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공백포함 25,818자
#沖連_오키렌
1.
삼젯현대au로 소고와 렌은 은혼 고교를 졸업 후 대학생이 되어 같이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거든.
졸업과 동시에 소고의 프로포즈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긴파치의 표현이었다) 혼인신고를 마친 오키타 부부. 렌이 오키타가 되었으나 학업을 위해 학생증에는 오키타가 아닌, 사카타 렌 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명시되어 있겠지. 은혼 고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오빠인 긴파치다 보니 형평성을 위해 렌은 사카타 렌이지만 옛적 성인 텐노 렌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던 거지만 대학교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 . 소고와 결혼해 이제는 오키타 렌이나 학업 때문에 그걸 숨기고 사카타 렌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거기지만. 암튼 간에 우당탕탕 좌충우돌 대학생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 오키타 부부.
소고와 같은 과지만 반은 갈라졌어. 허나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보니 얼마 못가 CC커플로 유명해졌지. 심상치 않다는 말은 무슨 부부처럼 싸울 땐 싸우고 사귀는 사이보다 깊은 분위기를 풍겨서.. 진짜 부부 맞는데 숨기고 있으나 풍기는 공기에서 반쯤 들통난 거 아닌가 싶은? 아무튼 공식 CC커플이 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거야.
학기 초.
바쁜 대학생활에 익숙해지고, 학과는 다르나. 같은 은혼 고교에서 대학교로 온 얘들이 자신들이 사는 집에 집들이를 온다고 해서 열린 술파티! 성인이 되었겠다. 거기다가 집이겠다. 자, 가보자고!! 시간이 깊어질 수록 아주 술을 위에 들이붓고 꽐라가 되고, 집들이라면서 무슨 이거 술판이냐고. 싶은 감상을 할 정도로 여기저기 시체와 좀비가 발생하는 집 거실을 보며 소고가 이마를 부여잡아.
" 하.. "
자신의 병아리?
이미 술에 절여져 저기 저 구석에 널브러져 쿨쿨 자고 있었지. 그거 하나는 다행이었어. 자기도 술에 좀 약한 편이라 알딸딸할 정도로만 마셔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집안 꼬라지가 개판 될 뻔했걸랑. 아직 아기 고양이인 카라멜이 부숭부숭한 민들레 털을 세우며 불만스럽게 꼬리를 탁탁 내려쳐. 복작복작하고 시끄러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나 봐. 몸을 웅크리고 캣 타워 위에 있던 작은 몸이 토독토독 바닥으로 내려 오더니 쿨쿨 잠들어있는 주인에게 다가갔지. 취기로 발그레한 볼을 꾹꾹 누르며 괴롭히는 모습을 본 소고가 그 둘에게 다가가.
" 카라멜. 조금 더 괴롭혀. "
삑삑 울면서 그의 말에 대답해오는 울음소리가 귀엽기 짝이 없어. 코끝을 스치는 꼬리털이 간질간질 한 건지 렌의 콧잔등이 찡긋거려. 으응... 몸을 뒤척이다가 살며시 떠지는 밤하늘이 흐려. 멜짱.. 누나 힘들어어... 온 세상이 자기만 빼고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감각에 끙끙 앓면서도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 부리는 작은 온기를 무시할 수 없었지. 손등에 몸과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카라멜을 쓰다듬으며 끙끙 앓던 렌은 자신을 부축해 일으키는 소고의 손길을 받아. 빙그르르 도는 시야와 울렁거리는 속. 소파를 등 뒤로 기대며 앉아 멍하니 눈을 깜빡여
" 괜찮은 거야. 렌?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니까. "
옆에서 소고의 걱정 어린 타박이 들려왔지만 귓가에는 웅웅거리듯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지. 쯧.. 혀를 낮게 차는 소리가 들리고, 손에 쥐어지는 물컵. 이거 마시고 정신 차리고 있어. 이것들 다 내쫒아야지, 원.. 소고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허벅지 위에 올라와 웅크리는 체온을 몸에 벤 습관처럼 살살 쓰다듬을 거야.
여기는 어디...
아. 소쨩의 집이지..
조금 흐리고 몽롱한 의식은 어딘가 크게 오류가 났으나 술에 제대로 꼴아박은 병아리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어. 렌이 비몽사몽 몽롱히 앉아 제 허벅지 위에 자리잡은 카라멜만 쓰다듬고 있는 사이ㅡ..
소고는 시체와 좀비가 된 것들을(친구라고도 하기 싫다 진짜.. ) 발로 뻥뻥 차며 내쫒기 바빴지. 당장 나가! 아 진짜 여기서 토악질 하면 죽여버린다, 망할 히지카타! 노자토 너도 저 카츠라 자식 데리고 나가고! 술병을 끌어안고 있는 야마자키와 콘도의 등을 밀어 현관문 밖으로 쫒는 것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집 안은 평화로움을 되찾았지.
..그저 난장판이 되어있을 뿐.
난장판이 된 거실을 쭉 훑어본 소고는 이마를 부여잡았지. 이걸 언제다 치워. 하.. 집들이 한다고 술부터 왕창 샀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 데.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었었지. 제 병아리는 취했으니 가만히 앉아있어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었어.
" 으응... "
슬쩍 소파에 기대 반쯤 졸며 카라멜을 쓰다듬는 손길이 느려지는 걸 보아하니 다시 잠들 기세였거든. 한숨을 내쉬고 자신이 내쫒은 동창들을 곱씹으며 거실을 치우기 시작하는 소고. 술병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접시들과 잔들은 부엌 싱크대로. 쓰레기들은 쓰레기통으로 부지런히 움직이자 얼추 정리가 돼. 세세한 건 내일 일어나서 한다. 아무리 소고라고 해도 술을 몇 잔 마셨던지라 그도 한계였어. 그리고 잠시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왔는데 ···
카라멜이 현관문을 박박 긁고 있는 거야. 무슨..? 갑자기 쎄한 기분이 소고를 덮쳐. 침착하게 불안한 것을 내리누르고 거실과 방을 샅샅이 보았지. 그런데.. 그 사이 자신의 병아리가 사라진 거야(ㅋㅋㅋ)
심지어 웃긴 건 병아리의 가방과 겉옷. 현관에 있어야할 신발까지!!!
이 무슨 ··· ??
당황한 소고가 바로 렌에게 전화를 날려봤지만 전화를 안 받아. 하는 수 없이 라인을 폭풍으로 날리기 시작해.
< 렌! ]
< 렌!! 어디야! ]
< 어딜 나간 건데?! ]
< 전화 받아, 바보 병아리! ]
[ 으응? 왜..? >
< 지금 왜 라는 말이 나와? 주량 넘겼으면서 혼자 어딜 간 거야. ]
느리게 돌아오는 답장이 답답해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는 사이 렌의 새로운 라인이 왔다는 알림이 와.
[ 나 지금 택시인데.. >
하아?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닐거라 믿었건만. 이마가 지끈거리는 게 숙취때문만은 아닐거라 냉장고 속 렌의 푸딩을 걸 수 있었어. 빠르게 답장을 치는 손가락이 다급해.
< 뭐? 어디 가는 건데? ]
[ 어디긴 집에 가고 있지. 안전하게 택시 타고.. >
< 하아? 우리 집에서 마셨거든? ]
< 여기가 네 집이잖아. 이 바보 병아리야. ]
<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나 지금 어디 가는 거지? >
" 진짜 내 부인 때문에 골 때리겠네.. "
헛웃음을 삼키며 소고가 한숨을 푹 내쉬어. 흐트러진 갈색 머리에 검은 볼캡을 쓰고 겉옷을 빠르게 걸쳐. 렌의 라인에 답장- 지금 전화 할 거니까 받아. -을 하고읽음 표시 생기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 핸드폰을 어깨와 귀 사이에 끼워넣은 소고가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고 현관문을 잠그는 손이 조금 다급해. 연결음이 잠시 이어지더니 어딘가 살짝 멍하고 어눌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흘러 들어와.
