이네. 체온계를 확인한 소고가 렌의 이마를 짚어. 투정을 부리려던 렌이 합죽이가 되었지. 열이 훨 내려간 체온에 안도한 그가 가지고 왔던 쟁반에서 숟가락과 죽이 담긴 그릇을 들어. 렌이 좋아하는 계란야채죽이었지. 렌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 고소한 냄새가 나는 죽은 먹음직스러워 보였거든. 거기다가 김이 폴폴 올라오는 게. 방금 만들어온 게 분명했어.

" 소쨩이...만든 거야..? "
" 제가 안 만들면 누가 만들겠어요. 누님 어서 나으라고 좋아하시는 계란야채죽 끓여왔다고요. "

조금은 선명해진 밤하늘의 눈을 직시하던 소고가 피식 웃을 거야. 죽을 만들며 조금 시행착오가 있었던 건 비밀로 해야겠지. 렌이 잠든 그 사이에 온 몸을 적신 땀들을 닦아주고, 물수건을 쭉 짜내어 간호하다 더는 재우면 안 좋을 거 같아 부엌에서 죽을 끓여오며 벌여졌던 일들을 가볍게 넘겨. 슬쩍 숟가락을 든 소고가 죽을 적당히 떠내.

" 아ㅡ 해요. "
" ㅇ, 윽..내, 내가 먹을 수 있어..! "
" 지금 힘도 없으면서 무슨. "

열로 발갛게 달떠있는 렌을 응시하는 적안이 가늘어져. 죽을 푼 숟가락을 후후 불어 식힌 소고가 렌의 입 앞으로 내밀자 못 이기는 척 작게 입이 벌려져. 조심스럽게 그가 먹여주는 죽을 한 입 머금은 렌은 우물우물거리며 삼키고는 마지막으로 저항하듯 투정 섞인 투로 웅얼거렸을 거야.

" ..감기 옮을 수도 있는 데도.. "
" 지금 그런 말 할 때예요? 얌전히 받아먹고 빨리 나을 생각부터 하십쇼, 바보 병아리. "

단정한 눈썹이 성큼 올라가 삐딱해져선 타박을 하면서도 천천히 죽을 먹여주는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또 다정할 거 같아. 그에 렌도 소고가 떠먹여주는 죽을 아기새마냥 받아먹겠지. 결국 이 날 하루는 소고의 간호를 받으며 푹 쉬는 날이 되지 않았을까? 소고의 사나운 눈초리와 걱정에 이불 밖으로 나가지 못한 병아리.

 

나.., 답답한데.. (이불병아리부리또)
안 돼요. 답답하시더라도 이불 덮고 있어요.
치잇.. 그러고 보니 소쨩. 물어볼게 있어.
뭔데요?
땀 많이 났을 텐데 나 일어났을 때 뽀송뽀송 상쾌한 기분이 들었던지라.
아. 제가 구석구석 닦아드렸습니다. 왜요? 부부사이에 뭘..
그냥 그렇다구..

 

'Gintama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1 沖連 썰백업  (2) 2024.12.16
23.12 沖連 썰백업  (0) 2024.09.01
23.10 沖連 썰백업  (0) 2024.07.24
23.09 沖連 썰백업  (0) 2024.06.26
23.08 沖連 썰백업  (0) 2024.01.18
My love, cherry fox.
렌, REN蓮

あなたによって私のすべてが始まった。 私のすべてはあなたのものだ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