[ 소쨩... ]
" 하아.. 더 다른 일은 없는 거지? 무사히 택시 탔던 거야? "
[ 으응... ]
" 기사 님 바꿔줘. 내가 그리로 갈게. "
렌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심한 소고는 찬 바람에 남은 취기가 완전히 날아가는 것을 느꼈을 거야. 어깨로 고정하던 핸드폰을 손으로 잡고서 귀에 댄 그는 가로등이 환히 밝히는 길을 빠르게 걷지 않을까? 몇 분 후. 그 길은 술에 취해 집도 착각하고 택시 탄 바보 병아리를 업은 소고와 창피해서 소고의 어깨에 고개를 푹 파묻은 렌이 함께 돌아오겠지만 -...
대체 우리 집 두고 어딜 가려고 했던 거야. 오키타 렌.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요...
바보 병아리.
2.
삼젯 au If. 쌍둥이로.
다신 돌아오지 않을 하나뿐인 푸른 봄. 여름 청춘의 어느 날. 하얀 커튼이 열린 창문으로 살랑살랑 거리며 잠시간의 달콤한 쉬는 시간을 반겨. 자신의 짝꿍인 소고는 잠시 콘도, 히지카타와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를 그의 쌍둥이인 소코가 차지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신의 동성 친구를 넘어 여자친구(?)가 된 소코와 속닥속닥 실없이 나누고 있었는데 소코가 운을 뜬 거야. 주말에 오키타 家에서 대청소가 있어서 각자 방을 청소하다가 소코가 그만 발견했다는 거지.
뭐를?
에로 잡지.
어디서?
소고의 침대 밑에서!!
" ㅁ, 뭐어 - ?! "
" 쉿, 렌쨩. 목소리 커졌어. "
책상을 탕 내리치고 벌떡 일어선 렌의 두 눈이 놀라서 휘둥그레 커져있었지. 그, 소..소쨩도 한창 때의..그런 거긴 한데..! 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은 렌의 손을 잡아 다시 자리에 앉히는 소코야. 자신의 남자친구의 침대 밑 에로잡지 발견소식은 마찬가지로 호기심 왕성하고 순진한 렌을 뒤흔들기 충분했어. 침을 꼴깍 삼키며 떨리는 시선이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반응을 지켜보는 소코를 바라봐. 뭔가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 잠시 입을 뻐끔거리던 렌이 주위 눈치를 보고. 떨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흘러나오는 음성은 잔뜩 긴장과ㅡ.. 기대로 가득해서 순간 소코도 멈칫 했었을 거야.
" 그으.., 많이 커? 거기 잡지.. 언니들.. "
" ...크긴 크던데.. "
" ...... 나도 보고 싶다.. "
......?
뭐? 턱을 괴고 몸을 반쯤 렌을 향해 틀고 있던 소코가 삐끗했지.
진심인 건지 농담인 건지 렌의 얼굴을 응시한 소코는 말간 얼굴에 서린 부러움과 진심을 엿보고는 이마를 탁 쳤어. 잠시 잊고 있었네. 우리 병아리가 꽤나 밝히는 변태 병아리라는 걸.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에로 잡지를 가지고 있다는 연인인 소고에게 질투는 커녕 되려 그걸 보고 싶다는 부러움만 가득한 렌이 기가 막혀.
투덜투덜 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살살 저은 소코는 이윽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향해 시선을 돌려. 렌도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봤지.
" 뭐하고 있었길래 내 병아리가 날 째려보는 거야? "
" 내 병아리거든? 쳇,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였는 데. "
소코가 원하던 건 자신의 쌍둥이이자 빌어먹을 라이벌(?)인 소고를 싫어하며 피하게 되는 렌이었는 데. 자신이 미처 간과 못한 거긴 했어. 병아리가 어디로 통통 튀어나갈 지 모르는 공이라는 걸 ··· . 진심으로 아쉬워져 혀를 차고 있자 렌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소고를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퍽 사나운 기세로 그에게 걸어가서는 잔뜩 서운하고 화가난 티를 내며 소리쳤어.
" 소쨩!! 치사하게 침대 밑에 혼자 에로 잡ㅡ우웁..!! "
" 야!! 넌 또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는 망할 마녀. 너냐? "
" 닥쳐, 치와와. 그런 걸 침대 밑에 뻔하게 숨겨놓은 건 너거든? "
제게 바짝 다가와 소리치는 병아리의 입을 커다란 손으로 텁 막은 소고가 무슨 상황인 건지 단숨에 눈치채고는 소코를 노려봐. 허.., 뻔뻔하게 시치미 뗄 생각조차 없구만? 짜증날 정도로 철판을 깔고 새침하게 그를 비웃는 마녀의 얼굴에 소고의 낯이 구겨져.
쌍둥이의 싸움이 시작될 기세에 아닌 척 귀를 기울이던 교실 안이 조금 조용해져. 또 시작이네.. 고개를 저으며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슬금슬금 무시해. 웁..! 으으웁!! 서로를 싸늘하게 파지직 스파크가 보일 정도로 노려보는 두 사람 사이에서 입을 막은 손과 그의 품에 가둬지듯 끌어안겨진 렌만 바둥거리며 저항하는 소리만 들려오고 말 거야.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 변태 병아리. 내가 졌다, 진짜.. "
하도 자신의 병아리가 자기도 보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고집을 피워 며칠 뒤,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야 말았지. 스쿨 백에 챙겨온 에로 잡지를 슬쩍 보여주자 환해지는 얼굴이란.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던 소코조차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면 말 다한 거 아닐까?
" 치와와. 네가 결국엔 졌냐.. "
" 하.. "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은 공허하게 풀려 있었을 거야.
점심 시간 이후 나른한 식곤증이 몰려오는 긴파치의 수업 시간. 교실 창가 맨 뒷자리에 앉은 소고와 렌은 나란히 에로 잡지를 책 뒤에 숨겨두고 같이 봤다고. 정확히는 콘도가 떠넘겨줬던 에로 잡지를 하는 수 없이 맡아두고 있다가 호기심에 한 번 대충 설렁설렁 봤던 거지만 제 병아리만 혼자 보게 하기 뭔가 불안해서. 그렇다고 협박과 애교와 아무튼 모든 방법을 총동원을 하는 고집쟁이 병아리에게 숨길 수 도 없었고. 젠장 그때 그냥 불태워버렸어야 했는 데. 괜히 살색으로 온통 도배된 잡지를 노려보며 굉장히 뚱한 표정을 지어. 힐끔 옆을 보자 렌의 하얗고 뽀얗던 볼은 발그레해져선 시선은 책.. 아니, 잡지 속에만 향해 있었을 거야.
이렇게 넘어가면 솔직히 좀... 아쉽잖아? 응.. 긴파치에게 수업 시간에 에로 잡지 보던 거 딱 걸렸으면 좋겠다ㅋㅋㅋ 자신의 여동생이자 제자인 렌이 자신의 수업 시간에 야한 잡지를 봤다고?? 황당하고 어이없어진 긴파치. 찔끔해진 렌이 눈치를 보며 슬쩍 그를 올려보는 것을 지긋이 내려봤을 거야.
" ..오키타, 텐노. 둘 다 복도 밖으로 나가 서있어라. "
이건 압수. 수업 시간에 이런 걸... 하아.....
한숨을 푹 쉬며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젓는 긴파치를 뒤로 하고 소고와 나란히 복도에 서있게 되었는 데ㅋㅋㅋ 반전으로 긴파치가 둘에게서 뺏은 에로 잡지 지가 볼 거 같은 게 더 웃겨.. 그러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들켜서 맞고 셋 이서 나란히 복도에서 손 들고 서있었으면 좋겠다ㅋㅋㅋㅋ
렌이 소고가 침대 밑에 숨긴 에로 잡지가 보고싶다고 고집과 땡깡(?)을 부렸냐면. 사실 나름대로 질투..를 한 거 맞긴 했지. 다만, 더불어 성적 호기심과 자신의 연인들인 소고와 소코의 취향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고집 부린 거라고 ㅡ 아니었음 몰래 자기가 다른 에로 잡지 사서 봤을 거야.
이후로는 셋이서 같이 사이좋게(....?) 에로 잡지 보지 않을까 싶다.
삼젯 쌍둥이 au 중 에로 잡지
아. 이거 렌쨩 취향 아니야?
어디어디? 엇..
확실히 렌쨩은 이런 쪽을 더 좋아했지? 슬림한데 어딘가 잔근육이 탄탄한..
......' 운동량 조금 더 늘려야하나.. '
3.
@: 님캐들은 할 줄 아는 악기가 있나료
믿기지 않겠지만(?) 렌은 통기타를 제법 잘 친다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통통 튀는 리듬과 고운 음색이 어우러지며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렌을 보는 것이 소고의 즐거움이자 소소한 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거야.
통기타를 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지구로 돌아와 오빠인 긴토키를 만나고. 해결사 아르바이트생(?)으로 있을 쯔음 부터 통기타를 잡게 된 거라. 심지어 그냥 취미. 예전에 친우였던 타카스기가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 너이니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했었던 게 떠올라 그냥 무심코 ㅡ 라고 할 수 있었지. 거기다 자신의 아무 가사도 없는 그저 흥얼거림 하나에도 손뼉을 쳐주며 좋아해줬던 소중한 사람이 기억나 렌은 " 그래. 작은 취미생활 하나로 나쁘지는 않을 거야. " 하며 지나가던 악기점에서 통기타를 품에 안고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한 거였어.
처음에는 취미니까 혼자 [ 초보인 당신도 할 수 있다!-기타 편 - ] [이것만 알면 당신도 프로?! ] 등등 책으로 꼼지락꼼지락 코드를 잡으며 띵띵삑!! 사리도 나가면서 독학을 했었는 데 ㅡ.. 손으로 하는건 제법 잘하는 렌. 금방 어딘가 한구석은 어설프나 노래 한 곡쯤은 퍽 능숙하게 치기 시작할 정도가 된 거지.
그렇게 소고와 썸 탈 때도 혼자 자신의 방 앞에 걸터앉아 느릿느릿 기타를 칠 때 소고도 아닌 척 그 근처나 옆에 앉아 그 소리를 듣는 그런 추억이 담긴 시간들이 많았을 거 같다. 그러다 렌이 기타 삑사리 나면 킥킥 웃다 그거 맞아요? 하고 놀리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손이 둔해진다고, 봄~ 가을에 치는 걸 좋아해. 특히나 작은 정원이 훤히 보이는, 봄의 따스하고 포근한 바람도, 여름의 환하고 푸른 햇살을,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이 잘 보이는 툇마루에 걸터 앉아 품에는 노란 통기타를 끌어안고 통통 기타줄을 두드려. 흥얼거리는 음색에 맞춰 고개가 까딱까딱.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안대를 끼고 낮잠에 빠질랑말랑하는 소고가 있겠지. 귓가에 스며드는 렌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너의 기타 소리가 ㅡ
4.
귀여운 고양이을 끌어안고 들어온 렌. 품에 안겨 고롱고롱거리는 작은 몸의 털을 복복복 쓰다듬고 있는데 바깥에서 애처롭게 애옹애옹 우는 소리가 들려와. 어라? 우리 카라멜이 우는 소리랑 비슷한거 같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데 옆에 누워있던 소고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봐. 슬쩍 몸을 일으킨 남편이 방과 툇마루가 이어진 타타미 문을 옆으로 밀어. 환한 빛과 함께 문 앞에 서있는 작은 몸에 눈을 깜빡였지. 보들보들해 윤기 흐르는 갈색털, 힘없이 늘어진 꼬리, 빤히 쳐다보는 황금빛의 눈.
" ..저 아이 우리 멜쨩이랑 지이인짜 닮았다 ··· . "
" ......? "
" ......? "
고양이와 길게 눈을 맞추던 소고가 고개를 기우뚱거려. 그에 렌도 제 품에 편하게 안겨있는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던 손이 멈춰졌지.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거야. 툇마루에 서있는 치즈태비를 한 번. 렌의 품에 안겨 있는 치즈태비를 한 번. 동시에 같이 번갈아보던 오키타 부부.
태연하게 하품을 하며 멈춰진 손바닥에 얼굴을 부빗거리는 제 품 안의 고양이를 빤히 쳐다봐.
" ....넌 누구니? "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당황으로 얼룩진 음성으로 내뱉다 고개를 홱 돌려 바깥을 응시해. 굉장히 서럽다는 듯 애옹애옹 울더니 마치 자신은 여기있는 데 누굴 끌어안고 예뻐하냐는 눈빛이 돌아와서.
" 저쪽이 카라멜이잖아?! "
" 저쪽이 카라멜이네요.. "
이구동성으로 소고와 렌은 그제서야 진짜 자신들의 고양이를 알아볼 거야.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를 들어올려 이제서야 요리조리 살펴봐. 웅크리고 있던 몸이 액체처럼 길게 흘러내리듯 아래로 늘어나서 렌이 당황했지. 어디까지 길어지는 거야?! 황급히 모르는 고양이를 안고서 얼굴을 보자 ··· 똑같은 데? 진짜 우리 멜쨩이랑 거의 똑같은 데? 이쯤 되면 형제 아니야?
두 눈이 흔들리며 몸 둘 바를 몰라 굳어버려. 정말 자신들의 반려묘인 오키타 카라멜과 털 색도, 무늬도 똑같아서.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 。
" ..눈이 묘하게 더 색이 옅구나.. "
" 어디.. 그러네. 카라멜은 더 색이 짙으니까. "
황금빛에 가까운 카라멜과는 달리 그보다 색소가 옅은 노란 빛에 렌이 볼을 긁적거려. 이거 멜쨩에게 냥냥펀치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걸..
웨에에옹...ㅡ...
" 윽.... "
자신이 어떻게 집에 들어온 지 모를 고양이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 사이. 카라멜을 안아들고 온 소고가 옆에 앉아. 심기불편하다는 울음 소리에 렌은 어깨를 움츠렸지. 그으..간식 많이 줘야겠다.. 슬쩍 소고 품에 안겨있는 멜쨩을 보자 꼬리가 부풀려져 있어. 어깨를 타고 넘어와 길게 흘러내려오는 소고의 머리칼에 괜히 화풀이하는 발짓에서 화난 기색이 엿보였지.
째려보는 시선에 렌은 어색하게 웃으며 식은 땀을 삐질거렸어. 살며시 몰래 들어온 고양이를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려놓고, 멜쨩을 쓰다듬고 달래주려는 찰나. 내려놓은 고양이가 바닥에서 그루밍을 한 번 하고는 애옹 - 울고서 의기양양하게 바깥으로 나가. 그것도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이야!
" ....... "
" ...참 천하태평한 고양이었네.. "
" ...으응.. "
웨애애옹 -...
앗 미안미안! 화났어? 응, 멜쨩? 누나가 미안해.. 소고와 두 눈을 꿈뻑꿈뻑 거리다 길게 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아직 제 눈에는 아깽이나 다름 없는 황갈색 고양이를 소고의 품에서 다급하게 안아 들어. 궁디 팡팡도 해주고, 둥기둥기 해주려고 했지만 - .. 한 번 제대로 삐진 카라멜의 화를 풀어주기에는 영.. 오래 걸렸을 거 같다.
결국 솜털 발로 냥냥 펀치도 맞았다고..
당신의 고양이가 여기서 그루밍 중인 고양이인가요, 저기서 식빵을 굽고 고양이인가요?
.... 둘 다 아닌 거 같은데..
정말로 정직하시군요. 여기 고양이 세 마리 다 안겨드리겠습니다.
ㅡ 라는 꿈을 꿨어, 소쨩. 나 멜쨩 닮은 고양이들에게 파묻혀서 허우적거렸다고..
그거 참.. 누님에겐 행복한 꿈이었겠네요 ··· .
5.
렌은 겉모습만 보면 성실할 거 같은데 실상은 글러 먹은 마다오3라는 게. 오빠인 긴토키와 누가 남매 아니라고 마음 먹고 하고자 할 때는 완벽에 가깝게 일을 마무리 지으면서 그때뿐이지. 평소에는 게으르고, 늘어지고, 하기 귀찮아서 이불 속에만 있고싶어하지 않나 잠에 약해 못 일어나지 않나. 나름 에도 시민들 사이에서 진선조 중에서 가장 성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경찰이나 실상은 ···
이쪽도 만만치 않은 세금 도둑, 양아치 깡패 24시 경찰인 걸? 심지어 양이지사들 협박은 밥 먹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불량 경찰 말이야. 시민들에게는 상냥하고 친절하게 굴지만 범죄자들에게는 얄쨜없는 병아리 경찰..
그런 렌이다보니 소고랑 땡땡이를 치는 일이 부지수지. 꽤 많이. 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어.
아. 아니지.
그냥 소고랑 같이 붙어다니다보니. 응..1 + 1 사고뭉치 부부.
순찰을 돌다가 슬그머니 딴길로 새버리거나 시말서 써오라고 했더니 어느 틈엔가 같이 튀어있어서 혈압이 남아나질 않는 부장 히지카타. 오늘도 그의 저혈압을 방지하는 데 한 손은 무슨 두 손 다 보태버려. 사고뭉치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 하..
한 편, 끝없는 시말서 산에 질려버려 조용히 도망친 렌이 소고의 옆구리에 달랑달랑 들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겠지.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소쨩?
" 글쎄요.. 발이 닿는 대로 한 번 가볼까요? "
" 으음.., 좋아! "
고민하다 그에게 장난스럽게 마주 웃은 렌이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내려달라고 말해. 아슬아슬하게 히지카타가 오기 직전에 같이 도망쳐나온 거라. 소고의 옆구리에 달랑 매달려있던 거였어. 발이 땅에 닿고 이윽고 통통 튀는 특유의 발걸음으로 소고와 나란히 걸어 나아갈 거야. 중간에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을 빙자한 데이트도 하고, 라멘집에서 라멘도 먹고 ··· 그러다 갑자기 카츠라를 발견해 눈 돌아간 소고가 그를 잡기위해 쫒는 것을 렌도 덩달아 같이 쫒기 시작하는 둥. 퍽 다산다난한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싶어지는 걸.
웃긴 건 이러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경찰이라고 사건현장에 달려가 나름 해결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 방식이 꽤 과격하다는 거 겠지. 무장경찰 진선조. 세금 도둑, 양아치 깡패 24시 경찰. 이런 과격하고 험한 소문이 붙은 건 ··· 어쩔 수 없긴 해. 살인을 하는 경찰. 양이지사들을 소탕하는 모습은 일반 민간인들에겐 가히 두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으니까.
24시가 붙은 건.
뭐..테러가 낮과 밤을 가리겠어? 늦은 새벽에도 양이지사가 떴다는 목격 정보 및 신고 전화가 나오면 재깍재깍 튀어나가야하는 걸? 물론 야간 당번을 정해놓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가끔씩. 흔치 않은 일이나 대규모의 사건이면 둔소 내부에 시끄러운 사이렌이 울러퍼지며 일어나 출동하는 일들도 있긴 했었지.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들이 많은 진선조라 깽패 소리까지 붙었는 데 단잠에 빠졌던 새벽. 긴급 사이렌에 출동하게 생겨 더욱더 험악하게 일그러져. 그 중에 렌도 있었을 거야www
" ....죽인다. 진짜 다 잡아서.. "
" 그뿐이겠습니까? 죽여달라 할 때까지 괴롭혀야죠. "
잠이 많은 병아리. 새벽 출동에 험악해지고 사나워져 걸리면 잡아 족친다는 심정으로 제복으로 환복하며 중얼거리고는 소고랑 순찰차에 올라타. 그리고 옆에서 운전대를 잡은 소고의 손에도 힘줄이 올라와 있겠지. 렌과 마찬가지로 빡쳐서 웃는 낯인 눈빛 하나는 누구 하나 이미 죽이고 난 후일지도.
아무튼 나름 성실하다는 평을 듣는 렌이나 진선조에 물들어 깡패 병아리(?)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
...불량 경찰이라는 말은 너무 하지 않나?
그쵸? 세금 도둑이란 말도 가끔 억울할 지경인데 말이죠.
👥' ...양심도 팔아먹은 건가? '
6.
˚₊‧꒰ა ♡ ໒꒱ ‧₊˚
𝟹.𝟷𝟺
𝚆𝚑𝚒𝚝𝚎 𝙳𝚊𝚢🍭 𝙲. 교레 님
✍︎
" 그러고 보니 곧 무슨 날인가? "
" 왜요? "
여느 때와 같이 함께 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둔소로 돌아가 늘어질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특유의 통통 튀는 걸음으로 걷던 렌이 고개를 모로 기울여. 렌의 의문에 소고가 눈을 깜빡이다 제 옆의 렌을 바라봐. 그가 렌을 슬쩍 떠봤지. 아니.., 아까 잠시 초콜릿 사려고 잠시 편의점에 갔는 데 사탕이랑 초콜릿들이 쭈욱 깔려 있었거든. 그래서 곧 무슨 날인가 싶어서.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린 렌이 고민하는 기색으로 턱 밑에 세운 검지를 대. 무슨 행사하나?
" 아까 초콜릿 더 왕창 살껄.. "
" ..오늘이 며칠인 지는 알고는 있습니까? "
아쉬운 기색만 잔뜩 내며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렌을 지긋이 응시해. 설마.. 하는 기분으로 며칠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에 소고는 그저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아야했어.
" 어..? 오늘이 며칠이더라..? "
" ..달력 안 봤어요? "
" ..요즘 날짜를 안 보긴 했는 데 그게 왜..? "
"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내 병아리 데리고 살겠어. 이렇게 눈치 꽝 바보인데. "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이미 병아리 냉큼 물어와 데리고 살고 있으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들으라는 듯 한숨을 푹 내쉬어. 그 모습에 렌은 억울해졌지. 아니, 오늘이 며칠이길래 그래?! 눈썹을 좁히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보려고 했으나 - ..
" 안 돼요. 둔소 갈 때까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죠? "
" 어째서?! "
손목을 잡아오며 막아 세우는 손길에 시도로 끝나버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손이 아닌, 반대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려고 해봤지만 그 손마저도 붙잡아 오는 거야. 그를 씩씩 거리며 올려봐. 부러 씨익 웃으며 빙글빙글 웃어오는 얼굴이 자신을 놀려는 기색이 선연하게 드러나 있었지. 그를 째려보며 손목을 비틀어 빠져나오려고 해보지만 커다란 두 손에 각각 잡힌 손이 꼼짝도 못해. 결국 길 한 가운데서 손목이 붙잡힌 채 옥신각신 투닥투닥 싸우고 말 거야. 렌이 지쳐 한숨을 내쉬며 " 안 볼게! 안 보고 생각해보면 되잖아..! " 포기를 외쳐서야 손이 놓아주는 소고였지.
둔소로 돌아가는 길. 렌이 뚱해져서 소고에게 한 손이 붙잡혀 있어. 허튼 생각 말라는 듯한 그 손길에 입술이 삐죽 나와있어서 순찰 보고를 듣던 히지카타가 고개를 저었을 거야.
" 수고 했으니까. 오늘은 둘 다 들어가라. "
" 네엡ㅡ.. "
불퉁한 낯으로 길게 늘어진 대답을 내놓은 렌이 소고와 자리에서 일어서. 인사를 하며 별채로 돌아가려 몸을 돌리는 데 ㅡ..
" 아. 렌. ..쯧, 아니다. "
" 뭔데요? "
" 됐어. 가라 가. "
자신을 부르다 말고 소고를 힐끗 보다 가라는 손짓을 보내는 부장님에 렌만 영문을 몰랐지. 아니 왜 말을 하다가.. 입을 벙긋 거리며 뭔지 물으려 했지만 고개를 저어. 명백한 축객령이었지. 소고가 자신의 손을 잡아와 그대로 이끌려 나오게 될 거야. 본관을 나서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별채로 향하는 길에서 렌이 영 시원찮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어. 진짜 무슨 날인가? 아까부터 계속 날짜를 떠올려 봤으나 그간 날짜 개념은 나몰라라 한 채 나름 바쁘게 보내어 감이 안 잡혀.
" 이제 좀 오늘이 며칠 인지 알겠어요? "
" ..그냥 시원하게 대답해주면 안될까? "
" 내 병아리는 왜 이리 눈치가 없는 지.. 됐습니다. 그것도 이젠 귀여우니. 가끔 답답하긴 하지만.. "
" 내가 뭐!! "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찌릿 노려보다 빠르게 먼저 집으로 들어가. 자신을 놀리는 걸 보아하니 순순히 알려줄 생각이 없어보였는 걸. 잔뜩 토라진 낯으로 워커를 벗고 복도를 걸어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달력부터 찾아들어. 내가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 날인지 꼭 알고야 만다!! 병아리지만(?) 사나운 기세로 달력 앞에 선 렌의 뾰족해진 눈매가 날짜를 되짚었지. 오늘이 목요일이었으니까 ㅡ..
" 3월 14일이네. 그래서 무슨 날이길래 그러는 건 ··· 아.. "
달력을 보던 눈이 동그랗게 커져. 멍하니 꿈뻑거리는 순한 눈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작게 터져나오는 탄성. 설마.. 저번 달에 이맘 때쯤 남편인 소고는 물론, 만들 게 된 거 다른 사람들에게도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했던 것이 떠올라.
" 바보같긴. 오늘이 화이트 데이잖아요. "
오두커니 달력이 걸린 벽 앞에 서있는 렌의 뒤로 다가온 소고가 킥킥 웃음이 서린 목소리로 말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가 싶더니 작은 품 안에 무언가를 안겨주며 소고가 뒤에서 렌의 고개를 옆으로 돌리게 만들었지. 그리고는 ㅡ 살며시 닿아오는 숨결과 함께 부드럽게 맞춰오는 입맞춤에 잠시 숨을 멈췄어. 슬그머니 파고드는 온기에 움찔하기도 잠시. 가까이서 응시해오는 적안에 눈을 감고 어설프지만 천천히 그에게 호응했지.
조용하던 방 안에서는 숨결을 나누는 소리만이 길게 들려올 거야. 느릿하게 떨어지는 입술에서야 가쁜 숨을 내흘리며 눈을 깜빡여. 밤하늘의 눈이 조금 구름이 낀 듯이 흐렸다가 이내 빛을 찾아.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쓸어만지며 렌이 호흡을 가다듬을 때까지 기다려주던 소고가 나직하게 속삭여.
ㅡ 저번에 만들어준 초콜릿 맛있었어요. 비록 누님과 달리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맛으로 한가득 사왔으니 이걸로 봐줘, 렌.
숨을 고르고 시선을 내리자 품 안에 안겨져 있는 투명하고 예쁜 유리 병. 그 안에는 보석처럼 노랗고 분홍빛 투명한 사탕들로 가득해. 거기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맛들인..
" 레몬 맛이랑 딸기 맛.. "
" 누님은 레몬맛이랑 딸기맛 사탕 좋아하시니까. "
살며시 들어올리자 달그락거리며 사탕들이 유리병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기분 좋아져. 배시시 지어지는 미소를 막지 않았지. 고개를 들어 소고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다 그대로 품 속에 파고들어가고 말아. 햇빛이 투과되어 반짝이는 유리병을 끌어안은 채 그에게 속삭일 거야. 달콤한 하루가 될 거 같아.
" 너무 고마워. 소쨩. "
어느 날의 화이트 데이에🍭💕
Q. 히지카타가 왜 렌을 불러세웠다가 가라고 했나요?
저번 발렌타인 데이때 렌에게 우정초코(?)가족초코암튼 받아서 그 보답으로 작은 사탕 하나 주려고 했으나 ··· 소고가 눈짓으로 주면 가만 안 둔다는 시선을 보내며 노려봤다고 합니다. 렌의 불퉁한 얼굴과 소고의 시선을 보아하니 아직 소고가 렌에게 사탕을 안 준 눈치여서 나중을 기약했다고 하네요(๑´ㅂ`๑) 눈치빠른 히지카타였다.
7.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 데··· 분명 렌이 갓 진선조에 들어왔을 때까지만 하도 성실하고 순했었는 데 어째선지 소고와 가까워지더니 연애하고 결국 결혼 끝에 부부가 되어서는 사고뭉치가 되어있는 거야. 히지카타는 통탄할 수 밖에 없는 문제였어. 그야 이미 진선조는 도s라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는 데 거기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깜찍한(?) 사고뭉치 병아리가 더해졌으니 말 다했지. 심지어 도s에게 물들여지기까지 한.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냐면 ···
방금 전에 있었던 상황 탓이었어. 분명 그냥 저번 임무를 잘 마무리하고 완벽하게 끝내고, 둔소로 복귀했던 것을 떠올려 이참에 칭찬하려고 했던 건데. 히지카타의 시선이 빤히 제 앞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것마냥 어색하게 구는 렌을 응시해. 그는 방금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지. 소고가 작성한 서류들을 가져온 렌을 본 그는 저번에 꽤나 성가신 임무를 완벽히 끝마쳤던 게 기억나서ㅡ. 서류를 하나 둘 넘겨 훑어보며 가볍게 치하하려고 입을 떼어내. 고요한 방 안에서 종이가 스치는 소리만 들려오던 가운데 낮은 음성이 공기를 가로질렀지.
" 렌. "
" 죄송합니다.. "
" ........? "
비록 돌아오는 대답이 잔뜩 움츠러든 사죄라 히지카타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게 되었지만. 왜 돌아오는 게 사죄인 건데. ...설마. 하는 심정으로 히지카타의 손이 멈춰들어. 고개를 들어 제 앞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피하고 있는 렌을, 사고뭉치 2를 응시해.
..갑자기 묘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야. 지긋이 렌을 응시하던 그가 입을 열어.
" 뭐가 죄송한데. "
" ......? "
렌은 자신이 사고친 거 들킨 줄 알고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말한 거였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뭐가 죄송한 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확 들었지. 당황한 얼굴이 그를 바라보다 미간을 꾹꾹 누르며 자신을 보는 매서운 회색 눈에 침이 바싹바싹 말랐어. 어..., 이거 아니었나..? 나 지금 망했..?
" 뭐가 죄송한 건데. 칭찬하려고 불렀더니만.."
이실 직고 해. 뭐 잘못한 거야. 사고 쳤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히지카타 상에게 제 발 저린 병아리. 자기도 모르게 곧바로 죄송하다는 말부터 뛰쳐나간 게 화근이었어. 아니지. 진짜 화근은 소쨩이지..! 눈물을 속으로 머금고 발뺌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격이었어. 매서운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어서 죄를 실토하라 독촉해.
" ㅇ, 아무것도... "
" 숨기다 들키면 더 화낸다. "
" ........ "
어디선가 삑.. 하고 병아리가 애처롭게 우는 것만 같은 효과음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어.
울상이 절로 지어져 필사적으로 콕콕 눈총을 쏘아오는 히지카타의 시선을 피해봤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어버린 렌이야. 그니까 내가 뭐라고 했어, 소쨩ㅠ ㅁㅠ!! 이거 백퍼 들킬 거라고 했잖아..!!
....제 발 저려서 렌이 먼저 실토한 거나 다름 없는 거였지만 억울한 병아리는 제 상사인 소고가 저지른 죄를 뱉어냈을 거야.
" ..부장님 순찰차 끌고 갔다가 카츠라 쫒는 다고 그만ㅡ "
" ... 아니지? "
" ..그대로 갖다 박았습니다요.. "
들려온다. 히지카타 뒷목 잡는 소리..
작게 억누른 듯 억 소리를 내며 뒷목을 잡은 부장님을 보며 렌은 어색하게 웃는 것 밖에 못 했어. 볼을 긁적거리며 온 몸으로 죄송하다 외치듯 얌전히 앉아 자신의 눈치를 보는 모습에 올라오려는 화를 꾹꾹 내리 눌렀지.
" ..운전은 누가 했냐.. "
" ..오키타 대장님께서.. 쫓다가 카츠라가 폭탄을 저희 쪽에 던져서 그만... "
완전히 차가 날아가 버렸달까... ?
그저 하하 웃으며 보고를 해오는 렌에 기어코 히지카타는 뒷목을 잡고 넘어가고 말거야. 소고...!! 결국 순찰차 하나 또 날려먹었냐!! 뒤이어 조용히 폐차를 시켰다는 선언에 그는 야마자키를 불러서 소고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리겠지.
그리고 야마자키의 말에 부장실로 온 소고는 - ..
무릎 꿇고 두 손을 번쩍 들고서 벌을 서고 있는 자신의 병아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머리에는 꿀밤을 맞아 혹이 생긴 채로.
- 사고뭉치1 과 사고뭉치 2 -
설마 아니죠, 누님?
..미안해, 소쨩. 다 들통났어..
소고!! 너도 당장 저 옆에 서!!
...젠장, 조금 더 시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8.
🐥렌은 결혼상대로는?
경제력: 도박운 최고라 로또 1등 심심치 않게 해버림
외모: 한 번은 무슨, 두 세 번은 돌아볼 외모
성격: 순진한 바보 병아리
직업: 세금 도둑 1 번대 부대장 (그래도 경찰이긴 함)
집안: ..시월드는 없겠죠? 대신 시스콤(?)이 있어요.
= 총평: 이미 주인 있어요.
경제력 도박운 말고도 렌은 작은 부자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통장이 빵빵합니다. 모아놓은 자산도 많고요. 일 안하고 먹고 살 수 있긴 하나ㅡ.. 에일리언 헌터로 우주를 누비며 모은 그 자산들이 우주 통합 은행에 있다보니. 지구와 같은 작은 별에서 그 계좌에 있는 돈을 꺼냈다간 틀림없이 어느 누구에게 자신이 지구에 있다는 정보가 새어나갈게 뻔하여.. 눈물을 머금고 못 쓰고 있다고 합니다.
" 나..부잔데. 제법 돈 많은데.. "
" 지금도 나름 잘 벌고 있잖아요. "
" ..그건 그렇긴 하지만8ㅁ8...!! "
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거라구..! 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렌은 그저 울며 진선조 연봉이 담긴 통장만 부여잡고 있겠지··· 고위 공무원 + (위험수당어쩌구)로 현재도 많이 벌고 있다고 합니다. 바보 망할 마다오 오라버니와 식구 3명(파치, 구라. 사다하루)은 먹여살릴 정도는 충분하다고.ᐟ.ᐟ
결혼 상대로 병아리는?
ㄴ 이미 도S 주인이 있다..
9.
오늘같이 바람이 강한 날에 렌은 조금 곤혹스러워. 숱이 많고 반곱슬이라 웨이브가 들어간 검은 머리칼은 그나마 길어서 차분하게 흘러내려오는 편이었지. 하지만 열심히 길러서 그런가. 허리께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칼이 ㅡ..가끔은 거추장스럽
고 불편한 날이 있는 데 그건 오늘 같은 날이야.
강풍 주의보가 내린 에도. 하지만 에도 시민의 평화(?)를 지키는 진선조는 어김없이 돌풍 속에서도 순찰을 돌아야만 했어. 그건 소고와 렌도 같았지. 하늘은 화창하고 햇볕도 좋건만. 안에서 보면 분명 봄볕과도 같은 날씨였으나 바깥으로 나오면 비로소 알 수 있었지.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이렇게 분다고? 겨울의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날씨라 느껴져. 렌은 바람결에 길게 휘날리는 긴 검은 머리카락에 곤혹스러워 지기 시작했지.
" ...망했다.. "
얼굴 정면으로 부는 바람을 세차게 맞으며 황망히 중얼거려. 지금이야 정면으로 불어 괜찮다만 이게 만약 ··· 정면이 아닌 후면이나 측면으로 분다면..? 이마를 가리던 앞머리가 홀랑 뒤로 넘어가 단아하고 둥근 이마를 드러낸 채 흐린 눈을 하고 있어. 제발 내 불안이 적중되지 않기를..
...
" 기다리셨죠. 누, 님..? "
잠시 갈림길에서 따로 갈라져 순찰을 돌고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로 도착한 소고는 할 말을 잃고 말았을 거야.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제 병아리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선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검은 머리칼이 렌을 덮쳤거든. 처량하게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휘날려. 마치 우물 속에서 기어나온 귀신 사다코처럼 말이야.
나름대로 머리카락을 그러쥐고 해본 노력이 보였지만 ··· 어째서인지 칼바람에 처량하게도 이리저리 휘날리는 신세였지. 멈칫했던 걸음을 옮겨 렌에게 다가가자 자신을 올려보는 얼굴이... 어.. 어디있지? 평소에는 밤하늘을 담은 폭포수와 같은 숱 많은 머리칼이 지금은 하얗고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 그저 고개짓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거야.
정황상 자신을 올려보는 렌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말을 걸어.
" 다른 누가 지나가다 보면 정말 사다코가 나타난 줄 알았을 겁니다. "
" ....이미 진작에 누가 비명 지르며 도망가긴 했어. 해명하기도 전에.. "
..이미 오해 받았나요..
머릿속으로 긴 머리칼이 얼굴을 가리고 휘날리며 황망하게 우두커니 서있을 제 병아리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상황들이 상상이 돼. 입술을 말며 웃음을 참은 소고가 물었지.
" 머리끈 없었어요? "
" 그거 끊어져서.. 다시 사려고 주변을 살펴봐도 편의점은 커녕 가게 하나 없는 걸.. "
하필 그들이 오늘 순찰을 돌게된 곳이 에도 변두리로 상가와는 조금 먼 거리였어. 항구 주변이라서 그런가 바람이 매섭게 불기도 하고.. 다시금 손으로 머리카락을 모아쥐며 시야를 확보하려는 하얀 얼굴이 억울하기 짝이 없어. 어디 보자.. 나한테 하나 있을 텐데.. 바지 주머니와 제복 코트의 주머니를 하나하나 뒤져보던 소고는 이윽고 손에 잡히는 것을 움켜쥐고 꺼내.
" 이리 와보십쇼. 저한테 머리끈 있으니까요. "
소고의 손길을 따라 잠시 걸음을 옮겨 바람을 조금 막아주는 곳에 서. 뒤돌아요. 세차게 부는 바람 소리 사이로 나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의 말마따나 몸을 돌려 그에게 등을 보여.
휘이잉ㅡ 부는 바람. 그가 바람을 막아주듯 등지고 있어 영향이 적었지만 자잘하게 머리카락이 흔들려. 사악사악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쓸어오는 손길과 그러모으는 손짓이 부드럽고 다정해서 ··· . 렌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어. 다른 건 다 잘하면서 유독 내 머리를 만지는 것만 어설프다니까. 그렇다보니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고 가다듬어 주는 일에 남편인 소고가 점점 능숙해져만 갔어. 바람에 나부끼며 산발이 되었던 머리카락들이 소고의 손에 의해 차분하게 정리돼. 손 안에 쥐어진 머리를 높게 올리던 소고가 손목에 잠시 차고 있던 머리끈을 잡아당겨. 능숙하게 렌의 머리를 묶은 그가 삐죽 튀어나온 건 없나 확인하고서 만족스럽게 웃어.
" 다됐습니다. 어때요? 당기거나 하는 느낌은 없나요. "
" 전혀! 고마워, 소쨩. "
머리를 요리조리 돌려본 렌이 소고를 향해 고개를 돌려 환히 웃어. 차분하게 정리되어 하나로 높게 묶인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지. 편하시다니 다행이네요. 마저 순찰 돌아볼까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돌아야할 길목 쪽으로 고개짓을 하며 발을 떼어내. 그 옆을 렌이 따라 붙어 걸으며 자연스럽게 렌의 포복에 맞춰 걷는 소고일 거야.
그러보니 소쨩. 머리끈은 어디서 난 거야?
저번에 누님이 묶었던 머리 풀었을 때부터일 걸요? 그날 하루 종일 제 손목에 있던 거 주머니에 넣어놨던 걸겁니다. 그런데 왜요?
..너무 자연스럽게 소쨩이 꺼낸 거 같아서?
새삼스럽게 뭘 그럽니까. 누님 머리 리본도 저한테 있을걸요?
10.
.❀。• *₊°。 ❀°。
𝟸𝟺年𝟶𝟹月𝟸𝟺日
𝙷𝚊𝚙𝚙𝚢 𝚁𝚎𝚗 𝙳𝚊𝚢❤︎
/
" 누님, 졸리시면 이제 자요. "
꾸벅꾸벅 졸면서도 TV 앞 테이블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렌에게 소고가 말해. 고개가 기우뚱거리며 앞으로 쏟아지듯 넘어가려는 걸 붙잡은 참이었지. 살짝 졸음이 가득 담긴 밤하늘의 눈이 느릿느릿 깜빡여. 으응.. 이것만 보고 이 다음이 궁금한 걸..
웃음소리가 포근한 방 안을 채우며 렌이 작게 하품을 해. 시계를 보아하니 긴 바늘이 11시를. 짧은 바늘이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어.
봄이 찾아오는 3월의 23번 째 밤.
에도는 이미 한창 분홍빛의 꽃송이들로 가득해. 봄볕을 한가득 머금고 피어난 벚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 일찍 퇴근을 하여 이른 오후부터 잠시 놀러 갔다온 제 병아리가 달큰한 술냄새를 풍기며 돌아와서. 렌의 옆에 앉자 어깨에 스르륵 기대오는 얼굴이 보드랍게 풀려 발그레해. 기분 좋게 한 잔하고 온 건지 나른해 보였지.
" 누구랑 마시고 온 거예요? "
" 으응~ 긴쨩이랑..타에랑~ "
해결사 형씨들이랑 마시고 온 모양이네. 말끝이 데굴데굴 통통 굴러가며 늘어져. 배시시 웃는 미소가 하얀 배꽃과도 같이 달큰해. 막 씻고와서 그런지 기대오는 작은 몸이 따끈따끈했지. 살짝 젖은 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소고가 렌의 옆 얼굴을 내려봐. 긴 속눈썹이 느릿느릿 나풀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잠들 기세였어.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나른하고 배부르고 따끈해서 잠이 몰려오는 것을 참고 있는 거야.
그래도 곧 주무시게 생겼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파고들어 손가락에 감아. 느긋하게 손장난을 치며 시선은 소고도 TV 화면을 향했지. 우스꽝스럽고 웃긴 장면들이 송출되고 있어. 살짝 젖어있어 만지면 매끄러운 촉감이 좋아 이리저리 꼬아도 보고, 손가락에 빙빙 감아보기도 하며 손장난치길 몇 분. 소고 그에게는 조금 지루한 감이 느껴지는 방송임에도 렌의 옆에서 제게 기대온 작은 몸을 받치고 있자 고른 숨소리가 옅게 들려와. 슬쩍 내려보니 역시나 ···
" 그러게 주무시라니까.. "
" ..으응... "
반쯤 졸며 보더니 기어코 눈을 감고 잠들랑말랑 거려. 자신의 목소리에 슬쩍 눈이 뜨였지만 그것조차 굉장히 느렸지. 아무리 봐도 졸음을 참는 것에 한계인가봐. 따끈하고 말랑한 볼을 꾹꾹 눌러 잠시 괴롭히다 눈을 찡그리는 얼굴에 킥킥 웃어버릴 거야.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컨 버튼을 눌러.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Tv 전원이 꺼지자 방 안은 조용해졌지.
고른 숨을 색색 내쉬는 작은 몸을 안아들어. 무릎 뒤에 등을 받쳐 가볍게 안아 들어선 아까 미리 펴놓은 이부자리로 향해.
가는 길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자 방 안에 고요한 어둠이 내려 앉아. 어두운 시야에 희미한 달빛을 등불 삼아 이불을 발로 쓱쓱 들추고 부자리 위로 렌을 내려놓아. 보드라운 이불이 닿자 렌이 제자리를 찾아 배게에 얼굴을 부비적거려. 고롱고롱거리는 고양이마냥 배실배실 풀린 얼굴 위로 달빛이 내려앉아 있어서 ··· 작게 피식 웃은 소고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 옆에 자리잡아 누워. 그러고는 렌의 허리를 끌어안아 제 품 속에 가둘 거야. 우..응... 익숙하다는 듯 찾아 파고드는 몸짓. 야트막히 들려오는 웅얼거림. 색색 불어오는 숨결.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서..
슬며시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자 기다렸던 시간이 직전이야. 짧은 바늘과 긴 바늘이 겹쳐져. 가느다란 초침이 빠르게 달려가고 ··· 5, 4, 3. 렌을 감싸 안은 소고가 고개를 푹 숙여 드러난 동그란 이마에 입을 느릿하게 맞춰. 2, 1..
" 생일 축하해, 렌.. "
작게 속삭이는 음성에 살짝 눈꺼풀을 들어올린 렌이 고개를 들어 소고를 담아내. 제 품에 가득 차는 그를 끌어안고 행복하게 웃으며 잠에 들지 않을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받았으니까 ··· .
3월의 24번째 밤.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11.
원래 비가 오는 날이면 렌은 기분이 축 처지다 못해 가라앉아. 우중충한 하늘. 습기가 가득한 축축한 공기. 하루종일 쏟아지는 빗줄기. 충분히 기분이 가라앉게 할 법한 요소들이기도 하며 렌에게는 그닥 좋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서 ···
허나 간혹 렌이 기분이 좋아질 일도 있기 마련이지.
바로 ㅡ..
" 소쨩. 많이 기다렸어? "
" 아니요. 이정도야 뭘. "
오히려 쉬는 날에 불러서 죄송해요. 으응, 괜찮은 걸! 화사한 연 노란색 우산이 작은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 우산 아래로 빼꼼 보이는 얼굴이 말갛게 웃고 있어. 그 얼굴을 본 소고가 눈을 깜빡여.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네요. "
제 병아리가 비 내리는 날엔 묘하게 축 처지고 기운 없는 걸 알고 있는 그가 말해. 제게 건내오는 우산을 받아든 소고가 우산을 펼쳐. 토독토독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 빗물이 고인 물 웅덩이 위를 밟는 발이 가벼웠지. 참방이는 소리와 통통 튀는 것만 같은 특유의 발걸음.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걷던 렌이 소고의 말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다 아. 하고 감탄사를 내.
곱게 휘어지는 눈매가 어여뻐. 사르르 둥근 곡선을 그리는 눈웃음에 순간 시선이 박힌 소고가 이어 귓가에 흘러 들어오는 노랫소리와 같은 속삭임에 정신을 차려. 조금 멍했던 적안이 하늘을 올려보는 렌을 따라가. 글쎄...?
" 비는 오지만 하늘은 맑아서 그런가? "
" ...그런가요.. "
렌의 말대로 비가 내리지만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인 푸르고 맑은 하늘이 그들을 맞이해. 그도 갑자기 화창한 날에 급작스레 내린 빗줄기라. 소위. 여우비라 부르는 비가 내리고 있는 거 였지. 우산 끝에 매달렸다가 톡 떨어지는 빗방울을 응시하던 렌이 우산을 뒤로 젖혀. 습기로 약간 부스스한 검은 머리와 콧등 위로 토독토독 비가 떨어지고, 밤하늘을 머금은 눈이 앞을 향해.
활짝 봄을 따라 피어나 만개한 벚나무들이 나란히 줄 지어 서있어서ㅡ.. 빗줄기와 함께 분홍꽃잎들이 어우러져 떨어지는 모습이 정말로 봄비와 같아.
" 응.. 그래서 그런 거 같아. "
하늘이 맑아서. 비가 오지만 배실배실 실없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지 않고 렌이 통통 튀듯 어여쁜 꽂비를 내리는 벚나무 사이를 앞서 걸어가고 말겠지. 그 뒷모습에 소고도 마음이 놓여 느긋하게 따라 걸어가지 않을까.
비오는 날에는 기운 없어하던 자신의 병아리가 빗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도 어여쁘다 생각하며.
" 맑은 날에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여우가 시집 간다고 해서 여우비라고 불렀다죠. "
" 그럼 오늘도 그런 건가? "
" 시집이 아니라 장가간 거 아닐까요. "
" ....? "
" 아. 이미 갔다고 봐야겠지만. 병아리에게 ㅡ.. "
" ..여기 뻔뻔한 여우가 있어요.. "
" 왜요. 이럴 땐 능청스럽다고 해 주십쇼. "
봄비와 여우비
12.
· · ────── ·𖥸· ────── · ·
舞い散る桜の木の下で
いつまでも君と一緒に · ·
/
결혼한지 5년 차가 지난 지금도 둘은 여전히 신혼 부부에 가까운 분위기가 풍긴다고 할 수 있었어. 거기에 약간 5년 차가 된 부부 다운 모먼트도? 여전히 주변에서 보기엔 알콩달콩 우당탕탕 조용할 나날이 없는 부부로 보여졌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진 것만 빼면 말이야. 그런 둘이 변함 없이 좋아하는 건. 가벼운 산책을 빙자한 데이트.
그 중에서도 봄에 하는 산책을 가장 즐기고 자주 했지. 따사로운 바람도, 포근한 햇살도, 부드러운 꽃향기도.
소고와 맞춘 옷을 입고 길게 풀어내렸던 머리를 붉은 리본으로 높게 올려묶어. 밖으로 나오자 겨울이 지나가고 포근한 바람이 봄을 맞이해온 것을 축하해. 길목에 피어난 노란 개나리꽃이 사랑스러럽게 느껴져. 경쾌한 걸음으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걷는 소고와 나란히 걸으며 렌은 봄이 찾아온 이 시기.
벚꽃이 만개할 때 쯔음 둘만의 장소라고 하기에는 거창하나 좋아하는 그 곳으로 향해. 작은 공원이나 벚나무가 한가득 심어져 있어 이 맘쯤에는 그 작은 공원은 분홍빛 세상. 그 어여쁜 색을 떠올리며 기대 어린 얼굴로 렌이 소고에게 말해.
" 엄청 피었겠지, 벚꽃. "
" 올해도 엄청 피었겠죠. 매년 갈 수록 장관을 이뤘으니. "
똑같이 높게 하나로 올려 묶은 긴 검은 머리칼과 갈색 머리칼이 걸음걸이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려. 자신과 똑같은 붉은 유카타에 회 빛 하카마를 입은 소고에게 미소 지은 렌이 그에게 팔짱을 끼어. 예쁘겠다. 시간은 많으니까 느긋하게 눈에 담아서 와요. 조근조근 속삭여오는 목소리에 화답하며 걷자 멀지 않아 공원 입구가 눈에 들어서.
이미 공원 입구에서 부터 분홍빛 잎들이 그들을 환영하듯 흔들리고 있을 거야.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 피어난 벚나무. 봄의 커튼이 걷히며 천자락이 살랑이듯 분홍꽂망울과 꽃송이들이 매달린 가지들이 흔들려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과 만나 춤추는 그 풍경을 보며 감탄을 해버렸지.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쉽게 느껴지는 거야.
천천히 소고와 걸으며 봄의 한폭을 거닐어. 푸른 하늘과 분홍빛 꽃을 올려본 소고의 얼굴도 보기 드물게 감탄이 서려 있어.
" 예쁘다.. "
" 그러게요. 올해도 어김없이 장관이네요. "
천천히 느긋하게 벚꽃길 한 가운데를 걸으며 이런저런 사소하고 소박한 대화를 나눠. 벚꽃잎 잡아서 올해도 책갈피를 만들어볼까. 이미 누님의 경찰 수첩에 잔뜩이신거 아시죠? 저번에 수첩 떨어뜨렸더니 단풍잎이랑 벚꽃잎으로 코팅한 책갈피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당황하셨잖아요. 윽.. 이번엔 소쨩이랑 다른사람들에게 선물을.. 제 수첩도 누님이랑 같은 상황인데ㅡ..
투닥투닥거리며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순간 훅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둘의 머리카락이 길게 휘날려. 매끄러운 소재의 붉은 리본이 그 바람결을 이겨내지 못했지.
" 으아..! 내 리본!! "
스르륵 풀어진 붉은 리본과 높게 올려 묶어 고정하던 머리칼이 폭포수 마냥 흘러내려와. 렌이 당황하며 손을 뻗어 리본을 잡으려 했어. 하지만 리본은 손끝을 스치며 바람을 따라 날아가려고 했지. 읏차. 렌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소고가 손을 뻗어 어렵지 않게 잡아채.
큰 손에 잡힌 붉은 리본이 부드럽게 감겨와.
리본이 뒤로 날아가 잡기 위해 몸을 돌렸던 렌은 멀리 날아가려던 리본을 잡는 손을 보고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지. 그때 바람이 또다시 불어와서 ···
" 어..? 어풉..!!! "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렌의 얼굴을 휘감듯 덮쳐. 시야를 온통 가리며 입 안에 머리카락이 들어왔는 지 제 병아리 부인이 에퉷 거리며 뱉고 있는 거야.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자 마주치는 시선. 동그란 눈 안에 담긴 밤하늘이 휘어져. 환하게 웃어오는 햇살과도 같은 맑은 웃음에 소고도 그만 다정하게 눈을 휘며 웃어버릴 지도 몰라.
옆 머리카락이 살랑거리고 둥글게 휘어지는 적안이 퍽 부드럽고 다정하겠지. 봄을 마주한 것 처럼 ··· 。
[ 마주한 봄은ㅡ ]
난 또 배고프다고 머리카락 드시는 줄 알았네요.
아니라는 거 알며서 이때다 하고 놀리지 마..
네네~ 머리 다시 묶어줘요?
으응, 아니. 그냥 풀고 있을래.
'Gintama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2 沖連 썰백업 (0) | 2024.12.22 |
---|---|
24.01 沖連 썰백업 (2) | 2024.12.16 |
23.12 沖連 썰백업 (0) | 2024.09.01 |
23.11 沖連 썰백업 (0) | 2024.08.30 |
23.10 沖連 썰백업 (0) | 2024.07.24 |